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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며칠전 친척들과의 스크린골프장 방문. 이게 웬걸, 내가 제일 못나갸~
공은 맞출 줄 알았었는데 잘 치려는 내 마음을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63오버파. ㅋㅋㅋㅋㅋㅋ
공 맞추지 않고 18홀 돌아도 거의 저 점수랑 비슷할텐데. 쿨하게 웃으며 마음속으로 위로합니다.
'그래 난 배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집에 와서의 이 긴 여운은 대체 뭔지.
제일 젊은 놈이, 아니 그것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이렇게 못하는 스포츠가 생기다니. o(T_T)o
그 날 저녁 골프 동영상을 다운 받아 즐감하고, 헬스장 옆에 붙어있는 골프연습장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최고급 핸드폰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폼도 교정하면서 그렇게 나의 삽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한시간 두시간 열심히 휘두르다 보니 처음엔 왼손을 너무 꽉쥐어서 새끼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왼손으로 골프채를 꽉 붙들었다는 증거!
어쨌든 꽉쥐어야 한댔으니 내 손가락 아닌 것처럼 골프채 불끈 쥐고 계속해서 열심히 휘둘렀습니다.
왼손 그립 꽉잡고 왼팔꿈치 쫙 펴고 신나게 뒷땅을 치다보니 왼쪽 팔꿈치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뒷땅 그만쳐! 아파! 아파!' 팔꿈치에서 비명이 들려왔지만 '뒷땅 치는 건 내 뜻이 아니여' 라며 계속해서 뒷땅을 깝니다.
며칠뒤 왼팔이 아파서 오른팔에 힘을 싣고 스윙을 하게 되었습니다. 슬슬 치다보니 이제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살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에도 계속해서 엄지손가락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열심히 휘둘렀습니다.
금새 대일밴드가 밀려 내려오며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에라 모르겠다. 이미 이 팔은 내 팔 아니여.
며칠 뒤 이번엔 장갑낀 왼손의 검지손가락 윗살이 까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지. 검지손가락 윗살은 한게 없는데.
그리고는 며칠전 결정타로 오른손 약지 살이 찢어졌습니다.

그물 찢어져라 열심히 휘두르고 싶었지만, 이제는 양팔 어느쪽에도 힘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일단 출근을 했습니다.
힘 쫙 빼고 슬슬 휘두르다보니, '어라 힘 뺀게 더 잘맞고 더 잘 나가;' 그렇게 며칠 치다보니 다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 그물을 내가 찢어보리니...' 그리고 다시 힘차게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펑~ 펑~ 펑~"
하지만 또 다시 신호가... 등에 담이 찾아왔습니다. 그물이 아닌 등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더이상 스윙을 못한채 무릎을 꿇었습니다.
허리 완전 튼튼해졌는데 갑자기 웬 등... 이런 등신... 집에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조용히 누워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골프장에서 만든 담 골프장에서 풀으리'라며 스윙 한번 하고는 조용히 채를 놓고 나왔습니다.
집에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님이 드시는 진통소염제를 먹었습니다. 효과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꼼짝없이 앉아서 상상해 봅니다. 나의 멀쩡했던 몸뚱아리를.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봅니다. 대체 무엇인가 나의 직업은...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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