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사회 초년생때 구입했던 브라운 면도기 5770. 가격대비 정말 명품인 것 같다.
면도기의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쓰고자 했던 이 면도기는 거의 10년 동안 고장 한번 없이 잘 버텨줬다.
나의 만만치 않은 수염을 상대로 면도날 한번 바꾸지 않고 꾸역꾸역 버텨오다가 결국은 충전기가 죽어버렸다.
충전기가 먼저 죽은게 조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가격대비 너무 고생한 이 브라운 면도기를 이쯤에서 보내주기로 하고 새로운 면도기님을 고용했다.
서칭 결과 필립스 RQ-1280이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보여졌으나, 이미 집안에 내장되어 있어 형제 수준의 다른 모델로 결정했다.
10년전 상품과 비교를 하자면 습식/건식 면도 둘 다 가능하고 무선충전, 그리고 면도기 자동세척기인 젯클린 포함된 정도...
어짜피 습식면도는 잘 안하고 면도기 세척은 귀찮지만 2~3개월에 한번 정도는 해 줄 예정.
기쁜 마음으로 상자까고 세팅하고 풀충전하고, RQ-1290의 파워를 켜는 순간! 흠칫 놀랐다.
기존 면도기와 무게는 비슷한데 너무 진동이 미약했다. 소음도 너무 적고... 마치 배터리가 다 닳은 듯한 느낌.
걱정반 기대반으로 나의 수염에 다가가는 순간 그 자리의 수염은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뭐 면도한 자리가 깨끗해지는게 당연한 것인데 왜그렇게 안심이 되던지.
그리고 면도 후 망속에는 기존에 비해 깍인 털 양이 매우 적어 보이는 이유는 뭔지...
수염 소화 기능? 아니면 아주 잘게 썰어서 공중 분해 시켜버렸나; 아무튼 대단하다. 맘에 든다.
다시 10년 뒤에는 진동도 없고 소리도 없이 그냥 털 다 녹여버리는, 그런 면도기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