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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9.

 

언제 다시 산행을 시작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남들과는 다른 무릎을 장착하고 굳이 등산을 계속 해야할까 라는 물음에 내 대답은 '아니오' 였다. 하지만 허벅지를 어딘가에 써야만 만족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라 결국은 다시 등산으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추위에... 내 마음은 언제나 설악산이다. 하지만 1년전 이맘때 단풍구경하며 공룡능선 한번 건너보려다가 비 때문에 고생만 짤짤이 하고 다음날 허리 작살나고 1년을 쉬었다. 주말보다 사람이 적은 평일에 완벽한 단풍에 구름한점 없는 날이지만 나는 설악산 오색코스를 포기하고 그나마 일출뷰가 좋을 것 같은 계방산으로 향했다. 1년이나 쉬면서 몸 상태도 체크하기 전에 설악산은 무리지. 잘 시간도 없었고... 계방산은 언젠가 설경을 만끽하기 위해 남겨 놓았던 곳인데, 일출로 써버렸다.

 

출발 전날에 겨울산행을 좀 찾아봤다. 아직 10월 중순이긴 하지만 10월 말에 소백산 정상에서 꽁꽁 얼었던 생각에 미리 대비를 좀 했다. 좋은 구스다운 입지말고 솜패딩을 대충 입는 것에 공감, 핫팩하나 챙기고... 정상 기온은 약 영하 3도 예상, 근처 동네도 영하 3도... 산에서의 영하 3도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고고싱. 일단 10시반까지 야근하고 집에와 11시까지 짐싸고 취침. 새벽 2시에 일어나 짐챙겨서 2시반에 출발. 운두령 쉼터에 4시반 도착. 정비하고 5시에 출발했고, 6시 30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일출시간은 6시 37분. 너무나도 완벽한 계획...

 

간만에 어둠속을 헤치며 한걸음씩 조심조심 내딛었다. 겨울에는 땀이나지 않게 땀이나기 직전 옷을 벗고 춥기 직전 옷을 입는 것을 반복하라고 하는데 생각만해도 너무 번거로음... 그냥 땀나면 나는대로 꿋꿋이 올라갔다. 계방산이 조금 독특한 것은 운두령 자체가 높아서 그런가 시작하고 얼마 후부터 내리막이 꽤나 자주 나온다. 정상가는 길에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난이도로 보자면 쉬움.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 반 소요됐고. 어쨌든 잠시 힘듦은 느낄 수 있을 정도? 지금까지 다른 산은 어떻게 올라갔었나~ 싶다.

 

 

 

간만에 산의 정상에 서서 탁 트인 사방을 내려다 보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상까지는 언제나 좋았지. 내려갈 때가 문제였고. 계방산도 설산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겨울을 제외하자면 봄/여름/가울 중에서는 최고로 멋진 날을 보게 된 것 같다. 연이어 구름한점 없는 날이었고, 갑작스레 영하권으로 날이 추워진 바람에 미세번지도 다 날아가고 이 모든게 다 계획된 시나리오라니...ㅋ 사방에 오대산과 설악산이 있지만 정확히 어디가 어딘지... 사진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도 잘 모르겠음. 5시에 입산해서 약 4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아저씨 총 4명. 요즘 단풍철이라 어딜가나 줄을 서 있을텐데, 미안하지만 계방산의 인기는 이 정도인듯...

 

1년 동안 푹~쉬고 간만에 등반한 느낌은 어땠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한가지 빼고는 완벽했다고 해야 하나. 일출을 보기 위한 완벽한 시간 관리. 영하 5도를 버틸 수 있는 장비 착용. 아직까지는 꿀리지 않는 적당한 허벅지. 하지만 하산길이 시작되면서 곧바로 시작된 무릎 통증은 1년을 쉰다고 달라진게 없더라. 캄캄한 새벽 등반은 여전히 귀신 나올까 무섭고. 그래도 간만에 느낀 새벽 공기와 가쁜 숨을 느끼면서 흘린 땀. 이게 바로 등산 맛집이지.

 

단풍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약 한달 정도(?)는 몇군데 더 다녀볼 예정이다. 현재 계획은 설악산의 적당한 단풍구경, 화암사 신선대에서의 울산바위 뷰, 민둥산의 억새밭, 두타산, 청량산, 속리산 단풍구경 정도. 그리고 겨울이 오면 눈꽃구경 태백산. 요즘 차만 타면 졸린데 이 먼곳들을 언제 다 돌아다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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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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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Daily/Hiking 2021. 7. 25. 18:01

서울 낮 기온 35도 예상. 이 날씨에 등산이라? 후후 이 무더운 여름에 산 기온 한번 보고 가실게요~

 

 

산바산이긴 하지만 적당한 거리의 적당한 산을 골라보면 여름에도 이렇게 꿀 기온을 만낄할 수 있다. 참고로 난 최근 3년 동안 등산을 즐겨 했지만 7~8월에 간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유는 당연했다. '이 날씨에 등산을 한다고?'

 

요즘 운동을 너무 못해서 용문산이나 소요산 정도 조금은 쉬운 산을 생각해 놓고 있었는데 갸들도 최고기온 32도, 그나마 가까운(2시간 안걸리는) 거리에서 치악산을 골랐다. 강원도 산골도 아닌디 오늘 최고 기온 23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치악산으로 고고싱 했다. 사이트에서 2시간 반 코스라고 하니 5시 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 3시에 입산해야 하고 집에서 무료도로로 대충 2시간 걸리니 새벽 1시에 출발. 전날에 술먹고 오후 4시까지 이불 속에서 괴로워했더니 새벽에도 팔팔했다.

 

치악산도 코스가 몇개 되는데, 상원사 / 구룡사 / 세렴폭포 / 향로봉 / 남대봉 은 다음 기회에. 내가 선택한 코스는 정상(비로봉) 최단 코스.

 

※ 코스 
황골탐방지원센터 - 입석사(입석대) - 깔딱고개 - 향로봉삼거리 - 비로봉(정상) - 원점회귀

 

 

역시나 베스트 드라이버 실력으로 25분 가량 일찍 도착해서 슬슬 입산 준비를 했다. 이것저것 장착하다 보니 오늘도 깜빡하고 못챙긴 것들이 있다. 수건과 후레시. 이놔 요즘 정신머리. 야간 산행을 하는데 후레시를 놓고 오다니... 좀 약하긴 하지만 휴대폰 후레시로 대충 카바했다. 오늘은 입산한지 얼마 안되어 운좋게 한팀이 내 뒤에 나타났다. 곧 추월을 당하긴 했지만 새벽 산행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일출보러 몇번 가보니 대충 노하우가 생겼다. 일출은 최대한 유명한 산으로 가는 것이 동행자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예로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새벽에 사람들 넘쳐난다. 하지만 그외 마이너 산들의 경우 사람도 없고, 풀들이 길 가로 막아서 헤쳐나가야 하고, 몇 발자국 갈 때마다 거미줄 테러를 당해야 한다. 끔찍하지. 암튼 오늘은 나를 앞지른 한팀 덕분에 거미줄 테러는 없었다. 무야호~

 

 

후레시로 땅만 밝히고 우측에 시원한 계곡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오르다 30분쯤 지났을까 입석사를 지났고 다시 40분쯤 지나 쥐너미재 전망대에 올랐다. 그리고 20분쯤 지나 비로봉 도착. 잉? 2시간 반 걸린다고 했는데 1시간 반 걸렸다. 하하~ 1시간 동안 머하고 있지. 우선 일출이 가능할 것 같은 하늘을 확인하고는 이리저리 돌아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는데, 그래도 한 50분 남았음...ㅋㅋ 문제는 땀이 식으면서 저체온증 올 것 같은 느낌. 이 무더위 속에도 역시 정상의 바람은 예사롭지 않았다. 체감온도 15도 정도. 다른 사람들은 익숙한듯 바람막이 하나씩 꺼내서 입고 있는데, 나는 대체 가방을 왜 가져온거지. 음... 하나 또 배워간다. 원래 계획은 일출 약 10분 전에 도착하는 거였는데, 어쨌든 그 덕분에 동 트기 전의 새벽도 보고. 오늘 등반도 성공적이다. 일출을 한 10명 정도에서 본 거 같은데, 아지매도 아재도 대단들 하시다. 그 중에서도 당연 내가 제일 어려보이긴 했음.

 

 

날 밝고나서는 내려 오면서 사진도 좀 찍어가며... 입석대랑 마애불좌상도 보고 하산을 마쳤다. 입석대 하니 무등산이 생각이 나는구먼... 한 줄 평을 하자면, 역시나 국립공원이라 코스가 친절하다. 비포장이 많이 없고 길도 넓은 편이라 천~천히 오르기에 너무 잘 되어 있다. 손으로 돌이나 나무를 짚어야 할 일도 없다. 오르는 느낌은 소백산 때랑 많이 비슷했고, 비로봉에 오르기 전까지는 역시나 별 조망이 없다. 향로봉삼거리 쯤부터 비로봉미륵불탑이 보이긴 함. 머 이정도? 요즘은 등산로 에어브러쉬가 왜케 안보이나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온몸에 땀과 먼지를 날려버려야 마무리한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반성. 다음번에는 준비물 적어놓고 철저하게 다 챙겨오는 걸로. 아까 휴대폰 후레시 용으로 쓰다가 잠깐 떨어트렸었는데 돌에 떨어졌으면 진짜 개작살 날뻔 했는데 다행히 흙에 떨어져서... 그 생각만 하면 아찔~ 또 오늘 돌아오는 2시간 동안 1시간은 졸면서 왔는데 진짜 위험했음. 잠 푹 자고 다녀야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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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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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Daily/Diary 2019. 3. 10. 00:23

1월도 지나가고 2월도 지나가고, 이쯤에서 T 멤버십 VIP 무료영화권을 한번쯤 써야 했다. 스릴러 중에 그나마 볼 만한건 <사바하>. 가나다라사바하. 가장 가까운 코엑스 메가박스로 예약을 해보려 했으나 '무료로 이용할 수 없는 영화관(?)' 이라고... 코엑스 영화관에 꿀들 발라놨나.ㅡㅡ 사이트 안내에 써놓기라도 하던지.ㅉ 마침 봉사가 건대로 잡혀 관람이 가능한 시간대인 7시 30분 조조를 잡았다. 한가로운 토요일을 산뜻하게 5시50분 기상으로 시작. 전철에서 생각지도 않은 꿀 일출 직전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직찍. 며칠동안 기승부리던 미세먼지도 걷혔는지 시야도 기가 막히구만. 차를 두고 다니면 이런 꿀 장점도 있다는.





간만에 도착한 스타시티는 이른 시간대라 썰렁했다. 그 와중에도 손잡고 영화관 앞을 서성이는 새벽형 커플들. 훠~~이~~ 30분을 기다려 영화관에 입장했더니만 음... 설마 나혼자?? 오 개이득. ㅋㅋㅋ 이른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바하가 이제 내려갈 때도 됐고 해서 볼 사람이 없나보다. 또 이리저리 뛰다니며 찍찍찍찍~ 영화가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말기를 바랬는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난 영화 상영시간인 2시간 10분 동안 이 큰 영화관에서 혼자 호흡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부러울 수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귀신이랑 독대하느라 고생했다. 그렇게 무서운 류의 영화는 아니었는데 한 세번 정도 산뜻한 장면들이 있음. 공포 영화라 그런건지 온도를 안맞춰줘서 그런건지 꽤 춥게 봤다. 사람 혼자 영화관에 있어도 히터 좀 틀어주지...ㅡㅡ 편도선 부은 상태에서 영화관 나올 때는 콧물을 흘렸고 12시간이 지난 시간부터는 목소리가 안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2주동안 감기 로테이션 끝내준다. 아무튼...




<사바하>는 반야심경 마지막에 나오는 말로, '~을 이루어지게 하소서' 라는 뜻으로 종결에 붙여주는 말이라고 한다. 불교+기독교계의 사상(?) 같은 내용이 바탕을 하고 있어서 곡성의 무당+카톨릭 콜라보와 대조될 것이라는 기대감들을 보통 가지고 있었겠으나 음... 뭔가 전개는 많이 다르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 괜찮았으나, 무서운 귀신 얼굴 들이미는 거 지긋지긋한데 그런 귀신 생김새로 공포를 주려는 약간의 식상함. 영화 분석하는거 딱 질색이니 여기까지. ㅋㅋ 난 뭐 한국영화 그닥 따지지 않고 잘 봐주는 편이니, 어쨌든 공포물로는 곡성 다음으로 괜찮았다. 한번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그 정도로 우리나라 공포물 수준은 쓰뤡~ (곡성은 하루에 한번씩 볼만한 대작이다.)


이제 공짜 5편 남았다. 다음 영화로는 예고편으로 보여준 <어스> 라는 영화가 재미날꺼 같다. 꽤 재미나게 본 <겟 아웃> 감독인 '조던 필' 이란 분이 만들었다니 기대된다. 3월 27일 개봉이니 4월에 꼭 봐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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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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