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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Daily/Diary 2014. 4. 30. 22:19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반.
출근길에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네이버 메인에서 '세월호 침몰 중' 이라는 기사를 봤다.
YTN에서는 이미 긴급뉴스가 중계 중이었고, 수학여행을 가려던 고등학생 400명 정도가 탑승해 있다고 했다.
그때 상황은 세월호가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했지만 대형 선박이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을거라고 했다.
해경, 해군, 구조선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했고, 난 그 때까지만 해도 단 한명의 사상자도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단 한명이라도 사망자가 생길 경우 또 줄줄이 책임자를 수사하며 난리가 날꺼라고 생각했다.
몇분뒤 60명이 구조됐다고 했고, 그 뒤엔 170명, 그 뒤엔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약 11시쯤엔 그것이 오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2주가 지났다.
전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슬픔에 빠져있다. 흐르는 공기 자체가 너무도 침울하다.
사망자 수는 200명을 넘었고 이제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원래 선장이 휴가 중이 아니었더라면, 맹골수도에서 선장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더라면, 3등 항해사가 조금만 더 주의해서 변침했더라면, 사고 발생 직후 승객들을 갑판위로 올렸다면...
사고를 수습하려는 정부에 대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입장에서 난 사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그닥 실망스럽지 않다.
이번 사고로 정부는 또 다시 무능함을 발휘했고, 그에 반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국민들은 정말 자랑스러웠다.

 

아무 잘못없이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
침몰하는 그 순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이 형편없는...
나약한 것도 싫고 무력한 건 더 싫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현실에 익숙해져 간다.
나와 이 사회가 비슷해져 간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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