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 30일
am 7:10 위와 대장을 내어줄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소문만 듣던 그 무시무시한 장청소... 가족력도 없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는 핑계로 이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회사의 종합선물세트 덕분에 빼박이가 됐다. (사실 운동은 술에 비하면 이 사건과 그닥 관련이 없다.) 전날 조퇴하고 오후 5시부터 안내문에 따라 약을 먹으며 충실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깨끗한 대장을 보여주기 위해 불도 켜고 티비도 켜고 쪽잠 자면서 신호가 오면 바로바로 청소를 해줬다. 오전 5시에 마지막 약을 먹고 마지막 청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차움삼성분원까지는 걸어서 10분. 하지만 집을 나선지 5분만에 또 신호가 왔다. 그 한적한 동네에 한줄기 빛 같던 공중화장실... 잊지 않으리. 당최 집 먼 사람들은 아침에 무슨수로 병원까지 오는거지 기저귀차고 오나; 그렇게 반나절 고생한 끝에 건강검진이 시작됐고 수면 위대장내시경을 끝으로 전부 다해서 4시간 넘게 걸린거 같다. 잠이 쏟아지는지 한 5년쯤 됐는데 수면 마취될때 너무 좋았다. 수면 마취되기 전에 잠이든 듯. 결과는 2주 뒤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는데, 일단 대장에 용종 큰거 하나 작은거 하나 떼었단다. 식단 등 조심하라 하고 별다른 말 없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일단 취급 자체가 다르더라. 이상 없는 사람 vs 용종 제거한 사람. 용종 제거한 사람은 모든지 두 배 고생해야 한다. 1주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 2주 안정을 취해야 하고, 2년에 한번 재검을 받아야 한다면 1년에 한번 재검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보다 생일 때문에 수술 30시간 뒤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ㅋㅋ 인터넷에서는 나같이 큰 용종을 제거한 사람의 경우 2주 동안 음주를 하지 말라고 되어 있으나, 어떤 똑똑한 자에 의하면 용종을 떼어내면 상피세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감쪽같이 아문다고 한다. 그 글이 가장 맘에 들어서 그말을 믿고 아주 적당히 음주를 즐겼다. 어짜피 첫 식사도 죽 먹으라는데 난 라면 먹었다. 일부러 청개구리가 되려던건 아니었으며, 이 모든 회복과정이 어쩔 수가 없었다고...ㅜ
10일이 지난 지금 검진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꾸준히 운동해 온 보상을 받은 느낌. 앞으로 술도 더 먹어도 될거 같고, 담배도 더 펴도 될거 같고... 참고로 투명한 폐를 보여주기 위해 검진 5일 전부터 금연을 했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아직 금연중이다. 약 3년만의 금연이지.ㅎ 다시 피우자니 그냥 다 귀찮다. 담배가 싫어졌다. ㅋㅋ 금연 가즈아~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