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16.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산의 정상에서 설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경을 마주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인가. 일단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추위인데다, 강원도 산골에 폭설이 내리면 설경이 예술이겠지만, 그 정도로 눈이 오면 눈길에 운전도 쉽지 않을뿐더러 고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 의지 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찾아오는 법. 겨울 산행 준비는 진작에 끝내놨었고 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상청에서 3일전 눈예보를 확인했고, 어제까지 강원도에 폭설경보. 그리고 기온도 0도 정도라 도로도 거의 얼지 않았을테고, cctv로 눈덮힌 설악산과 태백산은 찜 해놓았고... 하지만 이제 설악산은 무릎 때문에 못갈듯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설경으로 유명한 태백산을 가기로 결정했다.
※ 코스
유일사주차장 - 주봉 장군봉 - 정상 천제단 - 망경사 - 유일사주차장
3월말 무등산에서 우연히 설경을 보고 욕심이 생겼는지, 설레서 잠을 못잤다. 새벽 3시반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잠이 안와서 그냥 TV나 보다가 밤 홀딱 새고 3시간짜리 운행을 했다. 마지막 한시간은 너무도 괴로웠음. 집에 올때도...; 왜 맨날 등산하기 전날엔 잠을 못자는지. 딱 어릴적 소풍가는 그 기분. 자 그럼 눈뽕 감상모드 시작.
주차장 영하 7도. 정상은 대충 영하 11도. 바람 때문에 체감은 영하 20도 정도? 빨리 내려가고 싶은 생각 밖에는 ㅜ. 그래도 보다시피 오늘 하루는 정말 예술이었다. 예술이란 말보다는 더 감성적인 말로 형용되어야 할 것 같다. 정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 정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바람도 없었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구름 예보를 확인했지만 어짜피 안갈수도 없는거, 구름이라도 멋진 구름이길, 곰탕만은 아니길... 했는데 곰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 인생에 '눈' 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이 곳 태백산에서는 눈만 생각날 것 같다. 설경이 이렇게 감동적일 줄은...
다들 너무 쉽다고들 해서 방심하다가 초반에 설경을 보고 빨리 정상에 가고 싶은 마음에 오버 페이스가 됐다. 뭐 그래도 쉬운 코스라 별 문제는 없었지만ㅎ 가장 맘에 드는건 돌길이 거의 없다는거? 눈 때문에 약간 폭신한 느낌도 있어서 무릎에 충격 완화가 된 것 같기도 하고. 피곤했지만 너무 좋았던 산행.
WRITTEN BY
-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