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21.
목포까지 온 김에 진도에도 내려왔다. 진도는 진돗개가 유명하고, 요즘 트로트로 유명한 그 분으로도 유명하고... 그리고 한 번은 와보고 싶었던 팽목항. 이미 2013년 진도항으로 개명되어 있었는데 이제야 알았네. 팽목항이 정확히 어디쯤인지 몰랐었는데 우리나라의 서쪽과 남쪽이 만나는 가장 끝 모서리... 서쪽과 남쪽으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 주변에 도로공사 중이라 진입이 불가능한 줄 알았느데 다행히도 주차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방파제에 올라 노란 리본의 빨간 등대와 기억의 벽 앞에 섰는데 역시나 금새 먹먹해졌다. 이 가장 먼 곳에서 있었던 가슴 아픈 그 일. 기상이 나쁘진 않았지만 강풍주의보 때문에 약 5분 가량 돌아보는데 강풍에 파도는 넘치고 손과 얼굴이 시려서 정상적으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세차게 흔들리는 종소리는 또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난 일몰을 찍으려고 약 2시간 정도 더 머물렀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방파제 중앙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추위와 강풍에도 멍하니 서서 바다만 바라보고 계셨다. 1시간쯤 흘렀을까 아주머니가 발길을 돌리시자, 주차되어 있던 차 한대가 익숙하게 그 아주머니를 태우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 곳에 있는 두어시간 내내 마음이 참 무거웠다. 한 숨만 나오고. 마지막엔 내가 원하는 일몰도 보지 못했고, 그 마저도 추위에 차에서 내리기 싫어 찍지도 않았다. 늦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