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가 우리집에 안맞는줄 알았다. 대형 몬스테라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몬스테라는 폭풍 성장 종으로 들었는데 우리집은 자라는게 1도 보이지 않았다. 산건지 죽은건지 모르고 있던 찰나. 이 몬스테라가 9월 3일에 우리집에 오고나서 2달만에 나에게 기쁨을 줬다. 때는 바야흐로 11월 2일 물 줄 때가 되어 줄을 세우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새순? 새순이 가지 정도로 긴데 이거 새순 맞는거냐! 너무 놀라 다각도에서 감상을 했는데 이게 하필 또 다른 잎의 구멍 속으로 자라려는게 보였다. 사실 잎이 기존에 다섯잎 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 한 잎의 구멍 사이로 줄기가 올라가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또 구멍 속으로 들어가려구... 새잎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존 어른잎의 실 같은 연결선을 찢어 방향을 틀어줬다. 미안하지만 어른이니까 이해해주겠지. 어찌보면 이리 큰 새순이 하루 아침에 자랐을리는 없고 내가 그렇게 무관심 했던건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저 가려져 있었던 걸로... 근데 발견한 날부터 정말 폭풍 잎펼침이 일어나는데 완전 감동~
11.02
11.04
11.05
11.06
11.07
11.10
이렇게 거의 10일 동안 모두 펼쳐졌다. 첫번째 감동은 새순이었고. 두번째 감동은 찢잎을 확인했을 때였고. 세번째는 무탈한 펼친잎을 확인했을 때였다. 이 아이도 보면 밑에 두 잎은 안찢. 위에 세 잎은 5~6찢, 새잎은 12찢 ㅋㅋㅋ. 인터넷에 찢잎이 잘 안나온다는 글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 잘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 실내 20도 유지, 습도 50%, 기본적인 통풍만 제공했을 뿐인데... 2달 동안 아무변화 없던 것이 이렇게 큰 잎을 냈다는게 안믿어진다. 지금도 다른 잎에 비하면 두께가 얇고 색도 연한데 아이보듯 매시간 지켜보고 있다. 아주 살살 만져보면 왠지 연약해 보임. 어른 잎 될때까지 잘 케어해 줘야지.
우리 몬스테라가 보르시지아나 종인지 델리시오사 종인지 궁금했었다. 델리시오사는 엉덩이가 보르시지아 보다 깊고, 프릴...(목아지?)에 주름이 있다고 한다. 프릴은 대품 정도 되야 나타난다고 하니 지금은 그걸로 알 수는 없는 것 같고... 보르시지아나는 보통 줄기의 키가 델리시오사보다 작다(짧다). 결국 확인할 수 있는건 길게 잘빠진 줄기와 새 잎의 깊은 궁뎅이. 확실치는 않지만 우리 아이는 대충 델리시오사 인걸로...ㅋ 다음 기쁨은 누가 주려나~
몬스테라: 몬스테라는 잘크는 종으로 알고 있는데 왜케 못크는 건지...ㅜ 그래도 건강해 보임.
여인초: 너무크고 구석에 놓아서 관심을 못주고 있긴한데 그래도 건강해 보임.
3. 걱정되는 아이.
클루시아: 멀쩡한 잎 몇개 떨구고, 지금은 죽은건지 산건지...ㅜ
우선 분양받고 아픈 아이는 하나도 없었고, 최근 한달 동안은 기온이 낮아지고 쌀쌀해 지면서 습도도 낮아졌다. 습도가 40% 아래로 떨어지길래 예전에 선물받은 가습기를 가동해서 6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잎이 얇은 보스턴고사리와 스트라이프 벤자민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추워져서 창문을 많이 못여니 에어서큘레이터로 통풍을 시켜주고 있다. 햇빛이 모지라서 식물등을 달았고 아침6시부터 밤10시까지 16시간 타이머 걸어놨다. 식물등, 서큘레이터, 가습기의 효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잘 자라주길~
싱싱해 보이지만 전혀 성장이 안보이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만큼까지 큰건지... 오리지날 햇볕 빼고는 다 있는데... 특히 몬스테라나 관음죽은 새순도 하나 안보여주고 너무한거 같은... 벤자민도 새순이 나는지 어쩐지 확인이 어렵고. 저 어린 클루시아는 자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데 저거 하나 더 물 주는건 어렵지 않지만 보내줘야 하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수경중인 스투키는 뿌리가 잘 자라고 있으니 내년 봄쯤 되면 삽목을 해 줄 생각.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알아가는 느낌은 있다. 이론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경험에서 나오는...ㅎ 일단 잎이 가늘면 건조할 때 금방 티가 나고, 이파리가 두꺼울수록 잎에 물을 저장해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 또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 특정 식물은 며칠마다 물을 주라고 표준(?) 처럼 쓰여 있는데 이건 본인들의 환경(일조량, 통풍, 습도, 흙배합) 에 따라 달라지니, 자신이 키우는 식물들이 며칠만에 흙이 물 줄만큼 마르는지 직접 체크해 봐야 한다. 젓가락 꼽지 않고 물줄 타이밍을 알면 참 좋겠구만 그런건 아직 모르겠네. 잎 상태나 이런저런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젓가락 찌르는게 제일 확실하지! 11월부터는 난방을 켤 예정인데 별 문제 없기를...
식물을 키우면 여러 해충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우리집은 하나도 생기지 않아서 자랑하려는 찰나, 약 1시간 전에 콤팩타에서 응애를 발견했다. 그것도 여러 잎에 걸친 거미줄들... 물 주고 20일쯤 된거 같은데 그 사이 이 지경이 되다니... 응애는 스투키 처음 입양온 날 보고 처음이다. 난 일단 해충약은 안뿌릴 생각이다. 해충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안없어질 걸 알기 때문에... 독한 놈들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
이번주는 어디를 가볼까... 했는데, 일단 각종 뉴스에서 이번 주말이 설악산 절정이라고 해놨고, 날씨는 구름 약간에 미세먼지 약간 높음. 일단 주말이고 사람들은 많이 올 것이고, 미세먼지 때문에 뷰는 별로일 것이고... 해서 날씨와 미세먼지를 만족시켜줄 만한 곳을 찾다가 두타산으로 결정했다.
두타산은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1,353m 높이의 산이다. 두타는 불교 용어로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리고자 엄격하게 불도를 닦는다는 좋은 뜻이 담겨있다. 승려들이 수행하기 좋은 심산유곡이란 뜻에서 두타산이란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스님들이 너무 좋은 곳에서 수행하시려는거 아닌지...
두타산엔 볼거리가 많다. 두타산 보다 더 유명한 무릉계곡, 2020년부터 개방된 베틀바위 구간, 미륵바위, 두타산성길, 마천루, 박달계곡, 용추폭포, 관음암, 게다가 동해바다도 내려다 보이는... 산에서 바다도 즐길 수 있는 명산이다. 베틀바위 때문인지 한국의 장가계라고도 불리운다. 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코스는 무릉계곡 관광지라고 불리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걷는다면 시간은 약 4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두타산 정상을 맛보는 방법은 북쪽의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오르는 방법과 남쪽의 댓재에서 오르는 방법이 있는데,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오르는 방법은 몇가지 뷰를 즐길 수 있지만 1100m 가 넘는 고도를 올라야 하고, 댓재코스는 뷰가 없지만 550m 정도의 고도만 올리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편도 6km 라 댓재코스도 쉬운 편은 아니다. 약간은 힘들겠지만 나는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것을 목표로...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새벽에 도착하려고 무리하진 않았다. 다만 단풍철이므로 주차장이 모자랄 수는 있으니 일출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 판교 집에서 무릉계곡 주차장까지는 250km. 왕복 기름값만 5만원, 톨비 3만원. 입장료 2처넌. 출발할 때는 볼거리 전부 다 찾아보고 뽕을 뽑으려는게 목표였는데, 하산길에 지쳐서 용추폭포 방향으로는 쳐다도 안봤다.ㅋ 아무튼 새벽 4시에 출발해서 6시 반에 도착했다. 도착 전에 동해휴게소에 들러 동틀녁뷰 한방 찍었다. 다행히 주차장은 한산해 보였다. 잠시 입산 준비를 마치고 7시에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밝은 시간대에 입산하는 것도 참 오랜만~ㅎㅎ; 그냥 천천~히 걸었다. 요즘 척추 중립에 대해서 조금더 훈련했고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했고, 하산길에 무릎에 끼치는 영향도 테스트 할 겸...
일단 배틀바위까지는 내 앞길을 막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약 50분 정도를 올라 베틀바위에 도착하자마자 그 절경을 즐기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돋자리 깔아놓고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는 약 15명 가량의 중년 아재들...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맞아, 내가 이 꼴 보기 싫어서 사람들 다닐 시간에 안다녔었지. 아재들이라 잠도 없는지 일찍도 올라왔네. 베틀바위는 베틀을 연상시키는 모양은 아니다.ㅋ 난 베틀바위를 대충 감상하고 빨리 그 곳을 벗어났다. 미륵바위 앞에서는 중년의 부부를 사진 찍어 주려다가 내 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깨졌다. 착한 마음으로 사진 찍어주려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등산앱을 확인하며 대충 3시간 정도를 더 오를 생각을 하니,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민하지 말자. 미리 정한 목표대로 밀어 붙이자.' 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관광지 코스로 빠졌고, 나 홀로 적막한 정상 코스로 향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본 것 처럼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을 만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쌓이면서 길을 감춰버린 듯한... 나도 두어번 경험해 버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등산앱을 따라 잘 찾아 올랐다. 고수가 앞서 가고 있었다면 훨씬 편했을텐데. 그래도 산 몇번 올라봤다고 멀~리 시야를 두면 어디가 길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는. 그리고 산악회나 동호회 같은데서 달아놓은 리본도 큰 도움이 되고. 아무튼 그렇게 정상까지 한걸음 한걸음 올랐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허벅지 보다는 엉덩이에 무게를 실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그게 아직 안된다. 그래도 앞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뒤로 옮긴 것이 무릎이나 허리에 확실히 좋았다. 갈림길에서부터 약 1시간 반정도 올랐을 쯤부터 다리가 무적이 됐다. 몇번의 등산으로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내 다리는 약 2시간쯤 오르막을 걸으며 고통을 느끼고 나면 다리게 감각이 없어지면서 최면이 걸린 것처럼 계속해서 오르막을 걷는다는... 남은 1시간 반을 그렇게 올랐다. 회사에서 가끔 답답함을 느낄 때 내 몸을 혹사시키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바로 그 상태가 되었다. 헬스장에서 스쿼트 100개 하면서 느끼는 고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태. 숨은 차지만 뭔가 힘든 상태인데 나도 모르게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 고통스러운데 정상이 다가오니 즐거운? 아무튼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까지 3시간 50분. 약 4시간이 걸렸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상당히 빡센거다. 대부분의 산들이 정상까지 3시간 안걸리는데 4시간 걸렸으니... 잠시 숨을 고르고, 인증샷 하나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어차피 다음 스케줄도 없으니 천천히 무릎을 보호하며 내려가자고 다짐했지만, 역시 천천히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다.ㅎ; 아줌마 한명만 나를 재끼고 내려가는 걸 보면 금세 맨탈이 무너진다. 아줌마보다도 못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하산 길에 등산객들과 마주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었다. '아직 많이 남았나요?', '얼마나 더가야 되나요?' 그럼 나는 '거의 다 왔습니다.', '30분 정도 가시면 됩니다.', '1시간쯤 더 가셔야해요.', '아직 많이 남으셨어요.' 라고 답했는데, 처음엔 응원이었지만 갈수록 뭐지 이 사람들. 그냥 아무 정보없이 오르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3시간 코스에서 1시간 와놓고 많이 남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주기가 참 난감하다. 거의 다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아직 많이 남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쭈욱 내려와 갈림길까지는 2시간 걸렸고, 무릎 통증 때문에 다른 곳을 더 둘러볼 여력이 없어서 곧장 주차장으로... 오늘은 무릎 보호대도 착용하지 않았고, 등산스틱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요즘 걸음걸이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도구에 의존하면 또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 맨몸으로 도전해 봤다. 당분간은 무릎 보호대는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고 등산 스틱은 사용하더라도 아주 살짝살짝 도움 받는 정도로만 사용하려고 한다. 오후 2시 이전에 내려와서 동해 좀 들쑤시고 다녀보려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차가 좀 막혔다. 이래서 남들 다니는 시간에 안다니는데. 요즘은 등산보다 장시간 운전하는게 더 괴롭다. 후...
아무튼 오늘 두타산 방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예보대로 날씨도 좋았고... 볼거리도 많았고... 정상 욕심만 없으면 다른 모든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고, 볼거리는 주왕산에 못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것 같다. 정상까지도 거리는 좀 있지만 무섭거나 위험한 길 없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좋은 길에서 1.8km 속도로 걸었다니...ㅋ 오늘의 혹은 한 다섯그룹 정도의 술판 벌린 아재들.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지, 내가 운좋게 지금껏 저런 그룹을 안만났던건지.
언제 다시 산행을 시작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남들과는 다른 무릎을 장착하고 굳이 등산을 계속 해야할까 라는 물음에 내 대답은 '아니오' 였다. 하지만 허벅지를 어딘가에 써야만 만족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라 결국은 다시 등산으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추위에... 내 마음은 언제나 설악산이다. 하지만 1년전 이맘때 단풍구경하며 공룡능선 한번 건너보려다가 비 때문에 고생만 짤짤이 하고 다음날 허리 작살나고 1년을 쉬었다. 주말보다 사람이 적은 평일에 완벽한 단풍에 구름한점 없는 날이지만 나는 설악산 오색코스를 포기하고 그나마 일출뷰가 좋을 것 같은 계방산으로 향했다. 1년이나 쉬면서 몸 상태도 체크하기 전에 설악산은 무리지. 잘 시간도 없었고... 계방산은 언젠가 설경을 만끽하기 위해 남겨 놓았던 곳인데, 일출로 써버렸다.
출발 전날에 겨울산행을 좀 찾아봤다. 아직 10월 중순이긴 하지만 10월 말에 소백산 정상에서 꽁꽁 얼었던 생각에 미리 대비를 좀 했다. 좋은 구스다운 입지말고 솜패딩을 대충 입는 것에 공감, 핫팩하나 챙기고... 정상 기온은 약 영하 3도 예상, 근처 동네도 영하 3도... 산에서의 영하 3도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고고싱. 일단 10시반까지 야근하고 집에와 11시까지 짐싸고 취침. 새벽 2시에 일어나 짐챙겨서 2시반에 출발. 운두령 쉼터에 4시반 도착. 정비하고 5시에 출발했고, 6시 30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일출시간은 6시 37분. 너무나도 완벽한 계획...
간만에 어둠속을 헤치며 한걸음씩 조심조심 내딛었다. 겨울에는 땀이나지 않게 땀이나기 직전 옷을 벗고 춥기 직전 옷을 입는 것을 반복하라고 하는데 생각만해도 너무 번거로음... 그냥 땀나면 나는대로 꿋꿋이 올라갔다. 계방산이 조금 독특한 것은 운두령 자체가 높아서 그런가 시작하고 얼마 후부터 내리막이 꽤나 자주 나온다. 정상가는 길에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난이도로 보자면 쉬움.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 반 소요됐고. 어쨌든 잠시 힘듦은 느낄 수 있을 정도? 지금까지 다른 산은 어떻게 올라갔었나~ 싶다.
간만에 산의 정상에 서서 탁 트인 사방을 내려다 보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상까지는 언제나 좋았지. 내려갈 때가 문제였고. 계방산도 설산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겨울을 제외하자면 봄/여름/가울 중에서는 최고로 멋진 날을 보게 된 것 같다. 연이어 구름한점 없는 날이었고, 갑작스레 영하권으로 날이 추워진 바람에 미세번지도 다 날아가고 이 모든게 다 계획된 시나리오라니...ㅋ 사방에 오대산과 설악산이 있지만 정확히 어디가 어딘지... 사진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도 잘 모르겠음. 5시에 입산해서 약 4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아저씨 총 4명. 요즘 단풍철이라 어딜가나 줄을 서 있을텐데, 미안하지만 계방산의 인기는 이 정도인듯...
1년 동안 푹~쉬고 간만에 등반한 느낌은 어땠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한가지 빼고는 완벽했다고 해야 하나. 일출을 보기 위한 완벽한 시간 관리. 영하 5도를 버틸 수 있는 장비 착용. 아직까지는 꿀리지 않는 적당한 허벅지. 하지만 하산길이 시작되면서 곧바로 시작된 무릎 통증은 1년을 쉰다고 달라진게 없더라. 캄캄한 새벽 등반은 여전히 귀신 나올까 무섭고. 그래도 간만에 느낀 새벽 공기와 가쁜 숨을 느끼면서 흘린 땀. 이게 바로 등산 맛집이지.
단풍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약 한달 정도(?)는 몇군데 더 다녀볼 예정이다. 현재 계획은 설악산의 적당한 단풍구경, 화암사 신선대에서의 울산바위 뷰, 민둥산의 억새밭, 두타산, 청량산, 속리산 단풍구경 정도. 그리고 겨울이 오면 눈꽃구경 태백산. 요즘 차만 타면 졸린데 이 먼곳들을 언제 다 돌아다닐꼬...
간만에 가족사진 한방 찍었다. 반려식물들과 함께 한지 4주 정도가 되었다. 공기정화를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흙이 빨리 안말라서 걱정되고, 귀한 햇빛 따라다니면서 옮겨주고, 미세먼지가 들어오든 말든 통풍 열심히 시켜주고, 갈변한 부분 없는지 체크해주고... 반려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나에게 맑은 공기를 선물해 달라 들여오긴 했지만 약하디 약해보여 조금만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언제 죽을지 몰라, 내가 돈주고 사와서 그들을 케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처음엔 햇빛 없이도 잘 자란다고 하여 들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그 뜻은 잘 큰다게 아니고 잘 안죽는다는 뜻이었다. 식물이 자라려면 햇빛을 많이 봐야 하는데, 남향을 두고 뷰 좋은 북향을 선택한 바람에 아이들이 아침에만 한 30분 정도씩 햇빛을 보고 있다. 그마저도 햇빛 먹여줄라고 그 좁은 곳에 옹기종기 모아논걸 보면 개속상. 그러면서 계속 사고 있음. 커튼 때문에 뷰는 보이지도 않는데... 바보같은 선택을 했다.
처음 아이들이게 물을 준 이후로 대부분 20일 정도가 됐다. 대부분 1주일마다 물을 먹어야 하는 애들인데, 방안에 환경이 좋지 않은지 이상하게 속흙이 잘 안마른다. 아마도 1주일마다 물을 줘야하는 애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 햇볕을 쬐는 환경에 있는 애들일 것 같다. 우리 애들은 하루에 기껏해야 아침 1시간 정도... 그나마 통풍이라도 열심히 해주고 있기는 한데, 잘 되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흙이 안마르니 뿌리 썩을까봐 물을 더 줄수도 없다. 인간들처럼 규칙적으로 먹으면 얼마나 좋아. 최근까지 장마에 태풍 때문에 습도가 좀 높았다고 치자.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꽤 더웠고 통풍에 햇볕까지 나름 줬는데 왜 안말라? 요즘 같은 온도에도 안마르면 겨울에는 한달에 한번만 먹을꺼야? 후... 고수가 옆에 있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혼자 끙끙앓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안그래도 얼마 안들어오는 볕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기온까지 내려가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다.
그 와중에 벌써 식구가 열여덟로 늘었다. 안죽이고 돈값(?)하기 위해 유튜브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내 질문에 즉답을 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지식들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다. 잘자란 식물들 자랑하는 채널 말고, 화원집 사장님들의 고급 스킬이나 분갈이 방법도 보고 있고, 비슷한 실내 환경에서 수년간 키워온 경험담을 풀어주는 채널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초식남' 채널은 식물들을 죽이는 방법을 잘 알려줘서, 그 짓만 안하면 오랫동안 키울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 분의 가장 공감가는 얘기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최대한 물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과습으로 뿌리가 썩어서 죽는 경우도 있고 건조해서 말라 죽는 경우도 있지만, 말랐을 때는 이파리가 신호를 보낸다던지 일정 기간 죽지 않고 버틴다는 얘기다. 조급해 하지말고 여유있게 참고 기다리다가 물을 주라는 의미인듯? 하지만 과습일 때 계속해서 물을 주는 경우는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썩어가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흙마름 상태를 보여주는 화분이 있으면 더 좋을텐데! 또 하나는 화분에 너무 많은 정성을 쏟지 말라는 것이다. 화분은 대부분 물/햇빛/바람에 의해 알아서 잘 자라기 때문에 나처럼 틈날때마다 잎 닦아주고 매일같이 젓가락 쑤셔대고, cctv 달아서 오늘은 햇볕을 얼마나 먹었는지 체크하고 이렇게 해봤자 환경에 따라 죽을 녀석은 죽고 살 녀석은 산다고... 무책임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식물은 공들이는 노력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신경써 주는 것에 비하면 생각처럼 안크고, 방치하면 생각보다는 잘 큰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식물이란 것이 가만히 내비둬도 환경에 맞춰 살 놈은 살게되니 적응 못하는 놈은 아무리 옆에서 물고 빨아도 오래가기 힘들다는... 사람은 그저 필요로 할 때 물이나 주면 된다는 말 같다. 식물 키우면서 물도 안주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이 두가지를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좀 놓인다. 선수들도 키우다보면 죽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는데(인증된건 아니지만) 내가 뭐라고... 방치해도 된다하니 잘키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
어쨌든 난 화분의 70% 정도 이상의 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려하고, 물 주면서 이파리 잘 닦아주고(물은 약 20일에 한번씩 주니까 이 정도는 하겠지), 집에 있을 때마다 통풍 관리, 출근하면서는 서큘레이터 틀어주고, 가장 중요한 자리배치는 나이순, 새순 가진 화분 순으로 명당자리에 놔주고 출근한다. 대품들은 거의 햇빛을 못본다. 햇밥은 아이들에게 양보하렴. 죄책감이 들긴하지만 구름낀 날은 양심껏 형광등이라도 켜고 출근한다. 식물조명도 일단 대기중이다. 근데 이건 대충 키우는게 아닌거 같은데... 언젠가 다 귀찮아지는 순간이 와서 방치하게 되더라도 물은 잘 주자! 이 와중에도 요즘 폭풍성장 중인 뱅갈고무나무에게 감사해 하고 있다. 1주일 동안 다섯잎이나 두둥! 동시에 여러 아이들이 잘 자라면 케어하기 힘들 것 같은데 정말 다행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