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22.
영암의 월출산 국립공원. 아무 정보없이 누군가 수상한 사진전 하나 보고 멋지겠다 싶어 등반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직 등산하면서 건너보지 못한 구름다리도 매력적일 듯 하여... 구정봉까지 가는 코스도 짜놓았지만 강풍과 생각치 않은 난이도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 코스
천황탐방지원센터 - 천황사 - 시루봉 - 연실봉 - 구름다리 - 매봉 - 사자봉 - 통천문삼거리 - 천황봉(주봉) - 바람폭포 - 원점회귀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입구에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코로나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럴리가... 살짝 돌아서 일단 입장. 금새 천황사에 도착했는데 그 순간 얼어버린 내 몸. 이른 아침이라 나 혼자 뿐인데 들개처럼 사나워 보이는 강아지 두마리가 목줄도 하지 않고 천황사 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어서 오줌쌀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인양 스피드하게 사진 한 장 찍고 길 따라 가려는데 어슬렁거리며 내 다리 곁으로 와서 함께 산책길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이들은 약 15분 동안이나 나랑 산길을 올랐다. 덕분에 덜 지루했음.
구름다리는 직접보니 생각보다 짧고 튼튼했다. 출렁다리는 아마도 출렁거릴텐데 이 구름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이 때 쯔음부터 시작된 초 강풍에 진짜 그 높은 곳에서 날아가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구름다리는 그리 높지도 않았다. 게다가 구름다리부터 통천문삼거리까지는 무슨 오르막도 많고 내리막도 많고, 오르막도 가파르고 내리막도 가파르고. 가파른 내리막만 보면 짜증이 나는 무릎이 되어버려서 꽤나 고생했었다. 이번 여행에서 터득한 것 중에 하나는 뒤로 돌아 내려오는 것; 물론 발목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겠지만, 뒤돌아 내려오는 이 방법 덕분에 무릎이 남아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가 천황봉에 섰다. 하~ 역시 정상에서 느끼는 이 쾌감. 강풍 때문인지 오늘은 구름 한점 없다. 그런데 말이지, 천황봉을 등지고 사진 찍은 이 병맛은 뭘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창피하기 그지 없다. 천황봉까지 가서 천황봉 뒤통수를 찍고 온다? 과연 내가 다시 월출산까지 갈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배경에 심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사람이라도 한명 있었으면 저러지 않았을텐데, 하...ㅋㅋ 할 말이 없다. 마무으리...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