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한풀이로 빌빌대던 나는 주일을 지키느냐 마느냐로 한참을 고민했다.
십계명에 보면 제3계에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계명이 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것이 과연 주일미사에 반드시 참석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 나름대로 거룩(?)하게 기도하고 묵상하면 되는 것인지.
난 후자가 맞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주일미사 빠지면 고백성사 봐야하고 신부님께서 보속을 주시고... 하는 걸 보면 죄이긴 한 듯.
그게 두려워서는 아니고 다시 성당을 다니면서 주일을 지키겠다고 나에게 약속을 했는데,
음란마귀들과 함께 있으니 역시 약간 흔들리네 ㅋㅋ
아무튼 쩌든 몸을 이끌고 양화대교에서 가장 가까운 절두산 성지를 찾았다. 걸어서 5분. 참 좋은 동네군...
절두산 성당은 어렸을 때 한 두어번 와봤었는데 기억이 영 안남.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곳은 개화기때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곳으로,
1966년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천주교회에서 절두산순교박물관을 지어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 10분 전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 장면이 익숙한 듯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방석을 들고 빈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방인인 나는 코너에 조용히 서서 미사를 마쳤다.
우리 성당에는 없는 수녀님, 프로페셔널한 성가대.
이왕 다니는거 이렇게 좋은 성당 다니고 싶다;;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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