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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금학산

Daily/Hiking 2021. 6. 19. 12:54

2021. 06. 13.

 

이게 얼마만인가. 덥기도 하고 요즘 운동도 못했고 해서 등산은 생각도 안했는데, 광각 카메라와 기상청의 맑은 날씨가 3달만에 다시 산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술이 땡기듯, 등산이 땡기는 경지에 다다른듯... 요즘 줄어든 운동량 때문에 늘어가는 뱃살이 가장 걱정이기도 하다. 오랜만의 운동이기도 하고 날이 워낙 좋다고 해서 가깝고(?) 탁 트인 뷰를 찾다보니 철원의 금학산이 나왔다. 궁예에게 선택받지 못한 산. 학이 내려 앉고 풍치가 오묘하다 금학산이다. 오랜만에 보는 평야뷰가 또 새로웠다. 철원하면 백골부대에 형 면회 갔던거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이쪽으로 등산을 가게될 줄이야.

 

갑자기 계획한 등산이라 어디갈까 검색하다보니 이미 자정. 부랴부랴 잠들었다가 3시에 일어나 급하게 준비물을 챙기다보니 장갑을 깜빡했다. 뭐 코스가 어렵지 않을테니 장갑 정도는 없어도 되겠지 했는데 곧 내 손은 너덜너덜 해진다. 예전에 철원으로 형 면회가고 그럴 때는 2시간쯤 걸렸었는데 이제보니 그 때는 토요일 낮 시간대라 차가 꽤 막혔었나보다. 새벽에 가니 50분 만에 도착했다. 지금 우리집이 꽤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고...

 

주차장 위치는 철원여중고를 지나자마자 바로 보이는 등산로 주차장이다. 일요일 새벽이었는데 역시나 주차장에는 나 혼자. 산의 관리 상태를 몰라 컴프레샤도 없을 줄 알았는데 주차장에 똻! 익숙하게 혼자서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산하자마자 경로 이탈... 등산도 뭐 오랜만에 하면 적응시간 같은거 필요하나? 

 

※ 코스

주차장 - 체육공원 - 매바위 - 금학산정상 - 동송읍 마애불상 - 주차장

↑↑↑코스가 깔끔하다.ㅎ

 

 

이미 날은 밝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일출을 찍었다. 하여튼 일출 쌔뻑은 참 좋다. 갤럭시 s21 울트라의 x6배 정도로 찍었는데 화질이 딱히 깨져보이지 않고 괜찮았다. 100배까지 가능...ㅋ 음... 역시 고성능 최신 카메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기분 그대로 이어서 가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대라 거미줄이 점점 많아졌고 하루살이(?) 같은 것들을 정말 수십만 마리는 본거 같다. 저 멀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야하는 그 좁다란 길에서 바글거리고 있었다. 진짜 유턴할 뻔했다. 다행히 몸에 붙거나 눈으로 돌진하지는 않더만. 사람들 많이 다니지 않는 산은 이런게 단점이다. 이게 길인지 숲인지... 그래서 내가 국립공원을 좋아하는 듯... 그렇다고 어떻게 국립공원만 다녀. 안가본 산도 가보고 싶고 그런거지. 미친 하루살이 어택은 잊을만 하면 나타났고 진짜 사진 한방 남기고 싶었는데 장갑이 없어서 맨살 노출시켰다가는 지난번처럼 피부병 걸릴지도 몰라 그냥 스피드하게 지나갔다. 누가 철원 아니랄까봐 중간중간 벙커도 있고... 아무튼 중간쯤에서 명물인 매바위를 거치고 나서 열심히 걷다보니 정상 옆 헬기장이 나타났다. (갑자기 전개가 빠르게 됐지만 매바위와 정상은 생각보다 거리가 있다.ㅎ) 헬기장에는 전날 외박한 것으로 보이는 두 남정님들이 이미 일출을 보고 한 숨 더 때리는 건지 조용했다. 정상에서의 뷰는 예상대로 만족. 넓은 평야도 아름다웠고, 반대편의 산능선도 괜찮았다. 아마도 고대산 일 것이고 2시간 정도 더 가면 고대산 정상까지 갈 수 있을 듯?

 

 

정상에서 사진 한방 때리고 쿨하게 돌아서 하산길을 시작했는데, 시작과 동시에 하루살이의 공격과 동시에 길이 갑자기 사라지는 마법. 50미터쯤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길을 재확인했다. 그 정도로 하산길의 시작은 매우 불친절했다. 그 뒤로는 뭐 쏘쏘. 장갑이 없어서 비탈길에 세팅된 난간에는 손도 못댄채 너덜너덜한 무릎을 움켜쥐고 내려왔다. 마애불상도 머리만 입체적인 고려 불상으로 인상적이었음.


그렇게 세달 만의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 역시나 등산 후에는 뿌듯하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등산을 안왔다면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다. 여름에 더워 죽을까봐 등산은 지양했는데 왠지 발동이 걸린 듯 하다. 부릉부릉~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틈틈히 하체 운동 열심히 하기를. 다음엔 준비물 잘 챙겨 가야지. 특히 거미줄 처리용 등산스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행요건. 주말에 술만 안마신다면... 비만 안내린다면...ㅋ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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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04.


추석 연휴의 마지막날, 갑자기 적당히 산에 오르고 싶어 주변에 만만한 산을 검색해 봤다.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 셋다 별 기대는 없지만 생각외로 사람들이 자주 간다는 청계산으로 정했다. 코스도 좀 보고 이것저것 보다가 일출 30분 전 입산을 목표로 계획을 했더니만 또 잠이 오지 않아 밤을 홀딱 샜다; 역시 사방팔방으로 코스가 다양해서 그래도 이름있는 봉우리들 거쳐보려면 검색이 필요하다는... 첫차를 타고 옛골정류장에서 내려 5시 40분에 입산을 시작했다.


* 코스 및 소요시간


5:43 - 옛골출발점(청계산옛골정류장)

6:47 - 이수봉

7:21 - 청계사

8:33 - 망경대

8:57 - 매봉

10:10 - 원터골(청계산입구사거리)


시작은 좋았다. 적당히 고요하고 적당히 으스스하고 사람하나 보이지 않고... 그렇게 적당한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갑자기(?) 오르막이 시작되고 적당히 땀을 흘리다 보면 곧 이수봉에 도착한다. 어디로 올라왔는지 이곳에 세분이 앉아계셨는데(하나는 개님) 아무튼 처음 만나게된 사람들이었다. 대충 4~5시간 코스로 준비했기 때문에 삼거리에서 망경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청계사에 방향으로 향했는데 음... 여기서부터 뭔가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청계사 방향으로 가면 바로 전망대가 있어서 관악산과 경마장 방향이 시원하게 보여 첫번째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감상까지는 아니고 돌이켜보면 이게 망경대 다음의 최고의 뷰였던것 같다; 청계사까지 1km 라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이날 역시 장비없이 무릎을 테스트 해보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없이 내리막을 걷다보니 입산 한시간 반정도 만에 무릎에 통증이 시작됐다. 예상대로라면 무릎보호대와 등산스틱없이 이 정도 산행은 무릎에 이상이 없었어야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통증에 일찍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가깝게 돌아갈 길도 없었다. 그렇게 청계사를 보게 되었고 오는 동안 내가 원했던 꼭대기에서 바라본 청계사 뷰는 없었다. 사실 그 뷰를 인터넷에서 보고 청계사 방향으로 향한건데 이 지역의 구조를 보면 그건 헬리캠이었던 것 같다...ㅜ 아무튼... 누워계신 부처님만 보고 다시 유턴해서 망경대 방향으로 향했는데...




 망경대를 앞두고 여기서 또 한번 삽질이 시작된다. 분명히 네비상으로 길은 하난데 갑자기 군사지역이 나오고, 길이 통제되고... 다시 살짝 되돌아가보니 망경대 분기점에 "등산로 폐쇄(사고 위험)" 이라는 푯말이 있었고 그 앞에서 푯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던 찰나 지나가던 50대쯔음의 부부가 "그쪽으로 가도 되요, 조금 험하긴 한데 그쪽이 빨라" 이러더니 사라졌다. 가도 된다 하니... 게다가 나는 망경대를 봐야 하니 통제된 길로 들어섰다. 램블러 네비 상으로도 길이 이상이 없어 보이고... 해서 가는데 갈수록 점점 길이 길 같지가 않고 그렇다고 아예 막힌 것도 아니고 그냥 길이 당황스러울 따름. 그렇게 가다가 우연히(?) 망경대에 올랐고 하마터면 지나갈 뻔했다; 뭐가 망경대인지, 그냥 길 같지도 않은 바위타고 조금 올라가니 그곳이 망경대 꼭대기다; 뷰는 약 300도까지 가능해서 좋긴한데 이거 바람도 기분나쁜 소리내면서 불고 오금이 저려서 곧 내려왔다. 이건 뭐 사람 4~5명 정도 올라오면 밀려서 절벽아래로 다이빙할거 같은 좁은 공간에 난간도 없고 망경대라는 표식도 없는거 같고. 이걸 매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불친절함에 나는 또 기분이 상하고... 




그렇게 이상한 코스로 내려와 매봉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서서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계획했던 하산 코스는 원래 옥녀봉 방향이었는데 무릎도 아프고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가장 빠를 것 같은 경남사출발점(?) 방향으로 변경하고, 빠르게 간식 한입하고 인증샷 하나 남기고 하산을 시작했다. 앞서가던 두 여인네들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데 이게 하산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웬 계단 하나 없이 흙길인데 길도 길 같지도 않고, 오늘은 뭔 이런길만 다니나 싶은데 네비를 보니 또 길을 하나 만들면서 왔네... 이 여인들도 이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잠시 쉬는척 하면서 내 눈치를 보는 눈치?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왔고 느낌상 막힐거 같지는 않을 듯하여 아픈 무릎을 이끌고 미친듯이 내려오다가 돌뿌리 제대로 걷어차서 엄지 발가락이 곧 뽑힐듯 하고... 어쩌다보니 옆길에 합류하여 생각치도 않은 청계산입구사거리로 제대로(?) 내려왔다. 내려오고나니 참... 이번 산행은 여러모로 나에게 모욕감을 준 듯하다. 물론 그것들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지만 그냥 허탈하다.




후기를 조금 쓰자면... 간단하게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르려면 청계산입구사거리-매봉 코스가 좋은 것 같다. 또한 집에서 걸어서 올 거리가 아니라면, 대중교통비를 내고 굳이 등산하고 싶다면 같은 시내에 있는 북한산>도봉산>관악산 이 좋겠다. 이유를 굳이 따지자면 흔한 기암괴석 하나 보기 힘들고 전망이... 보통 날이 흐리거나 구름이 있어도 그만의 멋이 있는데 여긴 1도 못느꼈다. 비슷하게 힘들면서 멋진뷰를 감상하고 싶다면 북한산>도봉산>관악산 을 추천한다. 또 하나... 내 정보 부족으로 인하여 망경대를 굳이 올랐지만 등산로 폐쇄를 너무 안일하게 한게 아닌가 싶다. 펜스라도 쳐놔야 하지 않나? 아무튼 청계산도 내려오다보니 사람이 엄청 많던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는 걸 보면 여기도 나름의 멋이 있는 것 같다. 나만 모르는... 




이번 등산으로 몇가지 지켜야 할 것이 또 생겼다.


1. 코스 거리뷰로 시뮬레이션 및 등산로 폐쇄구간 확인

2. 무릎 보호대 필수 / 내리막에서 되도록 비탈길 밟지 않기.

3. 되도록 밤새고 등반하지 않기.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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