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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 30


간만에 부처님과 근로자와 주말의 콜라보 휴가. 뭘할까 심심심심~ 혼자 밖에서 할꺼라곤 그저 등산ㅋㅋ. 지난번에 관악산에서 몸을 좀 풀어놨으니 이번엔 빡세게 하고 좀 쉬겠다는 생각에 장시간 산행이 가능한 곳을 알아봤다. 날씨를 보아하니 목/금/토/일 중에 맑은 날은 목요일 하루. 그마저도 강원도 경상도만 오후 3시까지 맑음. 유일하게 오후 6시까지 맑음이 보장된 오대산을 가려고 했는데 국립공원 사이트를 보니 뙇! 정상으로 가는 모든 코스가 산불통제 구간으로 되어 입산불가.ㅜ 사이트에서 미리 알아본게 천만 다행이지...; 그리하여 정오까지 맑음이 보장된 설악산으로 선택했다. 코스는 소공원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 공룡능선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짜 봤다. 사이트 상에서는 약 17시간 코스로 되어 있는데 10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 했다. 아무래도 첫 장시간 코스이다 보니 먹을 것도 바리바리 싸고 완전 무장을 완료! 4시간이라도 자려고 오후 10시에 누웠는데 설레여서 그런지 12시 반까지 뒤척이다가 그냥 짐싸고 나와 핸들을 잡았다. 경유 최저가가 1,000원 정도이니 50분이 더 걸리더라도 톨비 만원을 아끼기 위해 국도로 달려 보았다. 오랜만에 타 본 미시령 고개는... 정말 토나왔다.ㅋㅋ 새벽 3시반에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역시 암흑뿐. 하늘엔 별이 빤짝빤짝~~~ (기술이 없어서 별을 찍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잘 도착하고 잠 잘오겠다 싶어 4시 40분에 알람을 맞추고 한시간 꿀잠을 잤다. 일출 시간은 5시 반. 5시가 되서야 약간씩 동이 트기 시작했다. 입산 고고~ (5:00)




생애 첫 등산화와 함께 등반하는 상쾌한 기분. 발목 길이로 고민하다가 짧은걸 샀는데 발목이 말짱할지 약간 걱정은 되지만, 그것도 그렇고 새 등산화가 한방에 헌것이 될거라는 걱정도ㅋㅋ. 그래도 룰루랄라~ 새벽이라 입장료 패스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얄짤없음^^ 카드를 건네고 잠시 옆으로 눈을 돌렸는데... '산불예방으로 인해 5월 31일까지 비선대, 울산바위를 제외한 모든 구간 입산 통제' 뙇! 이런 줸장!!! 아 진짜 짜증났다. 설악산 국립공원 사이트 공지에 말한마디 없었는데, 이게 왠 날벼락? 결제 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데 진짜 1분간 멍하니 있었다. 하여간에 사이트 운영도 거지같이 하고 진짜 뷁! 그나마 울산바위라도 갈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10시간 코스 가려다가 3시간 짜리 가려니 힘이 쭉 빠졌지만 어쨌든 언젠간 가려고 했던 울산바위 코스 오늘 가자! 생각하고 다시 기분좋게 고고~ 통일대불을 지나 '커피볶는한옥?' 은 폐업한건지 리모델링을 하는건지 안이 텅 비었음. 작년 겨울에 따뜻한 유자차를 마셨었는데... 내가 스쳐간 곳들은 다 망한다는...




울산바위를 오르는건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온 후로 32년만이다. 사진은 남아 있는데 흔들바위고 울산바위고 어떻게 올라갔는지 길도 전혀 생각 안나고. 해서 이렇게 다시 오게 됀거지? 길도 험하지 않고 걷기에 좋았다. 5월이 되니 나무들도 모두 푸릇푸릇해졌고 보기 좋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렇게 걷다가 보니 흔들바위가 보였다. 계조암. 오우 여기 이런 절도 있었나. 약간 중국풍의 구도? 일단 흔들바위 왔으니 한번 흔들어야지. 이얍!!! 윽... 허리... 2초만에 포기. 예전엔 흔들렸던거 같은데 ^^; 돌마다 한자로 뭐라고 많이 쓰여 있는데 일단 사람들 꼬이기 전에 후딱 올라가야 하니 패스~ 흔들바위를 지나고 부터 계단지옥이 시작됐다. 나무 계단, 돌 계단, 철제 계단ㅋㅋ. 아 근데 뭔가 몸이 정상 같지 않았다. 잠을 얼마 못자서 그런건지, 허리가 아파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대청봉 코스 갔으면 정말 울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딘지 모르게 안좋았다.ㅜ 바람도 엄청났는데 철제 계단 올라가는 중에 불어온 강력한 바람에 다리가 다 후들거릴 정도였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이러다가 실족하면 진짜 쥐도새도 모르게 가겠구나 싶더라.ㅎ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당시에 바람을 맞고 있을 때는 꽤 겁났음) 그 상태로 꾸역꾸역 올라가다보니 울산바위 정상에 도착~ (6:20) 아싸 오늘도 1빠다~ 라고 생각하며 경관을 한바퀴 쭉 돌아보는데 한발짝 먼저와 암벽 타는 사람들이 보임.ㅋㅋ 바람도 많이 부는데 겁도 없이;; 보기만 해도 발가락에 힘이 다 빠졌다. 대단한 사람들... 4월 30일인데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대청봉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위엄이 느껴졌고, 반대편으로는 속초 시내와 이미 힘차게 떠올라버린 커다란 해, 저 멀리 울산바위의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델피노도 보였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었고 역시 등산은 미세먼지 없고 맑은 날 와야 뭐라도 건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가슴깊이 새긴다. 




슬슬 하산 하려는데 현기증인지 체기인지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장시간 걸을줄 알고 차 안에서 바나나랑 고구마를 많이 먹은게 갑자기 체한거 같기도 하고...ㅜ 그나마 내려가는 길이니 마스크 내리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려갔다. 오늘도 등산 스틱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았고 대신 집에서 꽁꽁 얼려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열심이 들이키며 내려갔다. 그 길에 다람쥐를 만났는데 이 다람쥐가 나를 보고 있다가 찰칵 찍으면 1초뒤에 또 포즈를 잡고 또 찍으면 포즈를 잡고 그러면서 내 발밑까지 왔다가 올라오는 등산객들에 놀라 도망갔다. 다람쥐가 보기에도 내가 외로워 보였나보다. 흔들바위 앞에서 잠깐 쉬었다가 내려왔고 (8:00) 입산통제인데도 가득찬 주차장을 보며 이 사람들이 입산통제인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ㅋ




아쉬워서. 오색약수터로 이동하여 용소폭포 보고 속초 물치항 가서 도다리랑 성대회에 혼술, 배찢하고 차에서 한숨 자고 귀가. (귀찮은듯 급하게 마무리...^^)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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