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사춘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라면, 나에게 있어 사십춘기는 시련, 절망, 우울한 시기 그 자체이다. 또 비트코인 얘기하려고? 맞다. 그 빌어먹을 비트코인 얘기를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려 한다. 이 날 나는 마지막으로 공포를 보았다. 리플이 300원이 되고 스팀이 700원 대로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 추세로는 비트코인이 7000$ 를 다시 찍을지도 모르겠고, 알트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야금야금 내려갈 것이라 예상했다. (4주가 지난 지금 알트는 이 때보다 조금 오르긴 했다.) 예전에는 물린 와중에도 회복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신감 마저 사라지니 계속할 이유도 없고 시드도 없다. 그래서 모든걸 털고 나왔다. 한 보름 즐거웠고 나머지 9개월은 지옥 같았다. 다 떨어진거 같아서 추매하고 평단 낮추면 또 떨어지는, 이 반복을 9개월 동안 했다. 주식은 호재, 악재가 반영되니 이유라도 알지, 코인은 이유가 없다. 세력의 장난에만 놀아날 뿐. 핫한 리플, 이오스가 아무리 잘났어도 세력들이 쌩까면 밑바닥을 기고 readme 파일 하나 달랑 있어도 세력이 한번 보듬어 주면 하늘을 난다. 코인은 그냥 쭈욱 이럴 것이다. 뭐 아니면 말고...
다 같이 물린 우리 멤버들. 반절은 과감한 손절에 박수를 보내고, 반절은 못버티고 손절한 나를 불쌍히 본다. 물론 나는 그들 모두가 불쌍해 보인다. 너무 큰 손실에 나오고 싶어도 못나오고 존내 버티는 존버들. 다들 멋진 분들이었는데 1년 만에 다들 왜케 불쌍해졌냐. 미꾸라지 한마리가 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 됐는데 뭐 다들 결정은 본인들이 했으니... 아무튼 코인 얘기는 여기까지다. 솔찍히 코인땜에 징징거리는건 24시간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내 동산의 전부를 빼앗긴 소감 정도는 적어야지. 물론 돈을 갖다 바치면서 깨달은 바도 없지 않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앉아서 돈 벌어보겠다고 투자(최고로 긍정적인 단어) 를 해봤다. 돈 버는게 이리도 쉽고 돈 잃는거 역시 이렇게 쉬운지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사태가 나에게 벌어질지 몰랐다. 그리고 이런류에는 소질이 없음도 알게 됐다. 어딘가에 투자하려 한다면 돈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하시길, 물타기도 하지 말고 그냥 그 초기 자본으로 끝내시길. 나는 이제 벌 받을 시간. 다달이 열심히 메꾸고 착실히 살아야지. 이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내 현실은 점점 더 피폐해질 것이다.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거다.
힘내자! 아자아자!!!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