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담배를 피우면 이렇게 멋있어 보일 줄 알았었다.
2001년 2월~9월
2002년 1월~5월
2003년 1월~2월
2010년 11월~
이것들이 고작 지금껏 살면서 금연한 시간들이다. 성인이 되고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KT&G.
약간의 돈만 있다면 내 곁에 영원히 남아있어줄 든든한 친구. 하지만 가까이 해서는 안될 친구.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금연을 하기 위해 정말 가지가지 했지만 언제나 실패했다.
항상 밤 11시쯤 되면 남은 담배 몰아 피우며 '12시되면 피우지 말아야지.' 라는 각오를 하지만,
다음 날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신호를 받고, 병맛스럽게 응답을 했다.
금연하겠다고 라이터를 두고 나와 새로 산 라이터만 해도 백만개는 된다.
친구를 만나면 가까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담배를 한 대 물면서 시작을 해야 했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당구장, PC방, 술집을 들렸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지금도 난 금연중이라고 하며, 담배를 끊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100일이라도 금연에 성공할 수 있게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지금 혼자 완전 감회가 새로움.)
- 금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야 하고, 자꾸 시도를 해봐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애연가들도 '언젠간 끊어야지~' 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라도 금연을 시도할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이다.
- 생각이 많아지거나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담배를 끊기가 힘들다.
'오늘 하루만 끊어보자' 라는 생각은 오후 쯤이 되면 '내일 어짜피 피울껀데 그냥 지금부터 피워야지.' 란 생각으로 하루도 못버티게 한다.
'1월 1일부터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끊어보자' 라는 식의 일자를 정하는 것도 담배에 관련된 생각을 알게 모르게 많이 일으키는 것 같다. '오늘부터 끊는 날이네.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며 이토록 힘든 싸움은 없다, 결국 대부분 패배를 경험해 왔다.
'담배 생각이 날 때 사탕, 초코렛을 먹어야지' 라는 생각도 담배를 먼저 생각하게 되므로 대체물인 사탕 등이 없다면 이 방법도 성공하긴 힘들다.
- 금연학교, 금연프로그램 등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런 곳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흡연의 심각성 같은거 알려주고 뭐 그런게 아닐까. 추천하고 싶지 않다.
금연하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내린 금연에 대한 결론은 무념무상.
머릿속에서 담배란 념과 상을 없애야 한다. 최대한 담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담배'란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그 순간부터 피울까 말까 생각을 하게 되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에게는 불리하다.
담배를 태울때의 그 느낌이나 분위기등을 미리 떠올리는 이따위 생각을 하는 순간은, 꽝! 다음 기회에..
첫날은 각오하고 최대한 바쁜척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난 담배를 태울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고 물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나니 금연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차올랐고 이튿날 부터는 담배 생각은 하지도 나지도 않았다.
술마신 다음날 골골 대다가 어쩌다보니 하루 24시간 담배를 못피운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당분간은 친구 및 직원들과의 사교활동은 잠시 접어둔다. 성공한다면 당분간은 그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것을 왕따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멀어질 사이면 그냥 멀어지는게 낫다.
금연할 때 심심하면 꾸는 뻔한 스토리의 악몽. 난 금연 첫날도 이꿈을 꾸었다. 담배 피우는 꿈...
이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안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꿈이 지금 내가 금연을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며 금연을 지속시켜준다.
오늘도 100일 기념으로 그 꿈을 꾸었다. 오늘이 100일이 되었는줄도 오늘 알았다.
금단현상은 없었다. 단지 무턱대고 쑤셔넣은 군것질 때문에 체중이 내가 원하는대로 불어났고, 내가 원하지 않은 배도 불어났다.
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살이 안찌는 사람은 없다. 살이 찔 정도로 안먹었기 때문에 안찌는것 뿐.
빼는 것도 마찬가지다, 빠질정도로 적게 먹으면 안빠질 수가 없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위해서 꾸준한 운동은 필수.
난 요즘 뱃살을 빼기 위해 300칼로리를 소모하는 유산소운동과 측정 불가능한 무산소운동을 하고 있다.
뱃구녁에 王자 강림하시는 그날까지 쭈~욱!
금연에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담배를 참는데 힘들이지 말고 잊는데 노력하자.
- 갓 100일된 1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