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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04. 10


얼마 만에 밟아보는 대학로? 최소 10년은 된거 같은데... 권유리님 덕분에 연극관람. 26년만에.ㅋㅋ 나 정말 나름 문화생활 하고 산 거 같은데 이거 실화냐? 그럴리가 없는데. 기억을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대학로 공연장이 대부분 소극장인 걸로 알고 있는데 600석 규모의 유니플렉스 1관은 나름 큰 편 이었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라는 연극으로 말할 거 같으면, 2015년에 개봉한 '미스터 앙리와의 조금 특별한 동거' 라는 프랑스 영화를 원작으로 하였고, 2017년에 초연, 올해 재연 중이다. 내용은 까칠한 성격의 할아버지 앙리 집에 방을 구하려온 온 시골 출신 대학생 콘스탄스의 갈등과 소통, 우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출연진은 이순재/신구, 권유리/채수빈, 조달환/김대령, 김은희/유지수, 이 중에 신구x유리x조달환x김은희 님의 조합으로 관람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보니 거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 신구(앙리) : 

우리나라에 이 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따듯함과 자상함, 다른 분들에게 부족한 유머코드까지 지닌 거장 배우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해 주셨고, '감기 걸리지 마라' 라는 마지막 대사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고집불통이며 아들과 결혼한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를 이혼시키기 위해 콘스탄스를 이용하지만 마지막에는 콘스탄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세상을 떠난다.


- 권유리(콘스탄스) : 

이 분을 응원하러 갔고, 다른 대배우들에게 밀리지 않기를 바랬는데,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고, 연기도 좋았다. 전직 아이돌이라고 연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도 많겠지만, 유리 뿐만 아니라 아이돌을 겸하고 있는 연극배우들 모두 정말 대단한거다. 여기서는 솔찍하고 발랄한 성격으로 꿈을 찾아가는 역을 맡았고,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무대를 환하게 만든 장본인이라 생각한다. 이진욱 피아니스트가 작곡한 'Mon cher' 라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데, 차분하게 너무 잘쳤다. 감동♡♡♡


- 조달환(폴) : 

알려진지 꽤 됐는데, 일행 중에는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 하지만 이 공연으로 다들 팬이 됐다. 나도 사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쵸레이 하' 만 안외쳤어도 몰랐을지 모른다. 맡은 역은 혼자가 된 아버지를 걱정하며 콘스탄스와 동거를 시작하게 한 장본인으로,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싸가지 없는 아들들처럼 아버지를 대한다. 공연 중 발생한 웃음의 반타작은 이 분의 업적이다. 짱짱맨!


- 김은희(발레리) : 

연기하는 것을 멀리서 보고 김재화 인줄 알았다. 톤이나 개그가 너무 똑같아서 깜놀했다는... 더 놀라운 것은 김재화랑 같은 소속사!! 첨 보는 배우였는데 연극 전문배우라 그런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시아버지 눈에 형편없어 보이는 며느리 역을 맡았고 이 분도 웃음 지분의 30% 정도를 챙겼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라는 연극을 본 것에 대한 감동보다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스토리에 이 작은 곳에서 저런 명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연극 배우는 직업 때문이라 치지만, 본업도 하고, 거기에 연극까지 하는 저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한 번 연기한거 재탕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매번 라이브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했을까. 굳이 연극까지 안해도 잘 살고, 바쁜 사람들인데. 물론 연기도 엄청 좋았고, 현장 반응도 짱이었다. 일행중에 유독 내가 가장 몰입하긴 했지만. 불과 몇미터 앞에서 지켜보는 몇백명을 위해 연기해 주신 배우님들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정말 잊고 싶지 않은 감동의 2시간이었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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