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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성당

Daily/Diary 2014. 11. 13. 01:22

 

 

 

 

 

 

 

주말에 한풀이로 빌빌대던 나는 주일을 지키느냐 마느냐로 한참을 고민했다.
십계명에 보면 제3계에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계명이 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것이 과연 주일미사에 반드시 참석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 나름대로 거룩(?)하게 기도하고 묵상하면 되는 것인지.
난 후자가 맞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주일미사 빠지면 고백성사 봐야하고 신부님께서 보속을 주시고... 하는 걸 보면 죄이긴 한 듯.

 

그게 두려워서는 아니고 다시 성당을 다니면서 주일을 지키겠다고 나에게 약속을 했는데,
음란마귀들과 함께 있으니 역시 약간 흔들리네 ㅋㅋ

 

아무튼 쩌든 몸을 이끌고 양화대교에서 가장 가까운 절두산 성지를 찾았다. 걸어서 5분. 참 좋은 동네군...
절두산 성당은 어렸을 때 한 두어번 와봤었는데 기억이 영 안남.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곳은 개화기때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곳으로,
1966년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천주교회에서 절두산순교박물관을 지어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 10분 전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 장면이 익숙한 듯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방석을 들고 빈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방인인 나는 코너에 조용히 서서 미사를 마쳤다.

 

우리 성당에는 없는 수녀님, 프로페셔널한 성가대.
이왕 다니는거 이렇게 좋은 성당 다니고 싶다;;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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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어플

Daily/Diary 2014. 8. 25. 22:22

 

 

 

미사에 참여할 때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있다.
모자, 반바지, 슬리퍼 등의 복장은 아니되고 정숙은 당연한 것이며 요즘에 추가된 한가지로 핸드폰 예절이 있다.
어제 우연히 미사시간에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있는 어른을 보았다. 애들도 아니고. 멀쩡하게 생기셨는데 저게 무슨 망측한...
가까이서 보니 역시 게임이나 기사를 보는 건 아니었다. 바로 매일미사 어플. 헐 대박~ 난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다운받아 보았더니 십수년 전에 비하면 중간중간 찔끔찔끔 바뀐 기도문들이 전부 들어있다.
이 어플 하나면 주보, 성가책, 성경책, 아무것도 안챙겨도 된다요!
이 작은 어플 하나에 이 좋은 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좋기는 한데, 모양새가 참...
내용은 좋지만 성스러운 미사 시간에 저 핸드폰을 보고 있노라면 주위의 눈초리가;
편하다고 해서 모든 신자들이 미사시간에 합장 대신에 핸드폰을 들어 주시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건 아니다.
누가봐도 이런 모습들은 미사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성당의 미사시간 만큼은 성가책을 지참하고 주보를 받아들고 책장을 넘겨가며 기도하는 것. 이게 미사의 맛 아님?
성스럽고 경건한 전통들은 영원히 깨지지 않기를.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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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의 끝

Daily/Diary 2014. 6. 1. 22:07

 

약 18년간 꾸준히 냉담을 지켜온 1人.
올초에 갑작스레 외할머니께서 건강이 악화되셔서 우리집에 와계신다.
그 때부터 주말마다 외할머니, 어머니를 미사시간에 맞춰 성당에 모셔다 드리고, 모셔 오고.
의도치 않게 두번씩 성당에 나가고 있다.
이번 외할머니의 생신에 마땅히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 조촐하게 소원을 들어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외할머니의 소원은 내가 다시 성당에 나가는 것. 말씀은 안하시지만 우리 어머니의 소원이기도 할 것이고.

 

다른 신도들에 비해, 예수님과 성모님에 대한 나의 믿음이 너무나도 작다는 것을 느꼈을 때,
더 이상 성당을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난 성당을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 믿음은 전혀 자라지 않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려고 한다.
내가 원래 있었던 그 자리로, 나를 품어 주셨던 내 아버지께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18년만의 고백성사에 신부님은 멀어진 하느님과의 거리를 아주 조금씩 좁혀가라고 말씀하시며 작은 보속을 주셨다.
맞춤형 보속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안나오던 녀석에게 할 수 있을 만큼만 주신 것이다.
미사시간 내내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은 정말 묘했다. 원래 내 집이었는데, 남의 집에 들어와 있는 느낌...
기도문도 중간중간 단어들이 많이 바뀌었고, 너무 어렸을 적부터 놀러다니듯이 다닌 곳이라, 이론적으로도 모르는게 너무 많다.
처음부터 기초부터 하나씩 다시 다가가려 한다. 공부할게 하나 더 늘었다.ㅎ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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