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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Daily/Hiking 2022. 10. 23. 23:16

2022. 10. 22.

 

이번주는 어디를 가볼까... 했는데, 일단 각종 뉴스에서 이번 주말이 설악산 절정이라고 해놨고, 날씨는 구름 약간에 미세먼지 약간 높음. 일단 주말이고 사람들은 많이 올 것이고, 미세먼지 때문에 뷰는 별로일 것이고... 해서 날씨와 미세먼지를 만족시켜줄 만한 곳을 찾다가 두타산으로 결정했다.

 

두타산은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1,353m 높이의 산이다. 두타는 불교 용어로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리고자 엄격하게 불도를 닦는다는 좋은 뜻이 담겨있다. 승려들이 수행하기 좋은 심산유곡이란 뜻에서 두타산이란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스님들이 너무 좋은 곳에서 수행하시려는거 아닌지...

 

두타산엔 볼거리가 많다. 두타산 보다 더 유명한 무릉계곡, 2020년부터 개방된 베틀바위 구간, 미륵바위, 두타산성길, 마천루, 박달계곡, 용추폭포, 관음암, 게다가 동해바다도 내려다 보이는... 산에서 바다도 즐길 수 있는 명산이다. 베틀바위 때문인지 한국의 장가계라고도 불리운다. 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코스는 무릉계곡 관광지라고 불리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걷는다면 시간은 약 4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두타산 정상을 맛보는 방법은 북쪽의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오르는 방법과 남쪽의 댓재에서 오르는 방법이 있는데,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오르는 방법은 몇가지 뷰를 즐길 수 있지만 1100m 가 넘는 고도를 올라야 하고, 댓재코스는 뷰가 없지만 550m 정도의 고도만 올리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편도 6km 라 댓재코스도 쉬운 편은 아니다. 약간은 힘들겠지만 나는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것을 목표로...

 

※ 코스
무릉계곡 주차장 - 베틀바위 - 미륵바위 - 정상 - 마천루 - 학소대 - 원점회귀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새벽에 도착하려고 무리하진 않았다. 다만 단풍철이므로 주차장이 모자랄 수는 있으니 일출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 판교 집에서 무릉계곡 주차장까지는 250km. 왕복 기름값만 5만원, 톨비 3만원. 입장료 2처넌. 출발할 때는 볼거리 전부 다 찾아보고 뽕을 뽑으려는게 목표였는데, 하산길에 지쳐서 용추폭포 방향으로는 쳐다도 안봤다.ㅋ 아무튼 새벽 4시에 출발해서 6시 반에 도착했다. 도착 전에 동해휴게소에 들러 동틀녁뷰 한방 찍었다. 다행히 주차장은 한산해 보였다. 잠시 입산 준비를 마치고 7시에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밝은 시간대에 입산하는 것도 참 오랜만~ㅎㅎ; 그냥 천천~히 걸었다. 요즘 척추 중립에 대해서 조금더 훈련했고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했고, 하산길에 무릎에 끼치는 영향도 테스트 할 겸...

 

일단 배틀바위까지는 내 앞길을 막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약 50분 정도를 올라 베틀바위에 도착하자마자 그 절경을 즐기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돋자리 깔아놓고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는 약 15명 가량의 중년 아재들...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맞아, 내가 이 꼴 보기 싫어서 사람들 다닐 시간에 안다녔었지. 아재들이라 잠도 없는지 일찍도 올라왔네. 베틀바위는 베틀을 연상시키는 모양은 아니다.ㅋ 난 베틀바위를 대충 감상하고 빨리 그 곳을 벗어났다. 미륵바위 앞에서는 중년의 부부를 사진 찍어 주려다가 내 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깨졌다. 착한 마음으로 사진 찍어주려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등산앱을 확인하며 대충 3시간 정도를 더 오를 생각을 하니,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민하지 말자. 미리 정한 목표대로 밀어 붙이자.' 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관광지 코스로 빠졌고, 나 홀로 적막한 정상 코스로 향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본 것 처럼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을 만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쌓이면서 길을 감춰버린 듯한... 나도 두어번 경험해 버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등산앱을 따라 잘 찾아 올랐다. 고수가 앞서 가고 있었다면 훨씬 편했을텐데. 그래도 산 몇번 올라봤다고 멀~리 시야를 두면 어디가 길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는. 그리고 산악회나 동호회 같은데서 달아놓은 리본도 큰 도움이 되고. 아무튼 그렇게 정상까지 한걸음 한걸음 올랐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허벅지 보다는 엉덩이에 무게를 실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그게 아직 안된다. 그래도 앞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뒤로 옮긴 것이 무릎이나 허리에 확실히 좋았다. 갈림길에서부터 약 1시간 반정도 올랐을 쯤부터 다리가 무적이 됐다. 몇번의 등산으로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내 다리는 약 2시간쯤 오르막을 걸으며 고통을 느끼고 나면 다리게 감각이 없어지면서 최면이 걸린 것처럼 계속해서 오르막을 걷는다는... 남은 1시간 반을 그렇게 올랐다. 회사에서 가끔 답답함을 느낄 때 내 몸을 혹사시키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바로 그 상태가 되었다. 헬스장에서 스쿼트 100개 하면서 느끼는 고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태. 숨은 차지만 뭔가 힘든 상태인데 나도 모르게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 고통스러운데 정상이 다가오니 즐거운? 아무튼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까지 3시간 50분. 약 4시간이 걸렸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상당히 빡센거다. 대부분의 산들이 정상까지 3시간 안걸리는데 4시간 걸렸으니... 잠시 숨을 고르고, 인증샷 하나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어차피 다음 스케줄도 없으니 천천히 무릎을 보호하며 내려가자고 다짐했지만, 역시 천천히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다.ㅎ; 아줌마 한명만 나를 재끼고 내려가는 걸 보면 금세 맨탈이 무너진다. 아줌마보다도 못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하산 길에 등산객들과 마주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었다. '아직 많이 남았나요?', '얼마나 더가야 되나요?' 그럼 나는 '거의 다 왔습니다.', '30분 정도 가시면 됩니다.', '1시간쯤 더 가셔야해요.', '아직 많이 남으셨어요.' 라고 답했는데, 처음엔 응원이었지만 갈수록 뭐지 이 사람들. 그냥 아무 정보없이 오르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3시간 코스에서 1시간 와놓고 많이 남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주기가 참 난감하다. 거의 다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아직 많이 남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쭈욱 내려와 갈림길까지는 2시간 걸렸고, 무릎 통증 때문에 다른 곳을 더 둘러볼 여력이 없어서 곧장 주차장으로... 오늘은 무릎 보호대도 착용하지 않았고, 등산스틱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요즘 걸음걸이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도구에 의존하면 또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 맨몸으로 도전해 봤다. 당분간은 무릎 보호대는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고 등산 스틱은 사용하더라도 아주 살짝살짝 도움 받는 정도로만 사용하려고 한다. 오후 2시 이전에 내려와서 동해 좀 들쑤시고 다녀보려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차가 좀 막혔다. 이래서 남들 다니는 시간에 안다니는데. 요즘은 등산보다 장시간 운전하는게 더 괴롭다. 후...

 

아무튼 오늘 두타산 방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예보대로 날씨도 좋았고... 볼거리도 많았고... 정상 욕심만 없으면 다른 모든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고, 볼거리는 주왕산에 못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것 같다. 정상까지도 거리는 좀 있지만 무섭거나 위험한 길 없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좋은 길에서 1.8km 속도로 걸었다니...ㅋ 오늘의 혹은 한 다섯그룹 정도의 술판 벌린 아재들.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지, 내가 운좋게 지금껏 저런 그룹을 안만났던건지.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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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7


어제 소백산 갔다가, 주왕산 주산지에 들렀다. 내가 생각해 놓은 주왕산 등산 코스대로라면 주산지는 따로 봐야했기에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다. 소백산에서 1시간 40분 걸렸고 오전 11시 반에 입장했는데 토요일 그 시간에도 주차장이 거의 만차였다. 이시간에 주산지를 들른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수였다.ㅋㅋ 입구에서 20분쯤 걸으면 주산지가 바로 보인다. 예술이지. 물에서 자라니 수초인가... 그 정체는 버들나무, 버드나무이다. 새벽 안개꼈을 때 봤으면 더 예술이었을텐데 만약 그랬다면 등산이 어려웠겠지...




강구항 가던길에 만난 청송 얼음골 폭포... 이것도 예술~




그리고 드디어 오늘 주왕산 주차장에 6시에 도착해서 짙은 안개를 보고 있노라니 또 어제의 악몽이 떠올랐다. 주왕산 오전 6시에서 9시까지 기온이 3~6도 였다. 어제보다 11도가 낮다니.ㅠ 정말 날씨가 이틀연속으로 안도와준다. 근데 근래 새벽의 주차장과는 다른게 주차장에 나 혼자가 아니다. 차에서 40분 정도 대기 했는데 그 사이 들어온 차들만 스무대가 넘었던 것 같다. 약간 설악산 같은 관광 명소 느낌이랄까. 어제의 그 미친듯한 칼바람 때문에 오늘은 한겨울에 입는 파카까지 무장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내가 이른 아침 입산할 때는 항상 매표소에 사람도 없고 그랬는데 여긴 역시 다르다. 지갑 안챙겨 왔으면 왕복 20분 낭비할뻔. 입구엔 대전사라는 사찰로 시작되는데 원래 대전사 위로 주왕산 기암이 멋지게 보이는데 안개때매 아무것도 안보인다.ㅋㅋ 새벽 산행의 단점... 일단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주왕산 코스 [상의 탐방지원센터 - 아들바위 - 급수대 - 학소대 - 시루봉 - 용추협곡 - 용연폭포 - 주봉 - 상의 탐방지원센터] 4시간 30분 소요.


주왕산은 백악기의 호수가 화산폭발로 인해 암벽이 형성되어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바위, 폭포, 계곡, 산세를 볼 수 있으며, 이 산을 비롯한 청송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이다.



입산하고 곧 주왕계곡 입구를 만나게 되고 주봉 가는 길과 용추폭포 가는 길로 나뉜다. 주봉을 먼저 가든 용추폭포 쪽을 먼저 가든 어짜피 만날 길이다. 용추폭포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아들바위가 가장 먼저 보인다. 바위를 등지고 다리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저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 위에 올려진 돌이 엄청 많다. 옆에 계곡을 끼고 20분 가량 걸으면 이때부터 한동안 장관이 펼쳐진다. 급수대, 학소대, 학소교, 시루봉, 용추협곡, 용추폭포, 용연폭포... 기가 막힌다. 거의 대륙 클라스. 사람들이 왜 많은지 알겠다. 일단 여기까지는 별다른 오르막 내리막 없이 누구나 쉽게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큰 노력없이 시간만 투자해도 어마어마한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눈요기는 여기까지 이제 주봉으로 향한다. 처음 만나는 햇빛과도 인사. 




주차장에서부터 여기까지가 딱 2시간. 갑자기 심장마비 주의하라는 문구와 함께 주왕산 2.5km 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50분 가량 하염없이 오르면 곧 주봉을 만나게 되며 이 구간은 경치도 딱히 ^^; 인증샷 찍고 하산 고고싱~




하산길에는 암산을 감상할 수 있다. 혈암, 장군봉,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쭈욱~ 열심히 내려왔더니 주봉에서 대전사까지 1시간 10분이 걸렸다. 입산할 때 못봤던 기암이 보인다. 캬~




사실 전날 칼바람의 트라우마 때문에 겨울 파카를 입고 입산하긴 했는데 더운건 둘째치고 사람들 시선이... 어떤 사람은 반팔도 있었는데... 등산 한번 할 때마다 이렇게 착실하게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쉽지 않은데. 쩝... 이렇게 이번 산행을 마무리 하는듯 했지만 오전 11시에 주차장 빠져나오는데 10분 넘게 걸렸고, 그 시간에 들어오려는 차들의 행렬이 적어도 3km 는 넘어보였다. 문제는 주차장 안이 꼼짝도 안하고 있다는 것. 3km 뒤에 있던 차는 몇시쯤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아무튼 처음으로 경기권을 벗어난 산행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과연 등산을 계속 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늦으막한 단풍에 갑자기 나서게 된 즉흥적인 여행이었는데 일단 나름 괜찮았다. 다음주는 전라도 단풍이 피크인데 과연...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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