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온니 이동수단 이었는데, 요즘은 다들 운동수단으로 가지고 다닌다. 성인이 되고 면허를 따면서 부터는 자동차를 취하고 자전거를 버렸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누구누구의 자전거가 천만원을 호가한다는 말을 듣고, 더욱 더 자전거에는 관심을 껐다. 2018년 마흔 한 살 때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얼마 전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자전거가 하나 살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에는 헬스장 시간이 좀 애매하기도 하고, 날씨도 곧 실외에서 운동하기 좋은 날씨이고, 조금만 나가면 한강이고, 허벅지 찢는 것도 좀 좋아라 하고... 해서 자전거를 하나 사자니 살림 부피 늘어나는 거 딱 질색이고, 산다 해도 엔간한거 사가지고는 후회만 할거 같아서 고민만 하다가 안사는 걸로 마음을 잡고 있었는데, 내 두살 위 친한 이촌이 갑자기 타라고 줬다.ㅋㅋ 개이득! 원래 가족은 옆에 있으면 고마움을 모르는 존재이긴 하지만, 특히 형은 떨어져 살 수록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ㅋㅋ
그리하여 막상 좋은 자전거가 생기기는 했는데 그 세월간 이 바닥을 너무 오래 떠나 있어서 아는 것도 없고, 예전에는 삼천리가 유일했는데... 마지막 타본 건 커플 자전거 미니벨로.ㅋㅋ 요즘엔 자전거도 종류가 워낙 많아서 이건 뭔지, 딱 보기엔 그냥 사이클 같은데... 찾아보니 역시 사이클이다. 크고 가느다란 바퀴와 드롭바만 보면 딱 나오지. 요즘은 '로드' 라고 흔히 부르며, 달리라고 만든 자전거이다. 특징은 프레임이 매우 가볍고 서스펜션(바퀴 옆에 펌프모양) 이 없어서 자전거의 충격 흡수를 거의 못한다는 점.
일단 라이딩에 꼭 필요한 용품들만 미리 장만 했다. 패드바지(궁뎅이 통증에 필요), 장갑(계속 핸들 잡고 있어야 하는데 물집 방지), 헬멧(살고 싶으면 반드시...), 고글(조금 더 따듯해지면 눈에 벌레 들어감), 전조등(이게 제일 비싸고 쓸모없을 거 같은데 혹시라도 깜깜해 질 때 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일단 구매ㅜ), 후미등(충돌 방지). 그리고 자전거 득하고 첫번째 토요일인 오늘 바로 라이딩을 했다. 오후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조금은 추운 시간이었음에도 일찍 한강으로 나갔다. 탄천까지 나가는 길이 꽤 거지같았다. 써스 없는게 진짜 장난 아니다. 진짜 로드에서만 달리라고 만든 자전거 같다. 평소에 자동차 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미친듯이 증오해서 자전거 도로가 나올 때까지 인도로만 다녔는데, 인도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달됐다. 자전거 도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요철들과 매끄럽지 않은 도로에서도 마찬가지. 스포츠카나 경주용 자동차가 승차감이 거지같은 것과 매한가지다. 노면을 엉덩이로 핥으면서 지나가는 느낌, 갈갈이 할퀴어진 내 엉덩이. 장갑도 멍충이 같이 긴장갑을 사가지고... 반장갑은 손시려울 것 같아서 긴장갑을 샀는데 생각해보니 난 추울때 자전거 탈 생각이 없다. 핸드폰 만질 때마다 장갑 벗어야 되고 아잇 짱나. 아무튼 그렇게 탄천에서 시작해서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꽤나 조심했드랬다. 폭도 일단 그리 넓지 않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반절이 빠른 속도로 무리지어 다니는 그룹이었고 조심스럽게 우측으로 비켜줘야 했다. 아주머니들까지 어찌나 빠르게 잘타던지;; 그 뿐인가 팔로 페달 돌리는 자전거, 누워서 다리로 페달 돌리는 자전거, 아주 가지가지 봤다. 그래도 가장 많은 자전거는 단연 로드 바이크. 자전거에 돈 바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에 심심한 박수를 보낸다. 심심하니 이어폰을 꼽고 달려야 하나 생각도 했었는데 뒤에서 나를 제낄때 아무래도 소리를 못들으면 꽤나 위험한 행동이 될 것 같아서 참았다. 한강을 나갔다가 왔는데 아무래도 긴장도 많이하고 자전거에 집중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경치 볼 시간은 없었다. 비 오기 전에 후딱 다녀 와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그냥 지나며 사진으로 담아놓은 잠수교와 그라피티가 전부이다. 이렇게 2시간 가량의 첫번째 라이딩은 안전하게 흡족하게 잘 마쳤다.
라이딩을 마치고 정비를 하면서 오늘 필요로 했던 자전거 네비를 찾아봤었는데 마땅한게 없다. 아니 자전거 길찾고 GPS 따라오는 네비 만드는게 그렇게 어려워?; 헐랭... 피팅도 진짜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몸에 맞지 않은 자전거를 오래 탈 경우 벼라별 병이 다 걸린단다.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일단 그냥 타봤더니 편안했다. 검색 해보니 안장 높이가 로드의 자존심처럼 보여서(오토바이로 따지자면 쑈바?) 아주 조금 오바하기는 했는데 괜찮았다. 입은 괜찮았다고 하는데 라이딩 내내 손이 절인 이유는 모르겠다.ㅋㅋ 집에 오니 다리도 잠시 절였다. 디스크 터지는 전조 증상과 흡사하긴 한데 허리는 전혀 불편한 느낌이 없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원래 내 몸은 안하던 짓 하면 이틀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제일 걱정했던게 허리 통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허리를 숙이고 오래(?) 다녔는데도 말짱해 보이는게 수상하다. 엉덩이는 예상했지만 패드 바지 하나 가지고는 내 궁뎅이 뼈를 감당 못하는 것 같다. 아니 궁뎅이 뼈인 줄 알았는데 더 안쪽, 아랫쪽에 있는 뼈(궁둥뼈) 가 아프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 하지만 그냥 적응해야지. 별 수 있나. 다들 저렇게 타고 다니는데. 그게 싫으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 같은 에폭시 코팅 바닥에서나 타던지, MTB 를 타던지... 업글 대비 체감효과 1순위가 휠셋, 2순위가 프레임, 3순위가 변속기, 크랭크, 스프라켓 등등이라면 항상 0순위가 타이어라는데... 난 그냥 타야겠지?? 난 타이어 빵꾸나는게 자전거 타기 싫은 가장 큰 이유였는데, 요즘은 대부분 다 포장도로고 하니 뭐... 한번 믿어보지.
이왕 자전거 타게 된 이상 까불지 말고, 다운힐 같은거 하지 말고, 안전 위주로 잘 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촌!
** 라이딩 이틀뒤에 허리는 전혀 문제 없었지만 목이 많이 뻐근했다.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고개 쳐들고 라이딩 해서 그런 것 같다. 첫 라이딩이라 긴장한 탓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보다. 그 때문에 손과 다리가 절인 것으로 셀프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