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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레이크 GC

Daily/Diary 2021. 9. 24. 00:09

2021. 09. 18.

 

추석 연휴의 시작을 골프장에서 보냈다. 한 50일정도 쉼 없이 일했던 것 같다. 헬스도 못했고 등산도 못갔다. 몸둥아리가 거의 절망적이다. 그래도 아직 약물을 복용할 정도는 아니다. 비타민, 홍삼 따위는 효과도 모르겠고 잠만 잘잔다. 할일이 태산이지만, 그래도 간만의 연휴라 돈ㅈㄹ 하자는 무리들과 함께 일동레이크를 방문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조경, 잔디 다 좋았는데 그린 속도가 ㅎㄷㄷ; 날씨도 좋았고 기분도 좋았고 샷도 좋았고 퍼팅은 개ㅆㄺ. 또 백개를 훌쩍 넘었다.ㅋㅋ 아직도 비싼돈 내고 많이 쳐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 워치4는 쓰지도 않고... 왜샀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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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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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키보드

Daily/Diary 2021. 8. 7. 02:48
Varmilo VA87M RE PBT 45g (저소음적축)
RealForce R2 TKL R2TLS-US5-BK 55g (저소음)

 

이번에는 컴퓨터 키보드 이야기다.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한게 고1 부터 였으니까 28년 동안 참 오래도 두드렸네. 지금까지 가장 비싼 키보드를 샀던게 4만원짜리 로지텍 머시기였나. 펜타그래프. 마우스 이뻐서 사려다가 세트로 샀던게 가장 비쌌던 것 같다. 키보드는 그저 요상하게 생기고 불 들어오면 짱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그렇게 키보드에는 관심 1도 안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팀에 이상한 애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조그맣고 요상한 키보드를 가져와서 관심을 받더니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디게 비싼 키보드라고 했다.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도움을 주러 잠시 그 자리에 갔는데 Ctrl 인지 Shift 였는지 배열이 요상하게 되어 있어서 타이핑도 맘처럼 되지 않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제품은 해피해킹 이었던것 같다.(최근엔 키보드 공부를 좀 했다) 그 이후 비싼 키보드에는 더욱 관심을 끊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팀에 어떤 아웃사이더 녀석이 갑자기 엄청난 소리의 키보드를 사와서는 관종 짓을 했다. 난 키보드를 세게 치는 건줄 알았는데 원래 저렇게 소리가 크게 나는 키보드라고 했고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그것도 디게 비싼 키보드라고 했다. 난 정말 비싼 키보드에 정내미가 다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전 모 회사를 방문했는데 그곳에 약 20명 정도의 개발자들이 전부 독특한 키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는 브랜드를 몰라서 충분히 감탄하지는 못했다만, 키보드 소리가 아주 조용하고 고급져 보였다. 그 팀만의 스웩이 느껴지는... 그리고 집에와서 고급진 키보드의 필요성에 대하여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짜피 하루종일 키보드 두드리는거 비싼 키보드 두드리면 더 좋을까? 당연히 돈 ㅈㄹ이긴 하다. 타이핑만 하고 컴퓨터가 인식만 하면 그 뿐인데 여기다가 돈을 바른다고?ㅎㅎ 만원짜리도 있는데 굳이 30배를 주고? 똑같은 기름넣고 다닐거 이왕이면 비싼 차에 넣고 다니고 싶은 그런 마음과 동일할 것이다. 오히려 차에 비하면 키보드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지.(과소비의 전형적인 타협)

 

그리고는 유튜브로 요즘 대세 키보드를 열심히 찾아봤다. 적축, 흑축, 청축 머 벼라별 것들이 다있었고 커스터마이징에 윤활 작업까지 이 동네도 이미 덕후들이 널려 있었다. 어떤 키보드가 내 마음을 사로잡을까. 일단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도 접점 소리나는 것들은 다 패스. 소리나는 키보드를 쓸 수 있는 곳도 없을 뿐더러 그것들은 지금껏 사용해 오던 것들과 딱히 다를 바가 없어서 제외. 그리고 크기를 줄이기 위해 거의 표준과 비슷한 배열을 가진 텐키리스로 한정. 결국 '보글보글', '서걱서걱' 무접점 저소음을 중심으로 찾아봤다. 토프레 원조 리얼포스를 비롯하여 레오폴드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Gray Blue 색상이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뭐... 온통 품절이다.(텐키리스 87키 기준) 고가 키보드 열풍은 18~19년도에 이미 절정에 오른 듯 했고, 인기있는 제품들은 그 때 다 품절된 듯 했다. 재입고 되도 순식간에 동나고. 난 또 이미 지난 유행을 따르는 중이고... 막상 사려는데 못사게 되니 이성을 점점 잃어갔다. 중고나라에서 중고마저 알아봤지만 물론 중고도 거의 없다. 글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판매되는 듯. 중고나라까지 기웃거리는 나도 한심하지만 대체 저 키보드가 뭐라고, 기능이 추가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기능없는 잡 키보드일 뿐인데.

 

 

아무튼 손에 꼽던 브랜드들을 뒤로 하고 적당한 가격선에서 더 찾아보다가 내 눈길을 끌은 제품이 바로 바밀로(Varmilo) VA87M RE 45g 저소음 적축이다. 45g 이 가장 보편적이라고 해서 선택했는데... 100점 만점에 100점 줬다. 일단 타건감이 유튜브에서 보고 내가 상상한 그 느낌과 너무 똑같았다. 키보드 표면이 맨들맨들 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고, 저소음 적축소리는 100점. 구매 후에 모든 키를 다 두드려 봤는데, 키보드의 중앙인 H 키를 스프링 튀어오르 듯이 떼면 기판 속 울림이 텅텅거리며 신경쓰여서 높이 조절도 해보고 패드도 깔아보고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익숙해 진건가? 지금도 세게 눌러보지만 고의적으로 튕기지 않는 한 신경 쓰이던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암튼 그래서 100점.ㅋ 또 1kg 에 육박하는 키보드 무게로 흔들림이 없음.(다른 잡 옵션들은 소개 않겠음) 아무튼 16만원 정도로 100프로의 만족감을 느낀 나는, '비싼 키보드로 일을 하면 과연 일이 더 잘될 것인가?' 의 질문에 백퍼 그렇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아무래도 비싸고 좋은 키보드라는 생각에 자꾸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실제로 들었다. 이 보다 더 비싼 키보드를 사면 더 좋은 타건감과 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또 한번의 결심을 한다.

 

 

키보드 끝판왕 토프레 리얼포스를 뒤져보다가 리얼포스 R2 TKL R2TLS-US5-BK 55g 저소음(TLSilence)을 선택했다. (막상 사고보니 바밀로와 너무 흡사한;) 과연 이 끝판왕 피보드는 두 배의 가격에 두 배의 기쁨을 줄 것인가? 결론은... 안타깝게도 아니올시다... 타건 5초 후에 바로 현타 왔다. 바밀로가 무접점 저소음 역할을 정말 충실히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보다 더 저렴한 제품 중에서도 훌륭한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바밀로와의 타건감 차이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사실 무접점 저소음은 대부분 비슷할 거라고 본다. 단지 그 안에서의 '보글보글',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아주 조금씩 다를 뿐이다. 만약 모든 키보드가 동일한 가격이라면 어떤 소리가 고급진 소리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의태어는 단지 개취일 뿐일테니. 그저 비싼 키보드에서 나오는 소리를 고급진 소리라고 느끼는 것일뿐. 물론 사용해 본 결과 리얼포스 키보드도 100% 마음에 든다. 바밀로의 매끈한 키 표면보다는 조금 까칠한 리얼포스의 키가 나에겐 더 맞고, 45g 보다는 55g 이 더 맞는 것 같다. 45g 을 써보니까 잘못 스치면 키 입력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55g 을 선택했는데, 키가 너무 무겁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한테는 55g 이 더 잘 맞는다. 같은 이유로 균등 모델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아참, 그리고 이 키보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유독 백스페이스에서만 텅텅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진짜 귀에 거슬린다. 왜 이렇게 만든지는 모르겠는데 종특이라고들 하니 포기하고 금방 적응을 하긴 했다. 참고로 회사에서 이 키보드를 쓰고 있는데 대충 빨리 타이핑 하다가 백스페이스 눌러대던 습관이 많이 사라졌다.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백스페이스를 최대한 안누르려다 보니 타이핑의 속도가 늦어지고 정확도가 나아졌음.ㅋ 아 또 하나의 단점을 꼽자면 저 위에 덮개가 리얼포스꺼는 6만원인가 한다.ㅋㅋ 저건 만원짜리 노브랜드. 쫌 양아치긴 하다. 하나같이 내가 맘에 들어하는 것들은 왜 전부 일제인 것인가.ㅠ

 

이게 이 두 키보드를 한 달 동안 써본 후기이다. 하나는 회사에서 하나는 집에서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어쨌거나 단순히 비싸고 보글보글한 키보드를 써보고 싶었던 목표는 이렇게 가벼운 돈ㅈㄹ로 이루긴 했다. 키보드는 말 그대로 소모품이며 취향이다. 나에게 선물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값비싼 것도 아니며 컴퓨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지르기 좋은 소품 중 하나인 것 같다. 비싼거 사더라도 충분히 백분 다 활용할 수 있다면 만족하지 않겠는가. 이미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는 후기들이 넘쳐나서 우리같은 줍줍이들은 그저 줍기만 하면 된다. 가성비를 선택하느냐 브랜드를 선택하느냐 이 사이에서 선택만하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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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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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ps4u.com

Daily/Diary 2021. 7. 3. 22:26
Domain Name: OOPS4U.COM
Registry Domain ID: 91999715_DOMAIN_COM-VRSN
Registrar WHOIS Server: whois.gabia.com
Registrar URL: http://www.gabia.com
Updated Date: 2018-10-02T08:50:25Z
Creation Date: 2002-11-08T00:39:38Z
Registry Expiry Date: 2021-11-08T00:39:38Z
Registrar: Gabia, Inc.
Registrar IANA ID: 244
Registrar Abuse Contact Email:
Registrar Abuse Contact Phone:
Domain Status: clientDeleteProhibited https://icann.org/epp#clientDeleteProhibited
Domain Status: clientTransferProhibited https://icann.org/epp#clientTransferProhibited
Name Server: NS.GABIA.CO.KR
Name Server: NS.GABIA.NET
Name Server: NS1.GABIA.CO.KR
DNSSEC: unsigned
URL of the ICANN Whois Inaccuracy Complaint Form: https://www.icann.org/wicf/

 

2002년 포트리스 게임을 하면서 깜짝 놀래주는 샷을 날리겠다 하여 깜짝이 내 메인 아이디가 됐었지. 그래서  ggamzzak 아이디도 생겨나고, 도메인도 ggamzzak.com 으로 하려다가 세계화에 발을 맞추겠다 하여 oops4u.com 으로 지었던 거지. 아마도 이 사연은 그 누구도 모를꺼야. 나도 지금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기억이 나네.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이나 잘 썼다. 뭐한다고 도메인을 샀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저 시대만 해도 공짜 도메인도 거의 없었고 호스팅도 없었지. 만원이 궁했던 시절이었는데. 이리저리 호스팅 이사 다니고 하면서도 그래도 고정 도메인 하나로 이력서에 어필도 하고 했었는데. 요즘 시대엔 의미없다. 가비아 배나 불려주지.(연 2만원 가지고?ㅋㅋ) 어쨌든 요즘 세상엔 딱히 도메인 필요없지. 연 2만원 아낄란다. 골치아픈 것들은 하나씩 없애야지. 주기적으로 결제하고 그런건 피곤해. 이제 놓아 줄란다. 좋은 주인 찾아 가거라. 포털에 사이트맵 먼저 링크 다 새로 등록하고 옮겼어야 되는데 쿨하게 가비아에서 네임서버를 삭제해 버렸다... 왜 그랬지 아마추어처럼... 온 포털에 링크 다 깨지게 생겼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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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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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이직

Daily/Diary 2021. 6. 17. 01:05

 

10번째라니...ㅋㅋ 퇴사전 한 달 정도는 널널했는데 실컷 딴 짓하고 있다가, 잠잘 시간도 없을 이런 때 이러고 있다. 이런 큰 이벤트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고...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 9번째 회사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많이 가져다 줬다. 팀원들과 마찰 한 번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홀로서기도 성공했으며, 코인으로 거지가 됐었지만 주식으로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그 때의 근속과 커리어로 만족할 만한 10번째 회사를 맞이했다.

6년전으로 돌아가보면 진짜 내가 다닐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회사였는데 정말 운명처럼 입사를 하게 됐고, 썩 좋은 대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개발자들과 섞일 수 있다는 것에 메리트를 느꼈었다. 그 때쯤 개발1팀, 2팀 합치면 30명이 조금 넘었고, 누구나 경험해 봤으면 알겠지만 얼마 못가 사람수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끼긴 했다. 진짜 메리트는 회사의 네임밸류였지. 삼성/엘지 같은 엘리트 느낌은 아니었지만 훨씬 세련된 누구나 신기해 하는... 그랬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 회사당 나의 평균 유통기한은 약 1년 반이었다. 퇴사 사유도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경영악화/권고사직/깊은빡침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사유들이 반복되다보니 회사에 대한 애정같은 것이 없었고, 그러다가 퇴사하고 나면 나를 필요로 하는 그저 그런 회사들을 또 기웃거리는 그런 반복이었던 것 같다. 9번째 회사 역시 그런 방향으로 흐를 줄 알았다.

처음 1~2년은 꽤 일이 많았다. 야근도 많았지만, 띠 동갑이 넘는 팀원들과 술도 마시고, 워크샵도 가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일했다. 워크샵 얘기하니까 사이트 오픈 때문에 하와이 못따라갔던 2016년이 잠시 생각이 난다...ㅡㅡ 아무튼... 새벽에 출근해서 운동하고 일하다가 새벽에 퇴근하니 차도 안막히고, 주차도 꽁짜. 가장 좋았던건 나를 피곤하게 하는 인간이 없었다. 꼰대처럼 중앙에 앉아 노려보고 있고, 재촉하고 그런 인간도 없었다. 내가 그들 사이에선 꼰대였을지도... 그렇게 지내다보니 회사를 다니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피곤하거나 힘든 적이 거의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그알에도 나왔지만 그런 인간마저 잘리지 않는 회사에서 내 발로 나오기 전까지 잘릴 일은 없을 것 같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헬스와 칼퇴 문화를 이룩하며 나에게 최고의 워라밸이 됐다. 코로나 터지고 나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그런 회사를 고민고민 끝에 내 발로 나오게 됐다.

일단 내 나이가 너무 많아졌다. 우리 고인물들은 그대로 고여 있고, 이런저런 일이 생기며 팀이 불이익을 받게 됐지만, 지들 목숨 역시 파리목숨 인지라 조용히 그걸 또 이겨낸다. 그런 와중에 노릇은 하고 싶어서 보고는 열심히 받고 싶어하지. 내가 뭐 돈을 많이 달라고 했나, 평가고 나발이고 그저 선착순인 회사. 선착순 뿐이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갑자기 주사위 아니 사다리타기로 사람들을 평가하다니... 모욕적이었다. 이 나이면 다른 팀들은 사장이랑 맞다이 뜨고 있는데... 이렇게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쪽팔리면 안된다 아이가. 지금까지는 마치 누구 뒤에 숨어있는 듯한 모양새였는데, 나이가 들면 나이값을 하고 살아야지 이건 아니자나... 어쨌든 그리하여 고심 끝에 떠나려 하니 여친이랑 헤어지는 것 마냥 어찌나 마음이 안좋던지. 6년 넘게 지냈다고 정은 많이 쌓여가지고... 요즘도 간혹 그들이 보고 싶을 때는 그냥 참고 다닐껄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지금껏 해온 것처럼, 내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었으면 그만인데...

어쨌든 불만을 품게 되니 최대한 빨리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런 감정으로 출근하는 것도 짜증났고, 빨리 다른 회사들도 알아보고 싶었다. 빨리는 아니고 천천~히 알아보고 싶었다. 이제 예전처럼 함부로 아무 회사나 가고 싶지는 않았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좋은 조건을 찾아서 이직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금방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갑자기 억울해진 나는 급하게 네카라쿠배당토에 꾸역꾸역 지원을 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기소개서만 평균적으로 2시간 이상씩은 쓴거 같은데, 대부분 초스피드로 광탈했고 나는 맘 편하게 10번째 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지금 10번째 회사에서는 한 20일쯤 됐지만, 사실 예전보다 즐겁지는 않다. 그 때는 정말 맘 편하게 나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살았고, 지금은 그냥 일만 열심히 해야 한다. 차로 40분 걸리던 출퇴근 길이 대중교통 2시간짜리로 늘었고, 헬스를 하려면 새벽에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나 집에서 후딱 하는 수 밖에 없다. 점심에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즐겨 먹었지만 이제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식당밥을 먹어야 한다. 참고로 나는 밥도 혼자 느긋하게 먹는거 좋아하지 사람들 눈치보면서 급하게 먹는 그 문화가 너무 싫다. 하지만 이 식사 테이블에선 마흔 네살에 막내인지라 후딱 먹어야 한다.ㅋㅋ 같은 이유로 퇴근 시간에도 눈치를 보며 퇴근을 편하게 못하고 있다. 하~ 이렇게 얘기하니까 전 회사랑 너무 비교되는데.ㅋㅋ 근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렇게 산다. 코로나 시대에 시간을 그렇게 많이 줬어도 이룬 것 하나 없으니, 이렇게 사는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은 없는 시간 쪼개서 뭐라도 하니 나름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해야할 일들의 구분이 확실하고 그 일들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9시고 10시고 지맘대로 출근해서 밥 한끼 때우고 커피나 한잔 마시다가 회식자리나 만드는 그런 인간들이 없다는게 참 다행스럽다. 일할 맛이가 나쟈나. 꼭 그런 인간들이 월급도 많이 가져간다고.

암튼 결론적으로 나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보다, 나를 더 필요로 하는 회사로 이직했다. 조금이나마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이직했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했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로 이직했다. 18년 동안 틀에 갇혀 모니터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야 회사 돌아가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여러면에서 예전보다는 조금 더 힘들고 어색하지만 적응하려고 노력중이다. 힘들게 내린 결정인 만큼 원하는 회사에 들어올 수 있게 되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번 회사에서 좋은 추억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 바닥의 능력자가 되서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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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Daily/Diary 2021. 3. 28. 23:10

3월 말에 사라지는 휴가 5일을 써야하는 바람에 간만에 휴가 계획을 세워야 했다. 주말까지 하면 총 9일인데... 코로나 때문에 해외는 제외. 가까운 곳은 주말에도 갈 수 있으니 제외. 하니 그나마 먼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셋이 남았다. 경상도랑 제주도는 아무래도 관광지가 많은 편이니 걷고, 산책하고, 구경하고... 이걸 혼자하기에는 조금... 몇 번 해보기도 했고... 해서 제외. 하고나니 전라도 하나 남았다. 멀어서 한 군데만 다녀오기엔 기름값 아까운 곳들을 쓸고 오겠다는 일념하에 컨셉은 정해졌다.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 ㅋㅋ 조금더 구체적으로는 등산과 풍경, 꽃축제 위주로 8박 9일을 돌아보기로 했는데 마지막 토요일과 일요일의 기상이 비로 예정되어 있어서 일단 최소 6박으로 정하고 일정을 짜봤다.

초록창에서 '가볼만한곳' 을 검색하면 지역별로 인기 순위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그 중에 내가 갈 전라도 부근의 시/군 별 리스트에 식당, 숙소, 등산로, 코스 정하는데 까지 꼬박 며칠 걸렸다. 코스도 물론 최단거리 위주이지만 아침에 꼭 봐야할 곳, 점심에 봐도 괜찮은 곳, 저녁에 봐야할 곳, 날씨가 맑아야 할 곳, 구름이 있어도 되는 곳, 비가 와도 되는 곳 등을 고려해서 정했고, 등산로는 통제구간 체크하고 되도록 짧은 코스이면서 볼 게 많은, 주차장도 일찍 도착한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등산로에 가까운 알려지지 않은 주차장, 숙소는 걸어서 식당에서 지역 특산물과 함께 술한잔 할 수 있는 곳으로, 또 정상 영업중인지 확인, 개화 상태는 3월말에 접어드는 이 순간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나니 일정 짜는데만 며칠 걸려 안걸려? 최소 6박을 가려니 챙길 것도 많았다. 등산마다 갈아입을 옷들, 물, 프로틴, 비타민, 비상약, 진통제, 침낭, 핫팩에 손톱깍기 까지.

여느때 새벽 등산갈 때처럼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결국 잠은 3시간 자고 휴가는 시작됐다. 아래는 휴가 맵과 일정표이다.

 

 

1일(20일 토요일: 비)
- 마이산(진안) - 산수유마을(구례) - 천은사 - 화엄사 - 세량제(화순)

2일(21일 일요일: 구름)
- 무등산(화순) - 유달산(목포) - 팽목항(진도) - 신비의바닷길

3일(22일 월요일: 맑음)
- 월출산(영암) - 대한다원보성녹차밭(보성)

4일(23일 화요일: 맑음)
- 천관산(장흥) - 소등섬 - 낙안읍성민속마을(순천) - 여수해상케이블카(여수)

5일(24일 수요일: 구름조금)
- 영취산(여수) - 남해독일마을(남해) - 다랭이마을 - 망운산

6일(25일 목요일: 맑음)
- 남해금산 - 남해패러글라이딩 - 여좌천로망스다리(진해) - 경화역벚꽃길

7일(26일 금요일: 구름조금)
- 해인사(합천) - 가야산

 

남쪽 지방 진달래 산들 쏵다 다녀오려고 했는데 황매산, 천주산, 화왕산은 아직 덜 핀 바람에, 토/일요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기도 하고, 해서 6박 7일로 자연과 함께 하는 극기훈련(?)을 마쳤다. 혼자 6박 동안 계획했던 코스들을 모두 돌고 나니 뿌듯하다. 비오고 흐리고 강풍까지 있었지만 모든 일정을 소화 했으니 운도 많이 따른 듯 하다. 어느 한 곳도 아쉬운 곳이 없었고,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목포 홍어삼합, 벌교 꼬막, 여수 꽃게장 등의 현지 먹거리까지. 일정의 저 하루하루가 주말에 시간내서 하나씩 다녀와야 하는 코스인데 그렇게 일곱번 왔다갔다 하면 기름값만 아깝지. 그래서 언젠가 한번에 다 돌아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네. 가장 힘들었던건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숙소 선정이었다. 방역이 그래도 잘 갖춰진 호텔급들은 혼자 이용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나에게는 너무 낭비였고, 그래서 후미진 찜질방 위주로 전전하다가 남해에서는 시/군 전체에 찜질방 휴업령이 떨어져서 모텔도 이용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차박할 준비까지 하고 침낭도 챙겼으나 등산한 나에게는 샤워가 꼭 필요했다.ㅜ 숙박이야 어디서든 씻고 싸게 잘 수만 있는 곳으로 생각했으니까 이 정도면 선방한셈. 식사도 아침 점심은 챙겨간 바나나와 찐게란으로 잘 때웠고. 등산시 진통제 먹고 파스 무지하게 바르고 다녔는데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음. 일부러 적당한 코스로만 다닌건데... 후유증으로는 7일 동안 9등산을 해서 그런지, 피곤할 때 주로 생기던 포진들이 지금 팔에 점점 퍼져가고 있고 발목과 종아리가 많이 부었다. 참고로 난 청바지 핏 때문에 종아리 운동은 1도 안하는데 이번 9등산으로 펌핑이 제대로 됐다. 느낌 완전 좋은데 이번주 안에 다시 다 빠지겠지.

내일부터는 밀린 일들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저 저 코스들을 언제 다 블로깅 할지가 걱정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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