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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사 D-3

Daily/Diary 2019. 8. 7. 23:42



이 곳에 이사온지 11달째다. 추울때는 베란다 문까지 꼭꼭 닫고 살아서 층간소음만 들렸었는데, 봄이 지날 무렵부터 창문을 열고나니 집앞 골목 소음과 담배냄새 올라오는게 장난아니다. 편의점, 식당, 커피숍이 코앞이라 편의성 면에서 좋을줄 알았더만 그나마 담배까지 끊고나니 그 어떤 시설도 이용하지 않는다. 그들 앞에 설치된 파라솔에서 떠들어재끼는 주정뱅이들이 이사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처음 틀어본 에어컨 역시 물이 줄줄줄 흐르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리기사랑 시간맞추고 에어컨 주변 짐빼기 귀찮아서 3주만 버텨보려다가 골병만 들고 있다. 방 온도가 이정도일 줄이야... 최고기록(32.3)... 가만히 누워있는 것 빼고는 땀이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피아노 친지도 한달이 다 되어 간다. 그래도 내 독립의 첫번째 집이었는데... 최악은 아니었다고 해야겠지. 이것저것 부족한 부분들도 많았지만 다른건 어떻게 해서든 커버할 수 있었는데, 말귀를 못알아처먹는 이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나마 후임자도 없이 나가는데 한달치 월세 까준 집주인에게 감사. 어쨌든 이 집구녁엔 남은 정내미 다 떨어졌고 회사 근처 싹다 뒤져서 겨우겨우 건진 내 두번째 집. 세 밤만 더 자면 드디어 이 집을 벗어난다. 이놈에 한달 언제 지나가나 했는데 업무가 고맙게도 다사다난 하여 시간은 겁나 빨리 간것 같네.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이삿짐 나를게 또 걱정이다. 이삿짐 센터 안부르려고 침대도 안샀는데 세탁기랑 냉장고가 문제다. 허리까지 도진 바람에. 쩝... ㅡ.ㅡ


지난주 가족여행에서 열심히 짐나르다가 허리가 좀 안좋다 싶었는데, 그냥 딱 그정도 였는데, 스쿼트 하다가 또 터져버렸다. 아놔 이제 완전 아물었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나가나 ㅡㅡ; 하루가 지나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리들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엔간해서는 병원 잘 안가는 남자지만 이번주 이사 때문에 4년전 잘 먹혔던 진통제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놈에 허리 어떻게 안되겠냐고 묻자 의사는 손발 절이지 않고 걸어서 진료 올 정도면 그냥 약으로 충분하단다. 의사가 너무 양심적이라 깜놀; 한 4년동안 디스크가 심하게 온적이 없어서 내가 정말 관리를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역시 디스크는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완치할 수는 없나보다. 하는 운동이 대부분 중량운동이다보니 나을리가 있나. 허리 아플 땐 좀 쉬어야 하는데 에어컨도 안나오는 이 방구석에서 늦게까지 잘수도 없고 새벽같이 헬스장가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3일만 잘 버티자. 흑...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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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이사라고 할꺼까지 있나. 포장도 없고 짐이 많지 않아서 손이 있던지 말던지 냅다 차에다가 다 실어버리려고 했는데, 한 차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그거슨 나으 착각. 테트리스하듯 차곡차곡 꽉차게 쑤셔 넣었는데... 형 차까지 동원했는데 또 한 차 분량이 남음; 살림도 얼마 없는데 이거이 왠녈. 


- 짐 목록

  • 반팔 / 긴팔 / 바지 / 점퍼 / 정장 / 추리닝 / 속옷 / 양말 / 신발 / 모자 / 가방 / 백팩 / 캐리어
  • 이불 / 베개 / 전기매트 / 헬스기구 / 골프용품 / 수영용품
  • 컴퓨터 / 모니터 / 노트북 / 공유기 / 충전기 / 마우스 / 키보드 / 드라이버 / 헤드셋 / IT책 / 피아노책 / 서류철 / 편지 / 앨범
  • 면도기 / 빗 / 드라이기 / 칫솔 / 치약 / 비누 / 샴푸 / 스킨로션 / 수건 / 걸레 / 피존 / 세제 / 쓰레빠
  • 칼 / 가위 / 도마 / 수저 / 냄비 / 그릇 / 행주 / 김치 / 세탁기 / 서랍장 / 건조대 / 쓰레기통


- 구매 목록

  • 쓰레기봉투 / 대하 / 방향제 / 먼지털이 / LED전구 / 멀티탭 / 장패드 / 냉장고 / 책상 / 의자 / 피아노


써놓고 보니 한차에 안들어가는게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연휴 내내 조금씩 다 싸놔서 빼먹은건 없는데 택배가 후딱후딱 안와서 고생 좀 했다. 바닥에 앉아서 바닥에 있는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는 어찌나 자세가 안나오던지... 짐 쌀 때는 어머니가 너무 꼼꼼히 싸주셔서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짐 풀면서 느껴지는 정성에 눈물 지릴뻔 했다. 쉴틈없는 빗질과 걸레질로 광이 날 무렵, 집보러 왔을 때 꼼꼼히 본다고 봤는데 커튼에 절묘하게 가려져 있던 에어컨 배관을 뒤늦게 발견하고 그 때문에 닫히지 않는 저 창문을 대체 어찌 막아야 할지... 주인집에 얘기했더니 이 전 사람도 그 전 사람도 아무말 없이 살았다며, 인터넷에 찾아보고 알아서 잘 막아보라며...ㅜ 이 지긋지긋한 슈퍼을.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싫어서 그냥 알아서 잘 막아보는 걸로... 내 명의의 인터넷+TV 도 처음으로 신청했다. 직원들이 요즘은 대리점이나 직영점에 직접 신청하면 호구라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현금 준다는데다가 신청해서 페이백으로 56만원도 받았다. TV 는 거의 안봐서 신청 안하려고 했는데 며칠 살아보면 주말에 할 일 없어서 후회할 거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어쨌든 현금 챙겼고. 현금 준다는건 사기일꺼란 생각에 지금껏 핸드폰도 직영점에서만 샀었는데 몇달전 아이폰X 제 값 주고 산걸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가계부를 만들어봤다. 지금까지의 내 씀씀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쓰던대로 계속 쓰고 산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50대는 처절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다가 헤프게 쓴 것도 없는데 어디서 더 세이브를 시켜야 할지... 15만(기름값)+25만(점심)+15만(담배)+20만(술)+10만(레저)=85만 에서 부모님만 뵈러 왔다갔다 하면 기름값은 5만으로 줄일 수 있고 아침은 회사 조식 최대한 배부르게 먹고 점심 굶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김밥 한 줄 사가고 주말엔 라면으로 때우면 10만원으로 커버 가능. 어짜피 뱃살 빼고 싶었는데 잘됐다 ㅡㅡ; 담배... 끊어야 되는데... 일단 5만. 술은 마지못해 딱 한번씩만 쏘자 10만. 레저는 레저고 나발이고 이제 필드는 커녕 골프존도 못가겠다. 골프채도 다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 다 합치면 5+10+5+10=30. 여기에 술, 담배 끊으면 15 ㅋㅋㅋ. 실화임? 이렇게 해서 매달 70을 더 세이브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월세, 관리비, 공과금, 인터넷만 해도 이전보다 마이너스인데 이것도 노답이네. 나이가 들 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어떡하나 난 지갑을 닫게 생겼네. 결국 내 지난 씀씀이는 흥청망청이었던 걸로... 주변에는 대부분 이렇게 알뜰살뜰하게 사는데 내가 막살았네. 갑자기 답이 안나오니 계속 막 살아버릴까 심각하게 고민중. 밤에 알바라도 뛰어야 되나. 어짜피 돈 수억 모아놨어도, 차를 사지 않았어도 어짜피 코인에 다 날렸을 것을. 지난 날을 자책하지 말자. 딱 코인 탓까지만 하고.


조금 더 나은 50대를 위해 불쌍하게 말고 영리하게 잘 살아보자! 아자!




WRITTEN BY
손가락귀신
정신 못차리면, 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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