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해당하는 글 2건

팽목항

Daily/Travel 2021. 4. 2. 22:10

2021. 03. 21.

목포까지 온 김에 진도에도 내려왔다. 진도는 진돗개가 유명하고, 요즘 트로트로 유명한 그 분으로도 유명하고... 그리고 한 번은 와보고 싶었던 팽목항. 이미 2013년 진도항으로 개명되어 있었는데 이제야 알았네. 팽목항이 정확히 어디쯤인지 몰랐었는데 우리나라의 서쪽과 남쪽이 만나는 가장 끝 모서리... 서쪽과 남쪽으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 주변에 도로공사 중이라 진입이 불가능한 줄 알았느데 다행히도 주차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방파제에 올라 노란 리본의 빨간 등대와 기억의 벽 앞에 섰는데 역시나 금새 먹먹해졌다. 이 가장 먼 곳에서 있었던 가슴 아픈 그 일. 기상이 나쁘진 않았지만 강풍주의보 때문에 약 5분 가량 돌아보는데 강풍에 파도는 넘치고 손과 얼굴이 시려서 정상적으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세차게 흔들리는 종소리는 또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난 일몰을 찍으려고 약 2시간 정도 더 머물렀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방파제 중앙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추위와 강풍에도 멍하니 서서 바다만 바라보고 계셨다. 1시간쯤 흘렀을까 아주머니가 발길을 돌리시자, 주차되어 있던 차 한대가 익숙하게 그 아주머니를 태우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 곳에 있는 두어시간 내내 마음이 참 무거웠다. 한 숨만 나오고. 마지막엔 내가 원하는 일몰도 보지 못했고, 그 마저도 추위에 차에서 내리기 싫어 찍지도 않았다. 늦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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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Daily/Diary 2014. 4. 30. 22:19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반.
출근길에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네이버 메인에서 '세월호 침몰 중' 이라는 기사를 봤다.
YTN에서는 이미 긴급뉴스가 중계 중이었고, 수학여행을 가려던 고등학생 400명 정도가 탑승해 있다고 했다.
그때 상황은 세월호가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했지만 대형 선박이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을거라고 했다.
해경, 해군, 구조선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했고, 난 그 때까지만 해도 단 한명의 사상자도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단 한명이라도 사망자가 생길 경우 또 줄줄이 책임자를 수사하며 난리가 날꺼라고 생각했다.
몇분뒤 60명이 구조됐다고 했고, 그 뒤엔 170명, 그 뒤엔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약 11시쯤엔 그것이 오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2주가 지났다.
전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슬픔에 빠져있다. 흐르는 공기 자체가 너무도 침울하다.
사망자 수는 200명을 넘었고 이제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원래 선장이 휴가 중이 아니었더라면, 맹골수도에서 선장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더라면, 3등 항해사가 조금만 더 주의해서 변침했더라면, 사고 발생 직후 승객들을 갑판위로 올렸다면...
사고를 수습하려는 정부에 대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입장에서 난 사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그닥 실망스럽지 않다.
이번 사고로 정부는 또 다시 무능함을 발휘했고, 그에 반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국민들은 정말 자랑스러웠다.

 

아무 잘못없이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
침몰하는 그 순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이 형편없는...
나약한 것도 싫고 무력한 건 더 싫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현실에 익숙해져 간다.
나와 이 사회가 비슷해져 간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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