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에 걸린 불쌍한 중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난 치질이란게 지저분한 사람들한테 생기는건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걸린걸 보니 그건 아닌거 같애 ㅋㅋ 난 사실 과하게 힘을 주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어. 절대로 항문에 힘쓰면 안돼. ㅜㅜ
누구나 항문에 이상을 느끼면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지. 창피해서 어디에도 얘기할 수 없거든.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치질에 대해서 금새 이론적 지식이 쌓이고, 내가 치핵인지, 치열인지, 치루인지를 알게돼. 병원에 가기 싫다면 좌욕이나, 연고를 바르라고도 하지만, 내 생각엔 인터넷을 찾아볼 정도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 단계라고 봐. 수술을 할 단계인지 그 전 단계인지 전문가에게 듣고 싶지 않아? 난 약 1년 반만에 항문 전문 병원을 찾아갔어.
사실 치핵과 치열을 경험하진 못해서 치루만 설명해줄게. 치루의 증상은... 맞아 바로 그거야. 항문 주변에 조그만 상처가 있고 압력이 가해질때 거기서 고름이나 피가 나오지. 난 사실 병원가기가 무서워서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어. 그리고 그렇게 1년 반을 살았지. 그동안 지인에게 추천받은 연고와 좌욕도 열심히 했지만, 1%도 좋아지지 않았어. 너무 궁금했지. 지금이 대체 어떤 상태인지.
전문의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어. "치루이십니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난 지금껏 살아온 대로 그냥 더 열심히 닦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수술은 정말 무서웠거든. 그런데 방치하면 어마무시한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는거야. 암이 될 수도 있고, 항문이 2개가 될 수도 있다고... 멀티항문... 정말 끔찍했지. 난 속지 않았어. 집에 와서 인터넷을 다시 검색했지. 그 결과 그 의사의 말은 구라가 아니었어.
결국 힘들게 1주일 휴가를 내고 수술을 결심했지. 각종 간단한 검사들을 마치고, 수술날 입원했어. 척추마취를 시작으로 수술은 30분 만에 끝이 났어. 척추마취는 엉덩이 주사맞는 정도로 생각보다 안아파. 아랫도리가 따뜻해지면서 순식간에 돌처럼 단단해졌어. 아무 느낌이 없으니 안심이 됐고 금방 잠이 들었어. 눈떠보니 입원실. 우선 무사히 끝난 수술에 너무 감사했지.
첫날엔 응가를 하면 안된다며 죽만 한끼줬어. 젓가락도 없이... 수술 끝날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2박3일 동안 무통주사를 맞았어. 통증이 단한번도 없었지. 무통주사를 빼면 얼마나 아플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빼고 나서도 전혀 아프지 않았어.
첫 응가를 할 때 엄청 아프다고 했는데 역시 아프지 않았어. 내 상태가 일단 그리 심하지 않았었나봐. 안아픈것도 그렇고 조심도 많이 했지. 자극을 최소화 하고. 아무리 관리 잘해도 기침한번 잘못하면 죽는다. ㅜㅜ
이렇게 치루 수술과 입/퇴원을 마쳤지. 치루는 30% 정도가 재발한대. 가장 중요한건 상처가 아무는 약 4주 정도의 기간동안 항문샘에 고름이나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거야. 한 자세로 오래 있어서도 안되고, 어떠한 압력도 주지 않는게 좋지. 또 술/담배/짠거/매운거 는 조심해야 하고. 의사 말로는 술 마시면 99% 재발한다더군. 헬스, 골프도 너무 압력이 가해지니 한달 동안은 불가. 이런 제길... 수술이야 두렵지 않지만, 또다시 그들에게 내 엉덩이를 허락하고 싶지가 않아. 이상 후기 끝!.
참 그리고 내 병실에 있던 치핵, 치열 환자들은 다 죽어 나갔어.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항문에 손을 대서 그런지 피도 많이 난다그러고. 무통주사를 맞으면서도 진통주사를 더 맞는 사람도 있었어. 응가도 정말 쉽지 않아 보였지. 매우 고통스럽댔어. 무섭지? 그래도 어쩔수 없어. 이상이 생긴다면 곧장 전문병원 찾아가시길. 참고로 난 남양주 양병원에서 했다 ㅋㅋ.
- 글쓴이 : 나
- 소재 : 내가 아는 사람 얘기. (내 얘기 아님).
* 수술 후 경과
수술 12일째 출혈/고름 멈춤.
수술 13일째 항문샘 새살 돋기 시작.
수술 15일째 상처 사라짐.
약 15일간 술/담배/운동 하지 않았고 하루에 3~5회 좌욕하면서 관리했습니다.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