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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7


어제 소백산 갔다가, 주왕산 주산지에 들렀다. 내가 생각해 놓은 주왕산 등산 코스대로라면 주산지는 따로 봐야했기에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다. 소백산에서 1시간 40분 걸렸고 오전 11시 반에 입장했는데 토요일 그 시간에도 주차장이 거의 만차였다. 이시간에 주산지를 들른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수였다.ㅋㅋ 입구에서 20분쯤 걸으면 주산지가 바로 보인다. 예술이지. 물에서 자라니 수초인가... 그 정체는 버들나무, 버드나무이다. 새벽 안개꼈을 때 봤으면 더 예술이었을텐데 만약 그랬다면 등산이 어려웠겠지...




강구항 가던길에 만난 청송 얼음골 폭포... 이것도 예술~




그리고 드디어 오늘 주왕산 주차장에 6시에 도착해서 짙은 안개를 보고 있노라니 또 어제의 악몽이 떠올랐다. 주왕산 오전 6시에서 9시까지 기온이 3~6도 였다. 어제보다 11도가 낮다니.ㅠ 정말 날씨가 이틀연속으로 안도와준다. 근데 근래 새벽의 주차장과는 다른게 주차장에 나 혼자가 아니다. 차에서 40분 정도 대기 했는데 그 사이 들어온 차들만 스무대가 넘었던 것 같다. 약간 설악산 같은 관광 명소 느낌이랄까. 어제의 그 미친듯한 칼바람 때문에 오늘은 한겨울에 입는 파카까지 무장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내가 이른 아침 입산할 때는 항상 매표소에 사람도 없고 그랬는데 여긴 역시 다르다. 지갑 안챙겨 왔으면 왕복 20분 낭비할뻔. 입구엔 대전사라는 사찰로 시작되는데 원래 대전사 위로 주왕산 기암이 멋지게 보이는데 안개때매 아무것도 안보인다.ㅋㅋ 새벽 산행의 단점... 일단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주왕산 코스 [상의 탐방지원센터 - 아들바위 - 급수대 - 학소대 - 시루봉 - 용추협곡 - 용연폭포 - 주봉 - 상의 탐방지원센터] 4시간 30분 소요.


주왕산은 백악기의 호수가 화산폭발로 인해 암벽이 형성되어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바위, 폭포, 계곡, 산세를 볼 수 있으며, 이 산을 비롯한 청송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이다.



입산하고 곧 주왕계곡 입구를 만나게 되고 주봉 가는 길과 용추폭포 가는 길로 나뉜다. 주봉을 먼저 가든 용추폭포 쪽을 먼저 가든 어짜피 만날 길이다. 용추폭포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아들바위가 가장 먼저 보인다. 바위를 등지고 다리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저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 위에 올려진 돌이 엄청 많다. 옆에 계곡을 끼고 20분 가량 걸으면 이때부터 한동안 장관이 펼쳐진다. 급수대, 학소대, 학소교, 시루봉, 용추협곡, 용추폭포, 용연폭포... 기가 막힌다. 거의 대륙 클라스. 사람들이 왜 많은지 알겠다. 일단 여기까지는 별다른 오르막 내리막 없이 누구나 쉽게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큰 노력없이 시간만 투자해도 어마어마한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눈요기는 여기까지 이제 주봉으로 향한다. 처음 만나는 햇빛과도 인사. 




주차장에서부터 여기까지가 딱 2시간. 갑자기 심장마비 주의하라는 문구와 함께 주왕산 2.5km 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50분 가량 하염없이 오르면 곧 주봉을 만나게 되며 이 구간은 경치도 딱히 ^^; 인증샷 찍고 하산 고고싱~




하산길에는 암산을 감상할 수 있다. 혈암, 장군봉,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쭈욱~ 열심히 내려왔더니 주봉에서 대전사까지 1시간 10분이 걸렸다. 입산할 때 못봤던 기암이 보인다. 캬~




사실 전날 칼바람의 트라우마 때문에 겨울 파카를 입고 입산하긴 했는데 더운건 둘째치고 사람들 시선이... 어떤 사람은 반팔도 있었는데... 등산 한번 할 때마다 이렇게 착실하게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쉽지 않은데. 쩝... 이렇게 이번 산행을 마무리 하는듯 했지만 오전 11시에 주차장 빠져나오는데 10분 넘게 걸렸고, 그 시간에 들어오려는 차들의 행렬이 적어도 3km 는 넘어보였다. 문제는 주차장 안이 꼼짝도 안하고 있다는 것. 3km 뒤에 있던 차는 몇시쯤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아무튼 처음으로 경기권을 벗어난 산행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과연 등산을 계속 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늦으막한 단풍에 갑자기 나서게 된 즉흥적인 여행이었는데 일단 나름 괜찮았다. 다음주는 전라도 단풍이 피크인데 과연...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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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일출

Daily/Hiking 2019. 9. 30. 02:09

화창한 토요일 저녁 본가에 갔는데 다들 일요일 스케줄 있다며 혼자 집 지키고 쉬라는... 이거 뭥미?! 황금같은 휴일에 집안에선 뭐 할 것도 없고... 새벽 1시까지 놀거리를 폭풍 서칭했다. 가까운 곳에 등산을 알아보다가 갑자기 일출이 보고 싶어졌다. 구름도 없다는데. 서둘러 집근처 산을 검색해 봤더니 천마산은 지난번 철마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고(뷰가 별로;), 주금산, 운악산, 연인산 정도를 집중해서 보게 됐다. 연인산은 도립공원이라 크고 볼 것이 많은 것처럼 보여서 일출에 적당해 보이진 않았고, 꽤 이름이 익숙한 운악산으로 결정했다. (매년 여름 운악산 포도를 먹음ㅋ) 운악산 일출시간은 6:24분. 일단 새벽에 입산이 가능한지 찾아봤다. 일단 제한은 없는 것 같았고, 일출을 보는 사람들은 꼭대기에 텐트치고 잠을 자는 듯 했다.ㅡ.ㅡ (백패킹이라 하는 것 같더군요.) 음... 나는 등산 시간은 하판리 주차장에서 만경대까지 1시간 30분으로 잡고 4시 50분에 입산을 계획했다. 일단 등산할 준비를 못챙겨온 관계로 집안을 다 뒤져서 형의 동복추리닝과 엄마의 등산가방, 아빠의 등산스틱과 후레시 및 간식거리를 챙겨놓고 1시반쯤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잔거지. 3시 50분에 기상해서 짐 다 챙기고 4시 10분에 부푼 가슴을 안고 출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약 30분쯤 지나 하판리 주차장 도착 10분 정도 전부터 짙게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운전해서 잘 도착했는데... 도착해서 시동을 껐는데... 빛이 없다; 저 멀리 보이는 화장실 불빛과 약간의 네온사인이 전부. 안개속 흩날리는 이슬에 온몸에 털이 쭈뼛쭈뼛 서는것 같았다. 게다가 입구도 못찾고 허둥지둥 후레시 켜고 돌아다니다가 등산 앱으로 겨우 입구를 찾았다. 매표소 앞에 섰는데 와... 이걸 계속 가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암흑에 달빛도 없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자국소리, 배낭 쓸리는 소리, 내 숨소리 뿐.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왠지 사진찍고 나서 보면 사진에 귀신이 있을 것 같았다.ㅜ 돌아가는 길도 무서워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스쿠버할 때 사방이 암흑이었던 그 공황이 오는 듯 했다. 그 때는 칭얼대면 도와줄 동료라도 있었지. 이 땐 이 산속에 나 혼자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안에 날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입산전 내가 계획한 코스는 눈썹바위 - 만경대 - 현등사 였는데, 모두가 그렇게 산행을 하는데 난 그럴 수 없었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현등사는 넓고 포장된 도로 눈썹바위쪽은 산속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피하듯이 현등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하산길로 올라간 셈이다. 정해진건 없지만... 그리고 나를 그렇게 만든 결정적인 포인트는 눈썹바위쪽 갈림길 시작에 굿할 때 쓰는 천 조가리들이 나무에 걸려 흩날리고 있었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곡성인줄.ㅜ (나중에 하산하며 다시 보니 무슨 산악회라고 적은 천인것 같았음;) 후레시 불빛때매 달려드는 각종 벌레들과 모기를 뿌리치며 현등사로 보이는 듯한 건물 앞에 섰는데 정말이지 스님들 다 깨우고 싶었다. 현등사 부터는 흙길이 시작됐는데 아 이런... 차에서 등산 스틱을 안빼왔네.ㅡㅡ;; 하긴 어짜피 한손엔 후레시 한손엔 핸드폰 GPS 때문에 등산스틱 잡을 손도 없음. 깜깜하니 눈에 뵈는게 없어 한참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길이 막히기를 여러번. 3~4번 그짓하니 산길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듯. 낙옆 떨어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새인지 짐승인지 우는 소리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내가 진짜 귀신의 집에서 1도 안무서워 하는 사람인데 완전 멘탈 탈탈 털렸음.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가 5시 50분쯤 부터 날이 조금씩 환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근데 아직 얼마가 남았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환해지면 안되는데.ㅜ 더 박차를 가해 허벅지 힘을 끌어올렸다. 쭉쭉 올라가다가 남근바위 전망대에서 처음으로 남자 인간들을 만났다. 3개의 텐트. 부시시한 모습으로 커피 한잔씩들 하면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여기가 정상이 아닌거 같은데... 1분쯤 그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인사를 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서둘러 올라갔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운악산 정상(동봉 937.5M). 6시 23분에 도착했고, 6시 24분에 약속대로 해가 뜨기 시작했다. 10년전 성산일출봉 이후로 산에서 일출 보기는 처음인듯. 뿌듯했다. 꽤나 즉흥적으로 오기는 했지만 기특하게도 어떻게 후레시 챙길 준비를 다 했는지. 후레시 없었으면 오늘 일출은 절대 불가능 했지. 지긋이 일출과 주변의 산세들을 보니 운악산도 경치가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얼마전 철마산을 다녀와서 그런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근데 이건 뭐 앉을 곳도 없고 서 있기도 다리 아프고 해서 금새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일출도 봤겠다 날도 훤하겠다 시간도 많겠다 등산스틱도 없겠다 천~천히 하산을 시작했다. 만경대-미륵바위-병풍바위-눈썹바위를 거치며 정상에서 보다 더 멋진 장관들을 보았다. 1시간 반 올라온 것치고 가성비가 거의 예술이었다. 날이 좋아 더더욱 전망좋고 경치좋고 캬~ 입산할 때의 그 기빨리던 기억은 다 잊은 듯했고 이 광경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황홀했다. 예쁜 꽃이 위험하듯이 운악산도 쉽지는 않았다. 사실 현등사쪽으로 올라온게 신의 한수라고 해야 하나 꽤 완만하게 올라오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눈썹바위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오히려 그 깜깜한 시간에 이 길로 올라왔다면 꽤나 위험했을 것 같다. 가파르고 절벽(?) 같은 위험한 구간이 많아서 내려가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조심 하산했고 등산 스틱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했다. 하산길에는 그래도 한 10명 정도는 만난듯. 또 새벽이라 보지 못했던 현등사도 한바퀴 더 돌고 왔다. 무릎도 버틸만했고 종아리 좀 땡기고 손에 피 좀 나고 목이 이상하게 많이 뻐근하고... 그 정도다. 그냥 오늘 하루가 다 너무 좋았다. 빨리 등산화랑 이쁜 슬링백하나 장만해야지. 


귀가하고 운악산을 검색해 보니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의 5악의 하나로 이름난 바위산이며, 그 중 제일 수려한 산이라고 한다. 역시~!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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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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