개발자의 고뇌

Daily/Diary 2016. 1. 26. 01:42




개발자란 직업.

작년에 반짝하는거 같아서 주시하고 있으면, 더 반짝하는게 나오고, 그 반짝이는걸 주시하고 있으면 또 다른 반짝이는게 나오고.

나 같은 애들은 그냥 쫒아다니느라 바쁘고... 진짜 뭐 이런 직업이 다 있나 싶다.

공무원도 의사도 이 정도로 공부하진 않겠다. 물론 이 정도가 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1월 1일이 되었을 때,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세계적으로 Hot 했던 소프트웨어들을 뽑아 봤었다.

새해 맞이 겸 올해의 시작을 산뜻하게 새로운 레퍼런스와 함께 하고 싶었다. 추리고 추린게 약 80개 쯤이었나. 블로그에 올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물론 저 80가지가 내 현 위치에서 개발하는데 모두 필요하지는 않다. PHP / jQuery / mysql 만으로도 내가 은퇴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는 있다.

나이가 벌써... 주어만 진다면 팀을 이끌어야 하는 나이다. 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아직 개발이 좋다. 계속해서 그럴 예정이다.

그 놈의 나이 때문에 띠동갑들하고 얘기하다가도 움찔거릴 때가 많다. 개발 경험은 많지 않아도 요즘 추세나 대세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어린 신입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첫번째 문제는 내가 그들 앞에서 부끄러워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 문제는 내가 왜 부끄러운지 모르겠는 것이고, 세번째 문제는 난 슈퍼맨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그들 앞에서 부끄러운 이유는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개발자로서의 내 본분에 내 직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되려면, 이 많은 아이들을 이끌려면 누구보다 많이 많은 분야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고로 쉴틈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출근전 2시간, 퇴근후 2시간 정도를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한달에 잘하면 툴 하나 정도 익힐까 말까다. 게다가 운동이나 연애라도 한다면...

공부할 건 많은데, 공부할게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게 현실인 이 때 꽤나 공감가는 칼럼을 하나 보게 되었다.


정말 내가 지금 고민하는게 그대로 드러나 있다.


- 요즘에는 모든 것이 백가쟁명이다. 그래서 오늘 획득한 지식이 내일, 가차 없이 낡은 지식으로 퇴색한다.

- 제이쿼리가 대세라고 해서 공부하면 앵귤러가 대세라고 하고, 앵귤러를 공부하면 리액트가 대세라고 하고, 그래서 리액트를 공부하면 앨름은 아느냐고 묻는다.

- 더 많이 알수록 자기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는 것이 개발자의 숙명이다.

- 점점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탐하게 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저 많은 것들을 다 알 수는 없겠구나 하는 체념에 도달하게 된다.

- 자포자기적 심정이 들면서 우울함을 겪게 되는 것을 무협지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로 주화입마(走火入魔)라고 한다.

- 해법은 간단하다. 그 많은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된다.

- 자기 자신과 세상 전체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 자기가 이미 하고 있는 분야, 혹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우물물을 파듯 최대한 깊이 들어가라. 들어가서 물이 아니라 원리(principle)를 퍼 올려라.

- 남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이지 말라. SNS에 올라오는 단편적인 정보, 링크, 동영상 등에 현혹되지 말라.


* 자료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60125081726


이 글은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본 고수가 친절하게 위로를 해주는 듯하다. 예전의 최부장님처럼. 

맞다. 사서 스트레스 받을 건 없다. 하지만... 

저렇게 친절하게 말해줘도 결론적으로 나는 다 알고 싶다. 다 알 시간은 없다. 다 써먹을 곳도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 알아버리고 싶다.

이 바닥에서 꿀리고 싶지 않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 

똑똑하지 못하면... 미련하고, 미련하고, 미련하게.


오늘 하루도 이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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