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글 4건

도봉산 신선대

Daily/Hiking 2020. 9. 21. 23:33

2020. 09. 19.


얼마전 막내이모가 도봉산 오봉쪽에 같이 가자고 바람을 넣고는 몸살로 누우셨다. 다음에 갈까 하다가 타이밍 상으로 이날이 좋을 듯하여 강행하였다. 새벽 3시에 기상해서 기상청을 보니 서울은 아침 3~9시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예보되어 있긴 했다. 적은 양이기도 하고 비구름 영상을 보니 북서에서 남동방향이라 강북지방인 도봉산은 이미 비가 오고 그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 밖을 나가자마자 도로에 비가 쫙 깔렸다. 동부간선도로를 탈 때부터 비는 거의 멈췄고 도봉산 근처는 내 예상대로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동네별로 친절하게 예보해 주는 기상청 서비스는 정말 쓰레기 같다. 직접 구름 영상을 보는게 2~3시간 앞을 예측하는데는 훨씬 도움됨. 아무튼...






* 코스 및 소요 시간


04:55 - 송추2주차장

05:05 - 오봉탐방지원센터

05:50 - 여성봉 (30분 휴식)

06:50 - 오봉

07:10 - 오봉삼거리

07:50 - 신선대 (30분 휴식)

09:00 - 오봉삼거리

09:35 - 송추폭포

10:20 - 송추2주차장


40분만에 도착한 도봉산 송추주차장. 신선대가 목표였지만 오봉이랑 여성봉을 보기 위해 도봉탐방지원센터가 아닌 오봉탐방지원센터를 출발지로 정했다. 거리는 조금더 멀지만 도봉탐방지원센터 쪽 주차장은 시간당 1200원, 오봉탐방지원센터 쪽 송추주차장은 일일권 5000원이라 일일권이 속편하다. 참고로 난 4시반쯤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주차장에 일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공짜로 이용했다; 들어올때 돈내고 나갈때는 프리패스하는 시스템... 역시나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고 난 또 이 깜깜한 산길을 홀로 나선다. 4시55분 주차장에서 출발. 오늘은 원래 여성봉에서 6시 20분에 일출을 보려고 계획했었다. 5시 50분에 도착해서 보니 와우~ 생각치도 않았던 확 트인 여성봉 뷰가 놀라웠다. 고작 1시간도 안올랐는데 이런 멋진뷰를 볼 수 있다니. 연신 감탄하며 일출을 기다리는데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오봉 능선 때문에 과연 멀쩡하게 일출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냥 시간만 되면 어디서든 일출을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온것인지... 




6시 20분까지 기다려보다가 여긴 자리가 아니다 싶어 일출을 포기하고 오봉을 향해 다시 걸었다. 이제 날도 환해졌겠다 후레시도 넣고 편안하게 걸었다. 30분 정도 걸으니 금새 오봉에 올랐다. 아... 여성봉에서 기다린 30분이 아니었으면 여기서 장관을 보는 것인데 조금 안타까웠지만 오늘은 또 기대도하지 않았던 운해가 예술이었다. 서울에서 이런뷰... 실화? 대충 수락산, 불암산 정도로 예상하고 신선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오봉에서 신선대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 코스는 조금 버라이어티하다. 오봉탐방지원센터에서 오봉까지는 약간의 경사, 약간의 계단이 있어 오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오봉에서 신선대 코스는 난간을 잡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꽤 많다. 근력이 부족한 여성 유저들은 조금 힘들수도 있다. 토나올 정도는 아니었고 적당한 놀이 수준? 아무튼 적당히 재밌는 정도였다. 




그렇게 8시에 신선대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사장님 나이스샷~' 뷰 예술이얌~ 정상에는 이미 장비로 무장한 사진사 두분이 작품을 만들고 계셨다. 그분들도 감탄하고 있는걸 보니 '이거 정말 비싼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사진을 찍고 송추폭포 방향으로 내려갔다. 신선대 바로 밑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어찌 산짐승들 틈에서 용하게 살아 저렇게 돌아다니나 싶었다. 너무 이쁘게 생긴 냐옹이. 지못미~ 오래오래 잘살아~ 이제부터는 공포의 내리막이 시작된다. 뚜벅뚜벅 지루하게 내려가다보니 1시간 10분 만에 송추폭포가 나왔다. 장마 끝난지 좀 되서 그런지 물살이 약함...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송암사 라는 절을 보았지만 패스... 그리하여 10시 20분에 주차장에 다시 복귀했다. 유후~




도봉산 등산 소감은... 역시 북한산 국립공원이다. 강북쪽의 많은 산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과 기암괴석이 훌륭했다. 북한산에서는 도봉산을 바라보고 도봉산에서는 북한산을 바라보는 장관 또한 기가 막히다. TOP 산 in 서울로 인정.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그 새벽에 다른 산을 오르면 갖은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짐승들 지나다니는 소리, 바람에 날리는 낙엽소리, 벼라별 소리가 다 들리는데 내가 간 오봉 코스는 정말 음소거 모드. 진짜 내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신기해서 도대체 언제 소리가 날까 했더니만 송추계곡 쪽으로 내려올 때 그 때부터 물소리, 매미소리가 들리더만. 서울이라 그런가 왜 새소리도 안난대? 약간 삭막한 느낌도 있었지만 나름 신박한 경험이었음ㅋ 


그리고 또 하나의 숙제. 내 무릎팍... 등산을 위해 하체운동과 파워워킹으로 무릎 테스트 준비를 마쳤었는데 코로나 2.5 단계로 인한 헬스장 휴업으로 2주간 운동을 못했었다. 한주만에 다시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었는데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이날은 무릎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서 등산 스틱도 꺼내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무릎밴드는 했다 ^^; 4시간 동안은 거의 완벽했다. 조금의 통증도 느끼지 못했는데 하산을 시작하고 1시간 쯤 뒤부터 아주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전혀 무리는 없었다. 간만에 정말 기분좋은 상쾌한 등산이었다. 최근 다닌 산들에 비해 경사가 완만하기도 했고 거리도 짧았고, 파워워킹도 했고... 확실한건 계속해서 파워워킹을 하면 이정도 거리와 경사의 산행은 여유 있게 가능하다는 사실이고 정말 다행스럽지만, 이것이 한계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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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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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Daily/Hiking 2020. 8. 27. 18:30

2020. 08. 15.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식단 관리하고 몸짱이 되고 싶다가도 다 포기하고 돼지가 되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로 당장 접으려 했다가도 화창한 어느 날은 등산 안간걸 후회하기도 하고. 그렇게 벼르고 있었는데 광복절 덕분에 더 여유있는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최근에 도봉산을 계획했다가 두번이나 늦잠 자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ㅜ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비. 전라도 경상도 약간 흐림. 덕유산 부터 아래로 비가 안왔는데 덕유산에서 지리산은 1시간 차이. 그 정도라면 지리산을 한번 가보는 것이... 아직 무릎 테스트도 안했는데 과연 지리산이 옳은 것인가. 지리산까지 주유비 5만원, 톨비 3만원, 교통비 아까워서 이튿날에 속리산을 계획했지만 무릎팍 때문에 포기.ㅋㅋ


이래저래 갑자기 계획세우다 보니 잘 시간이 없네.ㅎㅎ 3시간 자고 출발해야 하는데 3시간만 잘 수 있깐? 매번 설레여서 잠못자고 늦잠자고... 그렇다면 또 가서 자는것이... 저녁 8시 반에 출발했다. 띠띠빵빵~ 새벽 1시에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잠 때렸다.


중산리탐방안내소 - 5.4km(3시간30분) - (로타리대피소/법계사) - 천왕봉 - 1.7km(1시간30분) - 장터목대피소 -5.3km(4시간) - 중산리탐방안내소


역시나 푹 자지는 못하고 4시쯤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엔 무릎밴드와 스틱의 효과로 무사히 등산을 마치는 것이 목표! 4시경부터 입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4시 반쯤 적당히 끌리는 한 그룹 뒤에 졸졸~ 따라 입산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길을 비켜주는 과도한 매너. 으... 또 나 홀로 새벽 산행... 한발한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딛고, 무릎을 외회전 시켜 스쿼트에서 일어나듯 돌계단을 밟아 올랐다. 무릎밴드의 효과가 좋은듯 했다. 거의 통증은 없었고 천천히 오르니 숨도 가쁘지 않았다. 그냥 세월아 네월아 뚜벅뚜벅 걸었다. 




6시반에(2시간)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했고 바로 그 옆에 법계사를 한바퀴 돌며 숨을 골랐다. 법계사삼층석탑 인증하고 다시ㄱㄱ~ 





8시에(3시간반) 천왕봉에 올랐고 안개님 덕분에 뷰는 없었다. 찬바람에 땀을 다 식히고 마지막 미션,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대피소에 9시반(1시간20분) 도착. 그대로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어기적어기적... 





총 소요시간은 대~충 8시간. 휴식은 거의 안했는데 어플을 늦게 껐음.ㅋ 사이트에 안내된 시간처럼 거의 다 걸리긴 처음이다. 보통 1/3 정도는 단축됐었는데... 살살 걷는게 목표긴 했지만 역시나 내리막에서의 내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밴드와 스틱이 약 5%? 정도의 충격은 흡수했다. 그 정도로 내리막에서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오늘도 꽤나 절망적이었다. 아줌스들이 오늘도 내리막에서 나를 제꼈고 게다가 오늘은 무슨 마라톤을 한다고 지리산을 막 뛰댕기는 기인들이 많았다. 어이가 없다. 나는 옆에서 절뚝거리고 있는데 누구는 뛰댕기고... 설악산 때 보다는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무릎이 덜 아프긴 했지만, 천천히 걷기도 했고... 딱 예상한 만큼 아팠지... 


요즘 등산에 있어서 몇가지 포기한 것이 있다. 등산객과 마주치지 않기. 트롯 겁나 크게 틀고 산행하는 노인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메아리칠 듯이 수다 떠는 아줌스들과 잠시라도 동행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무릎 이상으로 자꾸만 마주하게 되니... 참고 귀막고 가야 한다. 또 하나. 맑은 날씨에만 등산을 고집해 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다면 먹구름이 껴도 이제 상관없다. 그저 산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것이 을의 숙명.


어쩌다가 비 안오는 산을 고르다 보니 지리산까지 오게 되었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리산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특징들을 조금 적어보자면 다른 산들에 비해 오르막 구간이 꽤 길다는 점? 그냥 오르막 밖에 기억이 안나는... 내려올 때는 내리막 밖에 기억이 안나고...ㅋ 다른 코스는 모르겠지만 중산리 코스는 그냥 좀 썰렁하다고 해야 되나. 설악산을 다녀온 직후라 그런가. 설악산은 화려하고 수려하고... 지리산은 죄송하지만 좀 지루함...? 아직은 산을 즐길줄 모르는 어른아이. ㅡㅡv


어쨌든 이제 무릎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 


  • 웨이트로 단련된 하체 운동은 오르막에서만 통한다. 
  • 평지나 오르막에서는 괜찮은데 내리막에서만 무릎이 말도 안되게 아프다. 
  • 평소 짧은 계단을 내려갈 때는 별 이상이 없다. 


저러한 증상으로 봤을 때 무릎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거 같다. 단지 오래 걸은 후 내리막에 쓰이는 무릎 주변에 어딘가의 근육이 부족해서 발생된 통증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가 평소 하루에 걷는 거리는 약 2km 내외다. (회사나 헬스장 가는거리ㅋ) 도통 안걷다가 등산을 하려하니 무릎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마지막 의심을 해본다. 이제 해볼 수 있는건 하나. 하루 40분 파워워킹으로 걷는 근육 만들기. 웨이트 할 시간도 없는데, 진짜 가혹하다. 만약 이래도 아프면 등산 진~짜 진~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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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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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Daily/Hiking 2020. 6. 2. 18:55

2020. 05. 30


이번주 토요일 기상 체크 완료. 거의 최고의 날씨. 한 주 쉬고 싶었는데 언제 또 구름끼고 비오고 할지 모르니 날씨 좋을 때 놀아야지. 최근 가고 싶었던 산 중 설악산이냐 오대산이냐를 고민하다가 일단 설악산의 소공원에서 시작하여 대청봉 찍고 공룡능선으로 내려오는 공홈상 17시간 20분짜리를 도전하고 싶었다. 보통 내 걸음으로 1/3 정도 줄어드니 12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 했다. 그리고 만약 몸이 말짱하면 혼술 때리고 속초서 자고 담날에 오대산 천왕봉 코스 도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목표를 높게 잡고 저녁 9시에 잠을 청했고 11시 반쯤 모기콜 당해서 한시간 먼저 일어났다. 시간적 여유를 조금 누리면서 이틀치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 4시에 입산할 수 있도록 시간 맞춰 출발했다. 




* 예정 코스 (설악동으로 올라 대청봉에서 턴하여 공룡능선으로 내려옴)

설악동(소공원) - 비선대 - 희운각대피소 - 대청봉(6:40) - 희운각대피소 - 마등령삼거리 - 비선대 - 소공원(17:20)


* 실행 코스 (설악동에서 올라 대청봉 찍고 고대로 내려옴)

설악동(소공원) - 비선대(50분) - 양폭대피소(2시간) - 희운각대피소(3시간) - 소청봉(3시간50분) - 대청봉(4시간30분) - 희운각대피소 - 비선대 - 소공원(9시간)



새벽 3시 반쯤 설악산에 잘 도착했다. 한달 전에는 대부분 구간이 통제되서 사람이 별로 없었었는데 오늘은 이 시간에 차량이 꽤나 많다. 역시 설악산 클라스~  간단히 간식을 먹고 입산하는데(am4:00), 다행히 앞에 한 팀이 있어서 하나도 안무서웠다.ㅋㅋ  동이 트면서 앞지르기 시전하고 한팀씩 제껴갔다. 희운각대피소 전 양폭포쯤 까지는 경사도 심하지 않고 경치 즐기기에 좋다. 양폭포를 지날 쯤부터는 계속해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나고, 난 평소에 비해 조금 빨리 지친듯 했다. 아직 지칠 시간이 아닌데,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고 얼마뒤 맞은편에서 등산객을 처음 만났다. 대청봉에서 오는거냐 물으니 오색에서 올라 조금 빨리 보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도 오색이 빠른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양한 경치를 즐기고 원점회귀를 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한건데, 똑같은 시간에 입산해서 이미 정상 찍고 내려오는 사람을 보니 좀 기운이 빠졌다. 처음 겪은 일이라...ㅋ 난 아직 소청봉도 못갔는데... 그 때부터 힘도 더 들고 지치고... 그냥 꾸역꾸역 올라갔다. 특히 중청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다왔다고 느꼈는데 대청봉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ㅜ 대청봉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이 보였다. 이런 젠장. 꾸역꾸역 올라 드디어 대청봉과 마주했다.(am8:30) 딱 4시간 반 걸렸다. 설악동발 1빠긴 한데... 대청봉 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인증샷 찍느라고 시끌벅적 했고 나도 낑가서 겨우 인증샷을 찍었다. 아... 진짜 아줌마들 푼수처럼 떠드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 내가 이래서 사람들 많을 시간에 등산을 안하는데... 9시도 안됐는데 햇볕도 엄청 뜨겁고 그늘도 없고... 으... 하지만 대청봉에서 보이는 장관을 보는 순간엔 모든 짜증을 잠시 잊었다. 한달전 마주보던 울산바위, 범봉, 칠성봉, 권금성, 화채봉, 동해... 하~ 예술이다. 오르는 내내 설악산은 정말 최고의 산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기다란 계곡과 힘찬 폭포, 웅장한 기암절벽, 다른 수많은 능선들. 제발 날씨가 좋기를 바랬는데, 그 날씨속에 있으면서도 또 구름한점 없으니 그것도 조금 아쉬웠다. 진짜 장관은 운해인데 한번을 못보네... 





슬슬 내려갈 코스를 선택해야 했다. 공룡능선으로 내려가면 7시간 정도로 예상하긴 했는데 갑작스런 더위에 정신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또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음료와 간식을 거의 차에 놓고 와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공룡능선을 이 상태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일단 갈림길인 무너미고개까지 내려가려고 했는데 대청봉에서 출발하는 그 순간부터 무릎에 통증이 시작됐다. 이럴꺼 같아서 등산스틱도 빼들었는데 이건 뭐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아줌마들도 폴짝폴짝 잘 뛰어 내려가는데 또 산과의 외로운 사투가 시작됐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게다리도 해보고 계단에서는 뒤로도 걸어보고 사뿐사뿐도 걸어보고 슬로우로 걸어보고 벼라별 괴상한 자세는 다 해봤지만 안아플수는 없었다. 어짜피 아픈거 그냥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공룡능선은 커녕 4시간이 넘는 길을 이렇게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고, 산을 오른 것까지 후회됐다. 왜 내 무릎만 이러는지. 아프다고 하산을 안할수도 없는 일이고.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오색에서 원점회귀하는게 백번 나았을 것을... 무리한 스케줄을 잡은 내가 문제지만, 그렇다고 200km 이상을 달려와서 4~5시간 등반하고 집에 오는 것도 꽤 허무한 일이다.​사진 찍을 생각은 진작에 사라졌고 하산해서 밥도 안먹고 집으로 와버렸다. 제대로 삐졌다. 산한테 삐진건지 내 무릎에 삐진건지...

내가 산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운동도 되고 장관도 즐길 수 있어서 였는데, 무릎이 이렇게 아프면 사실 등산을 안하는게 맞다고 본다. 헬스를 하다가 어디가 아프면 그만 두면 되지만, 등산을 하다가 아프면... 이건 답이 없다. 등산할 때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진 않았지만, 아픈 몸을 이끌면서까지 등산을 할 정도로 산에 미치진 않았다. 오늘 어쩌다 보니 설악산을 제목으로 이렇게 짜증섞인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 정도로 등산을 하기 힘든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해서 그런것 같다. 어찌나 다양하고 요상한 자세로 내려왔는지 이 다음날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는데 엄청 고생했다. 기록처럼 24km 가량을 등산을 했으니... 거기다 12km 정도는 요상하게 내려왔으니 허리가 멀쩡한게 이상한거지. 반나절 지나고 괜찮아져서 다행이었지만 허리까지 이래되니 확실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떻게 다시잡은 허린데... 미녀가 꼬셔서 데리고 가지 않는 한 등산은 두번 다시 안 할 생각이다.(이렇게 말하고 설마 또 다음주에...)  다른 취미 생활 찾아봐야지... 자전거도 타다말어, 등산도 하다말어... 아~ 나 이런 타입아닌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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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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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영봉

Daily/Hiking 2020. 5. 27. 19:14


2020. 05. 23


내일 전국 날씨 스캔 중 경기, 강원은 흐리나 충청권에는 맑음이라 거리상으로 후보에 오른 속리산, 월악산, 치악산. 그 중 내일은 여러모로 월악산이 괜츈할듯 하여 월악산으로 선택. 월악산은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봉은 영봉(1,097m) 이다. 


국립공원이라 그런가 월악산도 코스가 겁내 많다. 크게는 동쪽에 도락산코스, 서쪽에 영봉코스, 남쪽에 포암산코스, 북쪽에 충주호코스. 월광폭포, 망폭대, 학소대, 수경대, 자연대, 수렴대 등 볼거리가 있지만 흩어져 있어서 다 둘러보기가 쉽지 않음. 어쨌든 주봉은 가야하니 영봉코스로...


항상 차를 가지고 산에 갈때면 원점회귀 때문에 코스 탐색이 필수이다. 한번에 최대한 많은 코스를 돌아보고 싶은게 모든 사람들의 욕심. A코스로 올라가 B코스로 내려오고 B코스에서 다시 A코스로 돌아가는게 문제인데 그 구간만 버스를 타거나 1시간내로 걸을 수 있다면 걷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도 안된다면 올라간 코스 고대로 내려오는거고... 다행히 월악산에서는 두 코스를 돌아보고 원점회귀가 가능한 코스가 있다. 바로 덕주사, 자광사 코스. 덕주사에서 자광사까지는 도보로 5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버스도 여러대 있어서 체력 비축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 덕주사 코스 : 덕주사 - 마애불 - 960고지 - 송계삼거리 - 영봉 (공홈상으로 3시간20분, 주차가능)

- 동창교 코스 : 동창교입구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영봉 (공홈상으로 3시간, 주차불가)


언제나처럼 주봉에 더 가까운 코스로 일출시간(5시 15분) 30분전에 입산을 계획하고 일정을 짰다.


* 계획

집(1:30) - 덕주사 주차장(4:00) - 자광사(4:40) - 송계삼거리(6:10) - 영봉(7:40) - 송계삼거리(9:10) - 마애불(10:20) - 덕주사(11:00)


* 실행

집(1:30) - 덕주사 주차장(3:40) - 간식타임(4:05) - 자광사(4:45) - 송계삼거리(5:55) - 영봉(6:30) - 휴식(6:50) - 송계삼거리(7:10) - 마애불(8:30) - 덕주사(9:00)

(자광사에서 영봉까지 오르는데는 약 1시간 45분이 걸렸고, 영봉에서 덕주사까지 내려오는데는 약 2시간 10분이 걸렸다.)


이날도 잠을 거의 못잤다.ㅋㅋ 설악산 갈 때도 거의 밤 새다시피해서 이번엔 잠 보충을 잘 계획하고 저녁 7시에 누웠는데 저녁 9시반에 깼다.ㅋㅋ 새벽 1시까지 잤어야 했는데 잠도 더 안오고 뭐... 그래서 또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가 정시에 출발했다. 새벽이라 삼성동 집에서 국도로 가는데 2시간 10분밖에 안걸림. 요즘은 기름값 떡락해서 국도로 다니는 재미가 솔솔. 새벽이라 차 안막히고 시간 절약하는 장점이 있지만 경치란게 없음.ㅜㅜ 자광사 입구에서 덕주사 입구로 가는 길목에 고라니가 버티고 서있어서 개놀람. 내가 비켜가긴 했는데 살짝이라도 달려들어서 차 찌그러질까바 후덜덜;; 더군다나 곧 이 길을 걸어서 돌아와야 한다는 공포가...ㅜㅜ 3시 40분에 덕주사의 텅빈 주차장에 도착했고 간식 보충하면서 산행준비를 마쳤다. 큰길로 내려가는 길도 왜케 무서움. 이렇게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유튜브 틀고 잠시나마 무서움을 떨쳤다.ㅋㅋ 이건 당최 등산을 하는건지, 극기훈련을 하는건지... 다행히 자광사로 가는길에 고라니는 없었고 4시 45분에 자광사에서 입산을 시작했다. 근데 길이...; 비좁아서 양쪽 수풀이 살에 닿을 정도. 게다가 새벽내 거미녀석들이 친 거미줄 테러까지. 뒤에 따라올 사람들이 이 고마움을 알아야 할텐데.ㅋ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살짝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비에 젖은 돌에 미끄러져 무릎을 아야했다. 간만에 또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른발이 미끄러졌는데 왜 왼쪽 무릎이 깨졌을까. 희한하지... 나와라 만능 등산 스틱! 내가 핸드폰 카메라 찍을때 불편해서 웬만하면 등산 스틱 안꺼내는데...ㅋ




송계삼거리쯤 갔을 때 영봉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 전경들은 안개 때문에 너무 흐릿하게 보였다. 날씨 예보에서 구름도 피하고 바람도 피하고 미세먼지도 피했는데 옆동네들 날씨 보는걸 깜빡했다.ㅡㅡ; 아니 봤는데 운해가 아니라 안개로 안보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며칠전에도 필드에서 안개로 고생했는데 이런식이면 곤란하지. 영봉에 오르면 잘보일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까... 이런거는 이제 기대할 레벨은 지났지. 오르다보니 영봉에 다다르기 직전에 진달래가 드문드문 보였다. 아랫동네는 진달래가 다 떨어져 있었는데 윗동네라 아직 시원한 모양.




오늘도 일빠로 영봉에 올라 맑은 공기 흡입하고 아쉽지만 안개에 가려진 먼 산봉우리들 훑어보고 충주호도 한번 훑어주고 인증샷 몇방 날려주고 간식 냠냠하고 10분쯤 쉬다가 내려갔다. 덕주사 코스로 1시간쯤 내려왔을 때부터 무릎 통증이 또 시작됐다. 일찍 귀가해야 해서 서두르긴 했는데 이렇게 또 통증이 올줄이야.ㅜ 게걸음과 스틱에 의존하며 마애불에 와서 사진한방 찍고 가려는데 갑자기 무릎의 심한 통증이 사라졌다. 희한함의 연속; 그렇게 30분을 더 내려와 덕주사 코스의 산행을 마쳤다.




오늘도 하산할 때 무릎이 문제였다. 설악산에서는 괜찮았는데... 그래서 더 방심했었던거 같기도 하고. 무릎도 복불복인지, 전날 하체 운동을 잘못한건지, 오늘은 시작부터 무릎에 살짝 통증이 있긴 했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하산을 좀 빠르게 한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거 같고... 아무튼 간단하게 코스 후기를 간단히 하자면...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약간 길이 덜 정돈된 느낌? 중반까지는 돌계단도 좀 어수선하게(?) 지나기 불편한 구간이 종종 있다. 

* 송계삼거리 - 영봉 : 약간의 계단. 쉬움.

* 송계삼거리 - 덕주사 : 사람들이 많이 다닐것 같은 코스. 계단이나 길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긴 코스.


전체적으로 코스는 무난하다~~ 는...ㅎ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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