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 지각.
토요일 오전부터 스케줄이 빡빡해서 오후 봉사활동에 지각이 예견됐다.
미리 지각 알림을 날렸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오전 작업도 망했다.ㅋ
왜 봉사활동은 매번 토요일 정오인거지. 어딜가나 차 막히는 시간;;
차 막히는거 정말 싫어하고 지각하는거 정말 싫어하는 1인.
어딜가나 미리가서 기다리는게 마음 편한 1인.
열심히 달려가는데 비는 또 왜이렇게 오는지.
사무실에서 천둥번개칠 때는 그러던지 말던지인데 도로 위에서는 정말 너무 무섭다 ㅜ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남양주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해서 인사도 못나누고 바로 청소모드 돌입.
비 들이쳐서 창문을 닫고 나니 좌강아지, 우고양이 냄시가 빤쓰 속까지 스며드는 듯 했다.
정말 비오듯 땀을 흘리며 쓸고 닦고 빨고 털고. 으하하!
잠시 강아지, 고양이와 놀아주는 시간에 사진도 좀 찍었다.
친구집 고양이들은 방문하면 개무시하기 일쑤인데, 이 곳 고양이들은 초면에 스스럼없이 부비부비를 한다.
분명 이 녀석들을 이렇게 아프게 한게 대부분 사람들일텐데,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애인이던 장애를 가진 동물이던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구석이 짠한건 매한가지다.
비를 피해 복도로 피신 온 토끼도 한마리 있었는데, 창밖을 바라 보다 나한테 도촬 당했다.
이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특히 아픈 고양이에게 시간 맞춰 가서 배설을 유도하고 받아내는 광경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동물병원도 저 정도로 정성스럽게 하진 않을텐데... 직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꽤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느낌.
이곳에 대략 한 200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확실치 않음) 정말 한마리 한마리를 각각 보살피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은 0원이다. 단지 시민의 후원만 있을 뿐이다.
개인은 연급여 30%에 해당하는 기부금액은 전액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마음이 조금 움직였지만 꾹 참고 있다. 너무 적극적으로 하다보면 왠지 계속 이러고 혼자 살꺼 같은 느낌이 든다.
금일 봉사 선물은 종이앨범과 고무밴드. ^^v
오늘 하루 나를 버리고 힘들게 일을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건 이 꼬라지로 다시 오공이에 타는 일이었다.
깨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이 털들이 생각 외로 안떨어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들러붙은 느낌.
그렇다고 직원들과 빠이빠이하고 차 타기 전에 매너없이 온 몸을 털고 있는 제스처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우는 듯한 표정으로 오공이를 타고 나름 봉사하고 나서의 그 좋은 마음만을 생각하며 기쁘게 귀가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옷 꼬라지 때문에 어머니께 또 욕을 먹었다.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