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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Daily/Hiking 2020. 8. 27. 18:30

2020. 08. 15.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식단 관리하고 몸짱이 되고 싶다가도 다 포기하고 돼지가 되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로 당장 접으려 했다가도 화창한 어느 날은 등산 안간걸 후회하기도 하고. 그렇게 벼르고 있었는데 광복절 덕분에 더 여유있는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최근에 도봉산을 계획했다가 두번이나 늦잠 자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ㅜ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비. 전라도 경상도 약간 흐림. 덕유산 부터 아래로 비가 안왔는데 덕유산에서 지리산은 1시간 차이. 그 정도라면 지리산을 한번 가보는 것이... 아직 무릎 테스트도 안했는데 과연 지리산이 옳은 것인가. 지리산까지 주유비 5만원, 톨비 3만원, 교통비 아까워서 이튿날에 속리산을 계획했지만 무릎팍 때문에 포기.ㅋㅋ


이래저래 갑자기 계획세우다 보니 잘 시간이 없네.ㅎㅎ 3시간 자고 출발해야 하는데 3시간만 잘 수 있깐? 매번 설레여서 잠못자고 늦잠자고... 그렇다면 또 가서 자는것이... 저녁 8시 반에 출발했다. 띠띠빵빵~ 새벽 1시에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잠 때렸다.


중산리탐방안내소 - 5.4km(3시간30분) - (로타리대피소/법계사) - 천왕봉 - 1.7km(1시간30분) - 장터목대피소 -5.3km(4시간) - 중산리탐방안내소


역시나 푹 자지는 못하고 4시쯤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엔 무릎밴드와 스틱의 효과로 무사히 등산을 마치는 것이 목표! 4시경부터 입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4시 반쯤 적당히 끌리는 한 그룹 뒤에 졸졸~ 따라 입산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길을 비켜주는 과도한 매너. 으... 또 나 홀로 새벽 산행... 한발한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딛고, 무릎을 외회전 시켜 스쿼트에서 일어나듯 돌계단을 밟아 올랐다. 무릎밴드의 효과가 좋은듯 했다. 거의 통증은 없었고 천천히 오르니 숨도 가쁘지 않았다. 그냥 세월아 네월아 뚜벅뚜벅 걸었다. 




6시반에(2시간)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했고 바로 그 옆에 법계사를 한바퀴 돌며 숨을 골랐다. 법계사삼층석탑 인증하고 다시ㄱㄱ~ 





8시에(3시간반) 천왕봉에 올랐고 안개님 덕분에 뷰는 없었다. 찬바람에 땀을 다 식히고 마지막 미션,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대피소에 9시반(1시간20분) 도착. 그대로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어기적어기적... 





총 소요시간은 대~충 8시간. 휴식은 거의 안했는데 어플을 늦게 껐음.ㅋ 사이트에 안내된 시간처럼 거의 다 걸리긴 처음이다. 보통 1/3 정도는 단축됐었는데... 살살 걷는게 목표긴 했지만 역시나 내리막에서의 내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밴드와 스틱이 약 5%? 정도의 충격은 흡수했다. 그 정도로 내리막에서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오늘도 꽤나 절망적이었다. 아줌스들이 오늘도 내리막에서 나를 제꼈고 게다가 오늘은 무슨 마라톤을 한다고 지리산을 막 뛰댕기는 기인들이 많았다. 어이가 없다. 나는 옆에서 절뚝거리고 있는데 누구는 뛰댕기고... 설악산 때 보다는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무릎이 덜 아프긴 했지만, 천천히 걷기도 했고... 딱 예상한 만큼 아팠지... 


요즘 등산에 있어서 몇가지 포기한 것이 있다. 등산객과 마주치지 않기. 트롯 겁나 크게 틀고 산행하는 노인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메아리칠 듯이 수다 떠는 아줌스들과 잠시라도 동행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무릎 이상으로 자꾸만 마주하게 되니... 참고 귀막고 가야 한다. 또 하나. 맑은 날씨에만 등산을 고집해 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다면 먹구름이 껴도 이제 상관없다. 그저 산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것이 을의 숙명.


어쩌다가 비 안오는 산을 고르다 보니 지리산까지 오게 되었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리산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특징들을 조금 적어보자면 다른 산들에 비해 오르막 구간이 꽤 길다는 점? 그냥 오르막 밖에 기억이 안나는... 내려올 때는 내리막 밖에 기억이 안나고...ㅋ 다른 코스는 모르겠지만 중산리 코스는 그냥 좀 썰렁하다고 해야 되나. 설악산을 다녀온 직후라 그런가. 설악산은 화려하고 수려하고... 지리산은 죄송하지만 좀 지루함...? 아직은 산을 즐길줄 모르는 어른아이. ㅡㅡv


어쨌든 이제 무릎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 


  • 웨이트로 단련된 하체 운동은 오르막에서만 통한다. 
  • 평지나 오르막에서는 괜찮은데 내리막에서만 무릎이 말도 안되게 아프다. 
  • 평소 짧은 계단을 내려갈 때는 별 이상이 없다. 


저러한 증상으로 봤을 때 무릎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거 같다. 단지 오래 걸은 후 내리막에 쓰이는 무릎 주변에 어딘가의 근육이 부족해서 발생된 통증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가 평소 하루에 걷는 거리는 약 2km 내외다. (회사나 헬스장 가는거리ㅋ) 도통 안걷다가 등산을 하려하니 무릎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마지막 의심을 해본다. 이제 해볼 수 있는건 하나. 하루 40분 파워워킹으로 걷는 근육 만들기. 웨이트 할 시간도 없는데, 진짜 가혹하다. 만약 이래도 아프면 등산 진~짜 진~짜 접는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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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Daily/Hiking 2020. 6. 2. 18:55

2020. 05. 30


이번주 토요일 기상 체크 완료. 거의 최고의 날씨. 한 주 쉬고 싶었는데 언제 또 구름끼고 비오고 할지 모르니 날씨 좋을 때 놀아야지. 최근 가고 싶었던 산 중 설악산이냐 오대산이냐를 고민하다가 일단 설악산의 소공원에서 시작하여 대청봉 찍고 공룡능선으로 내려오는 공홈상 17시간 20분짜리를 도전하고 싶었다. 보통 내 걸음으로 1/3 정도 줄어드니 12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 했다. 그리고 만약 몸이 말짱하면 혼술 때리고 속초서 자고 담날에 오대산 천왕봉 코스 도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목표를 높게 잡고 저녁 9시에 잠을 청했고 11시 반쯤 모기콜 당해서 한시간 먼저 일어났다. 시간적 여유를 조금 누리면서 이틀치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 4시에 입산할 수 있도록 시간 맞춰 출발했다. 




* 예정 코스 (설악동으로 올라 대청봉에서 턴하여 공룡능선으로 내려옴)

설악동(소공원) - 비선대 - 희운각대피소 - 대청봉(6:40) - 희운각대피소 - 마등령삼거리 - 비선대 - 소공원(17:20)


* 실행 코스 (설악동에서 올라 대청봉 찍고 고대로 내려옴)

설악동(소공원) - 비선대(50분) - 양폭대피소(2시간) - 희운각대피소(3시간) - 소청봉(3시간50분) - 대청봉(4시간30분) - 희운각대피소 - 비선대 - 소공원(9시간)



새벽 3시 반쯤 설악산에 잘 도착했다. 한달 전에는 대부분 구간이 통제되서 사람이 별로 없었었는데 오늘은 이 시간에 차량이 꽤나 많다. 역시 설악산 클라스~  간단히 간식을 먹고 입산하는데(am4:00), 다행히 앞에 한 팀이 있어서 하나도 안무서웠다.ㅋㅋ  동이 트면서 앞지르기 시전하고 한팀씩 제껴갔다. 희운각대피소 전 양폭포쯤 까지는 경사도 심하지 않고 경치 즐기기에 좋다. 양폭포를 지날 쯤부터는 계속해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나고, 난 평소에 비해 조금 빨리 지친듯 했다. 아직 지칠 시간이 아닌데,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고 얼마뒤 맞은편에서 등산객을 처음 만났다. 대청봉에서 오는거냐 물으니 오색에서 올라 조금 빨리 보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도 오색이 빠른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양한 경치를 즐기고 원점회귀를 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한건데, 똑같은 시간에 입산해서 이미 정상 찍고 내려오는 사람을 보니 좀 기운이 빠졌다. 처음 겪은 일이라...ㅋ 난 아직 소청봉도 못갔는데... 그 때부터 힘도 더 들고 지치고... 그냥 꾸역꾸역 올라갔다. 특히 중청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다왔다고 느꼈는데 대청봉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ㅜ 대청봉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이 보였다. 이런 젠장. 꾸역꾸역 올라 드디어 대청봉과 마주했다.(am8:30) 딱 4시간 반 걸렸다. 설악동발 1빠긴 한데... 대청봉 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인증샷 찍느라고 시끌벅적 했고 나도 낑가서 겨우 인증샷을 찍었다. 아... 진짜 아줌마들 푼수처럼 떠드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 내가 이래서 사람들 많을 시간에 등산을 안하는데... 9시도 안됐는데 햇볕도 엄청 뜨겁고 그늘도 없고... 으... 하지만 대청봉에서 보이는 장관을 보는 순간엔 모든 짜증을 잠시 잊었다. 한달전 마주보던 울산바위, 범봉, 칠성봉, 권금성, 화채봉, 동해... 하~ 예술이다. 오르는 내내 설악산은 정말 최고의 산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기다란 계곡과 힘찬 폭포, 웅장한 기암절벽, 다른 수많은 능선들. 제발 날씨가 좋기를 바랬는데, 그 날씨속에 있으면서도 또 구름한점 없으니 그것도 조금 아쉬웠다. 진짜 장관은 운해인데 한번을 못보네... 





슬슬 내려갈 코스를 선택해야 했다. 공룡능선으로 내려가면 7시간 정도로 예상하긴 했는데 갑작스런 더위에 정신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또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음료와 간식을 거의 차에 놓고 와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공룡능선을 이 상태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일단 갈림길인 무너미고개까지 내려가려고 했는데 대청봉에서 출발하는 그 순간부터 무릎에 통증이 시작됐다. 이럴꺼 같아서 등산스틱도 빼들었는데 이건 뭐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아줌마들도 폴짝폴짝 잘 뛰어 내려가는데 또 산과의 외로운 사투가 시작됐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게다리도 해보고 계단에서는 뒤로도 걸어보고 사뿐사뿐도 걸어보고 슬로우로 걸어보고 벼라별 괴상한 자세는 다 해봤지만 안아플수는 없었다. 어짜피 아픈거 그냥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공룡능선은 커녕 4시간이 넘는 길을 이렇게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고, 산을 오른 것까지 후회됐다. 왜 내 무릎만 이러는지. 아프다고 하산을 안할수도 없는 일이고.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오색에서 원점회귀하는게 백번 나았을 것을... 무리한 스케줄을 잡은 내가 문제지만, 그렇다고 200km 이상을 달려와서 4~5시간 등반하고 집에 오는 것도 꽤 허무한 일이다.​사진 찍을 생각은 진작에 사라졌고 하산해서 밥도 안먹고 집으로 와버렸다. 제대로 삐졌다. 산한테 삐진건지 내 무릎에 삐진건지...

내가 산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운동도 되고 장관도 즐길 수 있어서 였는데, 무릎이 이렇게 아프면 사실 등산을 안하는게 맞다고 본다. 헬스를 하다가 어디가 아프면 그만 두면 되지만, 등산을 하다가 아프면... 이건 답이 없다. 등산할 때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진 않았지만, 아픈 몸을 이끌면서까지 등산을 할 정도로 산에 미치진 않았다. 오늘 어쩌다 보니 설악산을 제목으로 이렇게 짜증섞인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 정도로 등산을 하기 힘든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해서 그런것 같다. 어찌나 다양하고 요상한 자세로 내려왔는지 이 다음날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는데 엄청 고생했다. 기록처럼 24km 가량을 등산을 했으니... 거기다 12km 정도는 요상하게 내려왔으니 허리가 멀쩡한게 이상한거지. 반나절 지나고 괜찮아져서 다행이었지만 허리까지 이래되니 확실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떻게 다시잡은 허린데... 미녀가 꼬셔서 데리고 가지 않는 한 등산은 두번 다시 안 할 생각이다.(이렇게 말하고 설마 또 다음주에...)  다른 취미 생활 찾아봐야지... 자전거도 타다말어, 등산도 하다말어... 아~ 나 이런 타입아닌데...ㅠ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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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영봉

Daily/Hiking 2020. 5. 27. 19:14


2020. 05. 23


내일 전국 날씨 스캔 중 경기, 강원은 흐리나 충청권에는 맑음이라 거리상으로 후보에 오른 속리산, 월악산, 치악산. 그 중 내일은 여러모로 월악산이 괜츈할듯 하여 월악산으로 선택. 월악산은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봉은 영봉(1,097m) 이다. 


국립공원이라 그런가 월악산도 코스가 겁내 많다. 크게는 동쪽에 도락산코스, 서쪽에 영봉코스, 남쪽에 포암산코스, 북쪽에 충주호코스. 월광폭포, 망폭대, 학소대, 수경대, 자연대, 수렴대 등 볼거리가 있지만 흩어져 있어서 다 둘러보기가 쉽지 않음. 어쨌든 주봉은 가야하니 영봉코스로...


항상 차를 가지고 산에 갈때면 원점회귀 때문에 코스 탐색이 필수이다. 한번에 최대한 많은 코스를 돌아보고 싶은게 모든 사람들의 욕심. A코스로 올라가 B코스로 내려오고 B코스에서 다시 A코스로 돌아가는게 문제인데 그 구간만 버스를 타거나 1시간내로 걸을 수 있다면 걷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도 안된다면 올라간 코스 고대로 내려오는거고... 다행히 월악산에서는 두 코스를 돌아보고 원점회귀가 가능한 코스가 있다. 바로 덕주사, 자광사 코스. 덕주사에서 자광사까지는 도보로 5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버스도 여러대 있어서 체력 비축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 덕주사 코스 : 덕주사 - 마애불 - 960고지 - 송계삼거리 - 영봉 (공홈상으로 3시간20분, 주차가능)

- 동창교 코스 : 동창교입구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영봉 (공홈상으로 3시간, 주차불가)


언제나처럼 주봉에 더 가까운 코스로 일출시간(5시 15분) 30분전에 입산을 계획하고 일정을 짰다.


* 계획

집(1:30) - 덕주사 주차장(4:00) - 자광사(4:40) - 송계삼거리(6:10) - 영봉(7:40) - 송계삼거리(9:10) - 마애불(10:20) - 덕주사(11:00)


* 실행

집(1:30) - 덕주사 주차장(3:40) - 간식타임(4:05) - 자광사(4:45) - 송계삼거리(5:55) - 영봉(6:30) - 휴식(6:50) - 송계삼거리(7:10) - 마애불(8:30) - 덕주사(9:00)

(자광사에서 영봉까지 오르는데는 약 1시간 45분이 걸렸고, 영봉에서 덕주사까지 내려오는데는 약 2시간 10분이 걸렸다.)


이날도 잠을 거의 못잤다.ㅋㅋ 설악산 갈 때도 거의 밤 새다시피해서 이번엔 잠 보충을 잘 계획하고 저녁 7시에 누웠는데 저녁 9시반에 깼다.ㅋㅋ 새벽 1시까지 잤어야 했는데 잠도 더 안오고 뭐... 그래서 또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가 정시에 출발했다. 새벽이라 삼성동 집에서 국도로 가는데 2시간 10분밖에 안걸림. 요즘은 기름값 떡락해서 국도로 다니는 재미가 솔솔. 새벽이라 차 안막히고 시간 절약하는 장점이 있지만 경치란게 없음.ㅜㅜ 자광사 입구에서 덕주사 입구로 가는 길목에 고라니가 버티고 서있어서 개놀람. 내가 비켜가긴 했는데 살짝이라도 달려들어서 차 찌그러질까바 후덜덜;; 더군다나 곧 이 길을 걸어서 돌아와야 한다는 공포가...ㅜㅜ 3시 40분에 덕주사의 텅빈 주차장에 도착했고 간식 보충하면서 산행준비를 마쳤다. 큰길로 내려가는 길도 왜케 무서움. 이렇게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유튜브 틀고 잠시나마 무서움을 떨쳤다.ㅋㅋ 이건 당최 등산을 하는건지, 극기훈련을 하는건지... 다행히 자광사로 가는길에 고라니는 없었고 4시 45분에 자광사에서 입산을 시작했다. 근데 길이...; 비좁아서 양쪽 수풀이 살에 닿을 정도. 게다가 새벽내 거미녀석들이 친 거미줄 테러까지. 뒤에 따라올 사람들이 이 고마움을 알아야 할텐데.ㅋ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살짝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비에 젖은 돌에 미끄러져 무릎을 아야했다. 간만에 또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른발이 미끄러졌는데 왜 왼쪽 무릎이 깨졌을까. 희한하지... 나와라 만능 등산 스틱! 내가 핸드폰 카메라 찍을때 불편해서 웬만하면 등산 스틱 안꺼내는데...ㅋ




송계삼거리쯤 갔을 때 영봉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 전경들은 안개 때문에 너무 흐릿하게 보였다. 날씨 예보에서 구름도 피하고 바람도 피하고 미세먼지도 피했는데 옆동네들 날씨 보는걸 깜빡했다.ㅡㅡ; 아니 봤는데 운해가 아니라 안개로 안보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며칠전에도 필드에서 안개로 고생했는데 이런식이면 곤란하지. 영봉에 오르면 잘보일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까... 이런거는 이제 기대할 레벨은 지났지. 오르다보니 영봉에 다다르기 직전에 진달래가 드문드문 보였다. 아랫동네는 진달래가 다 떨어져 있었는데 윗동네라 아직 시원한 모양.




오늘도 일빠로 영봉에 올라 맑은 공기 흡입하고 아쉽지만 안개에 가려진 먼 산봉우리들 훑어보고 충주호도 한번 훑어주고 인증샷 몇방 날려주고 간식 냠냠하고 10분쯤 쉬다가 내려갔다. 덕주사 코스로 1시간쯤 내려왔을 때부터 무릎 통증이 또 시작됐다. 일찍 귀가해야 해서 서두르긴 했는데 이렇게 또 통증이 올줄이야.ㅜ 게걸음과 스틱에 의존하며 마애불에 와서 사진한방 찍고 가려는데 갑자기 무릎의 심한 통증이 사라졌다. 희한함의 연속; 그렇게 30분을 더 내려와 덕주사 코스의 산행을 마쳤다.




오늘도 하산할 때 무릎이 문제였다. 설악산에서는 괜찮았는데... 그래서 더 방심했었던거 같기도 하고. 무릎도 복불복인지, 전날 하체 운동을 잘못한건지, 오늘은 시작부터 무릎에 살짝 통증이 있긴 했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하산을 좀 빠르게 한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거 같고... 아무튼 간단하게 코스 후기를 간단히 하자면...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약간 길이 덜 정돈된 느낌? 중반까지는 돌계단도 좀 어수선하게(?) 지나기 불편한 구간이 종종 있다. 

* 송계삼거리 - 영봉 : 약간의 계단. 쉬움.

* 송계삼거리 - 덕주사 : 사람들이 많이 다닐것 같은 코스. 계단이나 길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긴 코스.


전체적으로 코스는 무난하다~~ 는...ㅎ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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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 30


간만에 부처님과 근로자와 주말의 콜라보 휴가. 뭘할까 심심심심~ 혼자 밖에서 할꺼라곤 그저 등산ㅋㅋ. 지난번에 관악산에서 몸을 좀 풀어놨으니 이번엔 빡세게 하고 좀 쉬겠다는 생각에 장시간 산행이 가능한 곳을 알아봤다. 날씨를 보아하니 목/금/토/일 중에 맑은 날은 목요일 하루. 그마저도 강원도 경상도만 오후 3시까지 맑음. 유일하게 오후 6시까지 맑음이 보장된 오대산을 가려고 했는데 국립공원 사이트를 보니 뙇! 정상으로 가는 모든 코스가 산불통제 구간으로 되어 입산불가.ㅜ 사이트에서 미리 알아본게 천만 다행이지...; 그리하여 정오까지 맑음이 보장된 설악산으로 선택했다. 코스는 소공원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 공룡능선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짜 봤다. 사이트 상에서는 약 17시간 코스로 되어 있는데 10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 했다. 아무래도 첫 장시간 코스이다 보니 먹을 것도 바리바리 싸고 완전 무장을 완료! 4시간이라도 자려고 오후 10시에 누웠는데 설레여서 그런지 12시 반까지 뒤척이다가 그냥 짐싸고 나와 핸들을 잡았다. 경유 최저가가 1,000원 정도이니 50분이 더 걸리더라도 톨비 만원을 아끼기 위해 국도로 달려 보았다. 오랜만에 타 본 미시령 고개는... 정말 토나왔다.ㅋㅋ 새벽 3시반에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역시 암흑뿐. 하늘엔 별이 빤짝빤짝~~~ (기술이 없어서 별을 찍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잘 도착하고 잠 잘오겠다 싶어 4시 40분에 알람을 맞추고 한시간 꿀잠을 잤다. 일출 시간은 5시 반. 5시가 되서야 약간씩 동이 트기 시작했다. 입산 고고~ (5:00)




생애 첫 등산화와 함께 등반하는 상쾌한 기분. 발목 길이로 고민하다가 짧은걸 샀는데 발목이 말짱할지 약간 걱정은 되지만, 그것도 그렇고 새 등산화가 한방에 헌것이 될거라는 걱정도ㅋㅋ. 그래도 룰루랄라~ 새벽이라 입장료 패스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얄짤없음^^ 카드를 건네고 잠시 옆으로 눈을 돌렸는데... '산불예방으로 인해 5월 31일까지 비선대, 울산바위를 제외한 모든 구간 입산 통제' 뙇! 이런 줸장!!! 아 진짜 짜증났다. 설악산 국립공원 사이트 공지에 말한마디 없었는데, 이게 왠 날벼락? 결제 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데 진짜 1분간 멍하니 있었다. 하여간에 사이트 운영도 거지같이 하고 진짜 뷁! 그나마 울산바위라도 갈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10시간 코스 가려다가 3시간 짜리 가려니 힘이 쭉 빠졌지만 어쨌든 언젠간 가려고 했던 울산바위 코스 오늘 가자! 생각하고 다시 기분좋게 고고~ 통일대불을 지나 '커피볶는한옥?' 은 폐업한건지 리모델링을 하는건지 안이 텅 비었음. 작년 겨울에 따뜻한 유자차를 마셨었는데... 내가 스쳐간 곳들은 다 망한다는...




울산바위를 오르는건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온 후로 32년만이다. 사진은 남아 있는데 흔들바위고 울산바위고 어떻게 올라갔는지 길도 전혀 생각 안나고. 해서 이렇게 다시 오게 됀거지? 길도 험하지 않고 걷기에 좋았다. 5월이 되니 나무들도 모두 푸릇푸릇해졌고 보기 좋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렇게 걷다가 보니 흔들바위가 보였다. 계조암. 오우 여기 이런 절도 있었나. 약간 중국풍의 구도? 일단 흔들바위 왔으니 한번 흔들어야지. 이얍!!! 윽... 허리... 2초만에 포기. 예전엔 흔들렸던거 같은데 ^^; 돌마다 한자로 뭐라고 많이 쓰여 있는데 일단 사람들 꼬이기 전에 후딱 올라가야 하니 패스~ 흔들바위를 지나고 부터 계단지옥이 시작됐다. 나무 계단, 돌 계단, 철제 계단ㅋㅋ. 아 근데 뭔가 몸이 정상 같지 않았다. 잠을 얼마 못자서 그런건지, 허리가 아파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대청봉 코스 갔으면 정말 울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딘지 모르게 안좋았다.ㅜ 바람도 엄청났는데 철제 계단 올라가는 중에 불어온 강력한 바람에 다리가 다 후들거릴 정도였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이러다가 실족하면 진짜 쥐도새도 모르게 가겠구나 싶더라.ㅎ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당시에 바람을 맞고 있을 때는 꽤 겁났음) 그 상태로 꾸역꾸역 올라가다보니 울산바위 정상에 도착~ (6:20) 아싸 오늘도 1빠다~ 라고 생각하며 경관을 한바퀴 쭉 돌아보는데 한발짝 먼저와 암벽 타는 사람들이 보임.ㅋㅋ 바람도 많이 부는데 겁도 없이;; 보기만 해도 발가락에 힘이 다 빠졌다. 대단한 사람들... 4월 30일인데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대청봉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위엄이 느껴졌고, 반대편으로는 속초 시내와 이미 힘차게 떠올라버린 커다란 해, 저 멀리 울산바위의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델피노도 보였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었고 역시 등산은 미세먼지 없고 맑은 날 와야 뭐라도 건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가슴깊이 새긴다. 




슬슬 하산 하려는데 현기증인지 체기인지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장시간 걸을줄 알고 차 안에서 바나나랑 고구마를 많이 먹은게 갑자기 체한거 같기도 하고...ㅜ 그나마 내려가는 길이니 마스크 내리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려갔다. 오늘도 등산 스틱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았고 대신 집에서 꽁꽁 얼려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열심이 들이키며 내려갔다. 그 길에 다람쥐를 만났는데 이 다람쥐가 나를 보고 있다가 찰칵 찍으면 1초뒤에 또 포즈를 잡고 또 찍으면 포즈를 잡고 그러면서 내 발밑까지 왔다가 올라오는 등산객들에 놀라 도망갔다. 다람쥐가 보기에도 내가 외로워 보였나보다. 흔들바위 앞에서 잠깐 쉬었다가 내려왔고 (8:00) 입산통제인데도 가득찬 주차장을 보며 이 사람들이 입산통제인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ㅋ




아쉬워서. 오색약수터로 이동하여 용소폭포 보고 속초 물치항 가서 도다리랑 성대회에 혼술, 배찢하고 차에서 한숨 자고 귀가. (귀찮은듯 급하게 마무리...^^)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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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대

Daily/Hiking 2020. 4. 26. 19:56

올해 첫번째 등산은 어디로...


이래서 못가고 저래서 못가다가 결정한 올해 첫번째 등산. 날씨는 강남지역 정오까지 맑음 확보, 강북지역 오전 9시부터 구름... 소요산 탈락, 감악산 탈락, 도봉산 탈락, 관악산과 청계산 중.... 청계산 보다는... 관악산으로 결정~~ 날씨는 너무 좋을 것 같고 기온도 7~17도, 하지만 바람이 22km/h 까지 예상되고 그 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맞아보러 한번 가봐야지. 어느 코스로 가볼까 지도를 보는 순간 관악산이 넓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코스가 너무 많네; 위키에 보면 32가지 코스가 있고, 관악구청 사이트에 보면 기암괴석이 24종류나 있다. 괜춘한 코스 알아보려면 다 봐야 하고... 이렇게 볼게 많은데는 검색도 참 귀찮다.ㅜ 일단 첫차 타고 서울대 신공학관에서 빠르게 정상(연주봉) 찍고 연주대, 연주암, 호수공원, 서울대 캠퍼스 한번 거닐어 보고... 그러면 되겠지? ^^; 라는 생각으로 짐 후딱 싸고 스피드하게 4시간짜리 잠에 든다.


오전 4:20분에 알람을 맞췄었는데 1시간을 늦잠잤다. 올해 처음으로 허리가 또 도진 바람에ㅋ. 1분 정도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나 서울대로 향했다. 내가 원한 코스의 시작은 서울대 신공학관(건설환경종합연구소 앞)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거였는데, 코로나19 때매 서울대 정문에서 강제 하차됐다ㅋ. 이렇게 된 김에 관악산공원 입구로 들어갈까 했는데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서울대 캠퍼스를 걸어볼까 하여 진짜 서울대 입구(?) 에서 6:30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서울대 들어간 남자, 두둥~. 캠퍼스를 거닐며 그닥 느낀 것은 없다. 다른 세계의 리그는 그냥 그림처럼 볼 뿐. 관악산 가는길이라 그런지 서울대생들은 관악산 정기를 많이 받겠다는 생각은 조금 들고. 그렇게 관악산만 바라보며 언덕을 오르는데 굉음을 내며 올라가는 마을02번 버스... 재는 뭐지; 왜 쟈는 올라간다요? 정말 어처구니가...




서울대 입구에서 신공학관까지는 약 25분 소요. 코스안내판도 없고 뭐... 어찌할까 하다가 무작정 앞에 가는 아저씨를 따라갔다. 능란한 뒷모습이 나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 길은 가지 말았어야 할...ㅋㅋ 그냥 시작부터 정상까지 가파른 암벽길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놀라긴 했지만 큰 무리 없이 따라가고 있었는데, 쉬지 않고 본인을 따라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한쪽에서 잠시 믹스커피를 한잔 했다. 거기서 본 토끼바위!! 아니 무슨 숨은그림 찾기도 아니고. 그 아저씨도 몇 년동안 주말마다 왔다는데 내가 말한 바람에 알게 됐다며...; 거짓말 같지 않은게 올라가면서 지인을 꽤 만나시더라. 나처럼 빨리 정상찍는게 목적이 아닌 분들이라 지인 만날때마다 걸음을 멈추셔서 참 곤란했음.




그리고 기상관측소와 송신탑만 보며 올라온 관악산 정상(8:00). 짜잔~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면 기암절벽위에 위치한 자그마한 연주대가 있다. 정말 작은 약 2평짜리 암자ㅜ. 정상에서 360도 한번 둘러보니 이것도 참 장관이더라. 63빌딩, 남산타워, 롯데타워 뿐만 아니라 한강 다리가 전부 다 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들어가 연주암까지 마저보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풍경에는 뭐 있었나... 계단많은 깔딱고개로 내려왔고(보통은 이쪽으로 올라간다는데...) 제4야영지, 열녀암을 지나 호수공원 쪽으로 내려왔다(10:30분).




소감... 관악산도 스케일이 꽤 크다. 강북에 북한산이 있다면 강남엔 관악산이 있다고 해야할 듯? 코스가 여러군데다 보니 진입점도 다양하고 코스도 상/중/하 코드를 선택할 수 있으니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정말 딱인것 같다. 또 적당히 큰 바위들은 일단 사진찍어놓으면 뭔 이름들이 거의 다 있다. 뭔가 특이해 보이면 찍찍~ 오후 스케줄 때문에 자운암/학비위능선/무너미고개를 보지 못해 약간 아쉽지만... 혹시 몰라서 가져간 등산스틱은 무릎이 멀쩡한 관계로 꺼내지는 않았다. 작년과 비교해 보니 작년엔 한달정도 자전거를 타다가 등산을 했었는데 그래서 무릎이 아팠던걸까... 뭔 이유라도 있어야지 1년이 더 늙었는데 왜 안아프냐고. 무릎 멀쩡하다고 신나게 내려오다가 위험한 순간들이 조금 있었지만 이렇게 무사귀가. 참 바람 22km/h 는 어디로 갔나 했더니, km/h... m/s 랑 헷갈렸다 ㅡㅡ;;;; 올해의 스타트로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


내가 전날 코스를 선택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많은 볼거리를 놓치기 싫었지만 그 볼거리들이 어느 코스에 몰려있는지를 몰라서였다. 근데 한번 가보니 답이 나와서 초보자들 추천 코스 한번 적어본다. 


-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 5511, 5513, 5516 번 서울대학교 정류장 하차

- 편하게 조금더 걷는 시간을 단축하고픈 분들은 서울대 안의 신공학관/건설환경종합연구소 정류장에서 하차 -> 수중동산

- 아닌 분들은 서울대학교 정문 옆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출발 -> 호수공원 -> 수중동산

- 수중동산 -> 깔딱고개 -> 관악산 정상 -> 연주대 -> 연주암


이것이 서울대에서 출발하는 무난한 관악산정상 코스인 것 같다. 

관악산정상, 연주대, 연주암만 보면 그래도 관악산 갔다왔다고 할 수 있겠죱!

(아... 요즘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거 왜케 귀찮어 ㅜ)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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